글을 쓰다가 날려 버렸네요. ㅜㅜ
저는 백수가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자발적 백수가 되어버린 20대 후반의 임용준비생입니다.
현재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데 잠이 와서 잠시 접속한 거니 무슨 수험생이 인터넷질이냐고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그래도 이거 쓰니까 옛생각 나서 잠이 확 깨긴 깨네요....
2010년에 저희 지역 국립대 사범대를 졸업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두 번 시험을 봤는데,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어요.
두 번 떨어지고 나니 나이가 내년에 26이더라구요. 여자로서는 취업의 마지노선이 되는 나이이기에 부모님을 설득해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기간제를 왜 안했냐고 궁금해하실텐데, 그때부터 벌써 계약직으로 눌러앉아버리고 싶지 않아서 다른 길을 찾아본 거였어요.
그런데.....
일자리가 정말 안 구해지더라구요.
저는 비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지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혹시나 해서 원서를 내 보긴 했었어요. 몇 군데는 붙기도 했었습니다. 그 많은 전형 중간에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분야가 있었고, 그 분야에 맞게 분야와 관련된 프리랜서 일을 병행하며(말이 프리랜서지 받는 돈은 알바만도 못했어요) 취업을 준비했어요.
그런데도 아무도 불러주지 않더라구요.
저희 지방 작은 회사에서라도 일하고 싶어서 원서를 냈는데,
저희지방 회사들은 한다는 말이
"ㅇㅇ대요? 학벌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월급도 교사보다 적은데, 여기서 일할 수 있겠습니까?"
(제 학벌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 지역에서 어른들 눈에 저희 학교의 인지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ㅠㅠ 거기다 사범대라고 하니 공부 엄청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불러놓고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제가 저는 정말로 일하고 싶고 임용준비 다시는 안 할 거라고 말을 해도 부담스럽다며 탈락시키더라구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관련업계 회사에 원서를 내서 찾아가면
"지방대인데 이런 일 할 수 있겠습니까?"
"임용다시 보러 가는 거 아닙니까?"
라는 질문들......... 지방국립대에 사범대라는 출신이 이렇게 애매할 줄이야.... 지역에서는 부담스럽다 하고 서울에서는 완전히 무시당하고...
애초에 원서 낼 때 저런 반응이 나올거라 예상해서 자기소개서에 그에 대해 썼는데도 저렇더라구요...
그렇게 거의 10개월을 구직을 하고...ㅠ
겨우겨우 취직을 했는데
제 전공이랑 관련은 됐지만 월급은 엄청 적고, 업무강도는 매우 높은 곳이었어요.
월차 이런거 없구요.... 일하면서 월차가 뭔지도 몰랐구요
휴가는 1년에 4일이었어요....ㅋ 5일도 아닌 4일....하하하
그래도 뭐라도 해보고자 꾸역꾸역 참아가며 일을 했는데
아버지는 공무원 시험이라도 치라고 성화고,
저는 다시 공부를 하려니 공부에 완전히 질려 버려서 눈앞이 캄캄하고, 계속 공부해봐야 떨어질 것 같아서 백수될까봐 무섭고,
그래서 계속 일을 하고싶어서 이직을 하러 직장 다니면서 여기저기 면접을 다녔어요.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지금보다 괜찮은 회사고 직무가 도움이 될 것 같으면 가리지 않고 원서를 넣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위에 썼던 저 반응들의 도돌이표....
오히려 근무시간 중에 나온 거 아니냐고 떠보는 면접질문들도 있었어요 ㅠㅠㅠㅠ 아닌데.... 제 직장이 일이 늦게 시작해서, 근무시간 전에 온 건데...
그렇게 이직도 잘 안 풀리고 1년 일을 했는데, 1년이 지나면서 직장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일한 1년간은 저의 독립적 업무가 있어서 일은 힘들어도 배우는게 있었는데 이젠 완전 이곳의 부속품이 되어버릴 것 같더라구요.
그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진짜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드디어 다시 공부할 각오가 서더군요....
원래는 일을 하면서 공부할 예정이었는데,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올해는 집안에 여유가 좀 있으니 우리 돈으로 공부하라고 하셔서.... 공부중입니다.
총 2년간 구직+사회생활을 해 본 결과 저의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이 스펙으로 나를 써 줄 좋은 일자리는 아무데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내 주전공을 살려 임용되는 길이 이 사회에서 일자리를 얻는 유일한 길이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일단 임용되면 평생 일할 수 있으니 젊음을 바쳐볼 만하다.
정말 절박하게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 너무나도 슬픈 진실을 깨닫는 데 2년이나 걸렸네요.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수 생활로 부모님께 돈을 받아가며 공부하고 있지만,
저의 하루하루는 지난 2년간의 어떤 날보다도 보람차고 주체적입니다.
졸업하자마자 공부했을 때에 엄청나게 우울했어서 '이 좋은 젊은 날에 내가 공부만 해야 한다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일을 하고 나서 공부만 하니 '이 나이에 돈받아가면서 공부하는 것도 행운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할 때도 기쁜 마음으로 공부하게 되더라구요.
올해 조심스럽게 합격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벌이 아주 좋고, 대학 때 취업과 관련된 활동을 했었더라면 교사 말고도 할 게 많았을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요즈음은 대학이 좋고 취업 관련 대외활동이 차고 넘치는 학생들도 제대로 된 곳에 취업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학벌 좋은 학생들은 '공부'라는 자기 장기를 살려 공무원에 뛰어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쪽도 이미 포화라서 빨리 합격하기는 힘들고, 그런 것들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장기 백수들'이라고 보이는 듯합니다.
구직을 하면서 참 어이없는 회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어떤 회사는 월 90만원을 준다고 하며, 야근도 잦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일을 배워가는 건 많답니다.
90만원이라니...너무 황당해서 식대는 별도냐, 야근수당은 나오냐, 이렇게 물으니 당연히 그런 것은 없고, 아 참, 잊었는데 격주로 토요일 근무예요. 라고 말하더군요........허허
어떤 회사는 인턴 6개월 기간동안 150만원을 주겠답니다.
그런데 6개월 후에 '2년 계약직' 전환을 '검토'하겠답니다.
그래서 전환율이 높은지 물었더니, 대답을 피합니다...
그 6개월이 그 회사에서 가장 바쁜 때였는데, 쓰고 버리겠다는 의도가 너무 보였어요....
그런데 정말 웃긴것은, 두 회사 모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곳이었다는거.....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청년들도 정말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답답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다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모두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거지요....
저도 노량진을 왔다갔다하면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진짜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놀고먹는 백수들도 분명 있어요.
쟤는 부모님의 피같은 돈을 왜 저런데 쓰지...하는 애들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보다 정말 이 사회에서 내가 할 게 공무원밖에 할 게 없겠다 싶어서 절박하게 매달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적어도 저희 세대가, 나약하고 게을러서 공무원으로 몰리고, 헝그리정신이 없어서 소기업으로는 안 가려고 하면서 나이 먹도록 부모님께 용돈 받아 살아간다고만은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의도가 제대로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네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