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수고했다 선풍기...

갱스브르 조회수 : 1,230
작성일 : 2014-09-16 22:49:56

해가 지면 선풍기 바람이 차다

그래도 정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방 한 켠에 있다

여름 내내 쉬지 않고 돌았다

돌릴 줄만 알았지 선풍기 날개 사이사이 먼지가 낀 것도 몰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놀던 아이의 얼굴에 검댕이가 묻은 것처럼 꾀죄죄하다

웃기지만 가끔 사물에 표정이 보이는 때가 있다

내가 늘 쓰고 조물락거린 체취와 방향이 묻어난다

컵은 늘 그자리 내 오른손을 향해 있고

가족들이 함께 쓰는 공동 물품도 유독 내 손때가 묻은 것에 정이 간다

노상 만지는 쪽으로 색이 바래지고 모양도 약간 뒤틀림이 있다

굴러다니는 휴지조각도 내 방에서라면 느낌이 다르다

함께 한 선풍기는 날개에 낀 먼지 뿐만 아니라 자기 전 타이머 조작으로 그 부위

센서가 심히 눌려 다시 한번 꾹 눌러줘야 한다

가장 약한 바람인 미풍은 망가졌고

약풍이 미풍처럼 돈다

바람세기가 다 약해져있다

덜덜거리는 소리도 나지만 소음으로 거슬린 적이 없다

오히려 약간 선풍기 앓는 소리가 잠을 돋운다

수리해서 몇 계절 더 써야지 싶은데

코드 비닐도 벗겨지고 아무래도 더 못 버틸 것 같다

문 열다 부딪히고 발로 밀어놓다 넘어지고 회전이 안 된다고

탁탁 때리다 목이 반쯤은 꺾였고 ...

망가졌나 싶으면 또 돌고..

모양은 병든 닭처럼 졸고 있는 거 같은데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7년 이상 쓴 노트북이 어느 날 갑자기 아웃된 적이 있다

조심조심 곱게 썼다 했는데 자료가 다 날아갈까 응급실 뛰어가듯

혼비백산 AS센터로 달려간 기억...

기사님은 수명이 다했고 수리하느니 새로 사는 게 낫다고 한다

상술인가 싶어 다른 곳에 가니 같은 말...

기계치인 사람은 안다

손에 익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사람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

새신이 내것이 되려면 뒤꿈치가 까지고 난 후다

마지막이라도  깨끗하게 만져줘야 겠다

물건을 버릴 때 주의해야 함을 아무렇게나 버려진 모양을 보며 생각한다

그 주인의 얼굴이 보인다

IP : 115.161.xxx.20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번에
    '14.9.16 11:08 PM (180.228.xxx.78)

    샤워커튼 주문하며 걍 기존것과 똑 같은 무늬로 하니 고민 안해도 되고 좋네오,
    입던 옷, 신던 신발이 해지면 그냥 똑같은걸 구입하고 싶은데 안팔더라구요.........
    유행은 너무 빨리 지나가나봅니다.

  • 2. 26년된 베이비 선풍기 쓰네요
    '14.9.17 1:19 AM (175.195.xxx.86)

    원글님 글 보고 계산해보니 26년이 되었다는.
    저도 계산해 보고 깜짝 놀랐는데.... 하나가 더 있네요. 벽시계가 같은해에 저에게 왔거든요.

    작년에 20년된 가스렌지 교체하면서 사진 찍어두고 그동안 우리집에 노력 봉사해준 노고에 감사의 묵념까지 했네요. 세탁기랑 냉장고도 거의 20년을 쓰고 우리집과 작별할때 감사의 묵념하고.

    저는 사물에게 그리 하는 저를 남들이 알면 특이하다 할꺼라고 생각하고 웃었는데 원글님도 비슷한 느낌이 나요. 사물은 변함없이 봉사해주는데 사람맘은 수시로 이랬다 저랬다 한다는.

  • 3. ^-^
    '14.9.17 9:45 AM (125.138.xxx.176)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이런글 좋습니다
    며칠전 세탁기가 잠시 애를 먹이다가
    다시 작동이 잘되었을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어서 툭툭 두드리며 고마워~ 했어요
    불평한마디 없이 주인이 누르는 손길대로 움직여주는 고마운 애들..
    생명이 없는 기계라도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6219 이쁘장함은 눈에서 결정되는건가요?? 19 2015/07/20 9,036
466218 구문초 모기에 효과있나요? 5 sksmss.. 2015/07/20 1,526
466217 8년전에 성수대교 남단에 있던 화이트 치과 없어졌나요? 4 치과 2015/07/20 1,673
466216 머리 좋으신분들 타고 나신거죠 20 날이.ㅁ 2015/07/20 4,895
466215 정장 구겨지지 않게 접는 법 동영상 3 ... 2015/07/20 2,939
466214 오늘 습도 너무 높아요ㅜㅜ 16 궁금이 2015/07/20 3,919
466213 노르웨이 니콜라이 외모가 유럽판 정우성이네요^^ 9 비정상회담 2015/07/20 3,974
466212 나만을위한 제주여행 ~^ ^ 1 점만전지현 2015/07/20 1,214
466211 노트북에서 ebs만 로그인이 안되는데 이유가 뭘까요 2 / 2015/07/20 961
466210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늙어가는군요... ㅜㅜㅜ 2015/07/20 965
466209 지금 달라졌어요 보는데 여자 분 너무 안됐어요. 14 soss 2015/07/20 7,652
466208 모바일앱으로 비빔냉면 질렀어요~~ 꼼아숙녀 2015/07/20 787
466207 제주도에서 아이유 봤어요~~^^ 1 미니꿀단지 2015/07/20 4,396
466206 여성인력개발원에서 내일배움카드로 배운후 만약 2015/07/20 1,859
466205 청주시로 이사계획중인데 어느동이 초등키우기 좋나요? 2 지바냥 2015/07/20 1,458
466204 요즘 드라마 보실 때 본인만의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10 드라마 매니.. 2015/07/20 987
466203 저는 미식가일까요 아님 미맹일까요?? 5 올리보 2015/07/20 1,115
466202 초대 받았는데 너무 가기 싫어요. 7 아아아 2015/07/20 3,010
466201 너를 기억해 재밌어요 10 .. 2015/07/20 1,487
466200 베이비시터 일 해보구 싶어요 4 다시도전 2015/07/20 1,725
466199 안동찜닭에서 닭을 대체 할 재료(채식주의자를 위해) 뭐가 있을까.. 12 독일 행 2015/07/20 1,872
466198 냉장고 보면서 또 먹었어요....ㅠㅠ 1 ㅜㅜ 2015/07/20 1,058
466197 확실히 1등급 에어컨은 전기세 덜 나오나요? 8 에어컨 고민.. 2015/07/20 3,775
466196 운전하시는분들 도로연수 어느정도 받으셨나요???? 8 ... 2015/07/20 4,164
466195 드롱기 사면 후회할까요? 7 커퓌 2015/07/20 2,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