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위 깨질 만한 물건은 이미 다 서랍 속에 들어갔는데, 샘플 용기들 모아 놓은 상자는 아직 놓여있어요. 새벽이면 거기 손을 넣고 일부러 달그락 달그락 합니다. 제가 깨서 돌아보면 우에엥~ 하면서 밥 달라고 시위를 하려는 거지요.
자꾸 깨우길래, 몇 번 문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잠갔어요. 그럼 달그락이 효과가 없다는 걸 배워서 며칠은 잠잠합니다. 그러다 엊그제 또 시작하길래, 어쩌나 보려고 실눈을 뜨고 엎드려서 봤지요. 왼손을 상자에 넣고 달그락 한 뒤에 손을 고대로 넣어 두고 고개만 돌려서 저를 살피더군요. 반응이 없으니 또 손을 휘저어서 달그락 달그락. 그러다 제가 고개를 들고 휙 돌아보니 갑자기 얼음! 이 되어서 고대로 굳더군요. ㅋㅋ
잘못한 줄은 알아가지고, 눈치를 보면서 손을 슬쩍 빼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짜증이 나는데도 웃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