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인가 글 하나 올렸지요
고양이가 감자상자에서 감자를 한 두알씩 꺼내놓는 거 같은데
흔적이 없이 깔끔해서 신기하다고요.
댓글주신 어떤 분 말씀대로 그날 얇은 습자지를 가져다가
감자 상자 속 감자 위에 살포시 올려 두었어요.
그런데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그날 저녁 바로 고양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거실쪽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감자 상자가 놓인 작은방 쪽에서
덜그덕 덜그덕 소리가 나는 거에요.
조용히 숨죽이고 지켜보니까
고양이 녀석이 감자 상자 뚜껑을 앞발로 여는 소리더라고요
그전에 고양이가 범인인 것 같은데 감자상자가 말끔하게 되어 있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장면을 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ㅎㅎ
욘석이 벌어진 상자 틈으로 몸을 구겨넣고 들어간게 아니고
이렇게 앞발로 상자를 열고 쏙 들어갔다가 쑥~하고 나오니
감자 상자가 말끔할 밖에요.
덜그덕 거리며 앞발로 열고 감자 상자 속으로 들어가길래
오늘 저녁 감자 한 알 또 놓여지겠군...
기대했는데 담날 아침이 되었는데 바닥은 깨끗하고 감자는 안보여요.
내심 실망.
그날 저녁도, 담날 아침에도...
뭐야.
욘석 그새 흥미를 잃었나
아님 습자지 올려놨다고 이상해서 잠깐 눈치보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가
어제 저녁
감자 볶음을 하려고 감자 상자를 연 순간
진짜 웃겨서 한참을 웃었어요.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ㅋㅋㅋ
제가 올려둔 습자지야 그날 저녁에 욘석이 감자 상자 속으로 들어가서
구겨질대로 구겨져서 한쪽에 뒹굴겠거니 했거든요
근데 감자상자 열었더니 한쪽에 습자지가 몰려있긴 있는데
글쎄 그 습자지 위에 감자 세 알을 예쁘게도 올려놨어요.ㅋㅋ
사진도 찍었네요.ㅎㅎ
어찌 또 세알을 올려놨을까
엄마꺼, 아빠꺼, 니꺼야? 하고 물어봤는데
아무것도 모른척 시큰둥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