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들의 죽음

... 조회수 : 1,024
작성일 : 2014-09-21 22:29:33
                                                  鄭泰春 著

1990年 3月 8日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나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였을 때,

다섯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붙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 구조로 돼 있다.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에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 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정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 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저기 옮겨 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 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퉁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우리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 안고 떨기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 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어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나온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 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둥이, 몸둥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린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제, 안녕... 안녕... 
IP : 218.152.xxx.15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8873 여드름자국 없앨 수 있는 방법 있나요? 6 피부고민 2014/09/22 2,422
    418872 담관암 인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서울쪽 잘하시는 선생님좀 3 담관암 2014/09/22 2,145
    418871 영어고수님들 when where가 의문대명사로 쓰이기도 하나요?.. 2 djkatr.. 2014/09/22 1,646
    418870 나이드니 더이상 예쁘지않네요...ㅠ 37 2014/09/21 18,217
    418869 못된 사람 망하는거 목격한적 있었어요?? 63 ㅇㅇ 2014/09/21 21,501
    418868 며느리 여행다녀오느라 피곤하다며 서둘러 전화끊는 시어머니 1 2014/09/21 1,903
    418867 부모님 건강검진 병원 추천 문의드립니다 2 spo82 2014/09/21 1,878
    418866 15년 살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건너갔어요 12 105살 2014/09/21 3,852
    418865 랑콤이 일본이었나요? 무지ㅠ 7 ㅜㅜ 2014/09/21 4,503
    418864 결혼전 부었던 국민연금 돌려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4 월요병 2014/09/21 2,547
    418863 Mp3를 CD로 구웠는데 CD가 컴터에서만 작동하고 CD 플레.. 10 행복한봄 2014/09/21 3,621
    418862 공무원연금에 대한 언론의 시각 제대로 봐야.. 2014/09/21 1,070
    418861 커크랜드 저지방 슬라이스햄 그냥 먹어도 되나요? 5 ... 2014/09/21 1,786
    418860 침술좋은 한의원 추천부탁드립니다 2 fsfsdf.. 2014/09/21 1,426
    418859 상담하러 갈때.. 6 초등맘 2014/09/21 1,554
    418858 열심히 일한게 실수 한번에 다 날라 갔네요 3 초짜 2014/09/21 1,660
    418857 잇미샤옷 어떤가요? 5 ... 2014/09/21 2,771
    418856 건대 현애경 타로 어때요? 2 highki.. 2014/09/21 7,545
    418855 김치만두 하려는데 돼지고기 냄세 없애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8 그네 하야!.. 2014/09/21 1,568
    418854 강쥐가 자고나서 한쪽눈이ㅠㅠ 4 우리 2014/09/21 1,472
    418853 중고 그릇 판매 어느 사이트가 좋을까요? 3 mi 2014/09/21 2,064
    418852 Kt 사용자 영국에 국제전화 어떤게 저렴할까요? 3 국제전화 2014/09/21 559
    418851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주택구입시기.jpg 3 이렇다네요 2014/09/21 2,735
    418850 더 클래식~김 광진 좋아하시는 분들~~~~!! 11 마법의 성 2014/09/21 1,930
    418849 세월호159일) 아직 돌아오지 않은 분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순.. 15 bluebe.. 2014/09/21 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