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도시를 둘러싼 방풍림. 처음부터 산책코스로 시민들과 함께 조성한 일종의 마을숲이예요.
어젯밤 남편과 산책하다 발견한 동물 한가족. 사진을 찍어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가끔 그렇게 오소리 가족이나 고라니 새끼들을 마주칩니다.
다채로운 가을숲이 미처 시작되기 전인데, 올해는 무척 가물어서인지
조기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봄에는 한참이나 늦게 벚꽃이 만발하더니 금새 져버렸습니다.
산책하다 바라보는 황홀한 일몰을 올해는 그리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바다를 보러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뭐랄까요, 쇠락의 느낌. 그것도 어쩌면 즐길만한 아까운 시간의 모습이겠지요.
브람스가 좋아지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 이가 있었어요.
웬지 뻔한것 같아서 별로 감흥이 없던 브람스를 듣기 시작한걸 보면 맞는 말 같군요.
정윤수씨 표현처럼, 한 시대를 살아낸 견인주의자의 회포를 귀담아 들어주듯
그렇게 그의 클라리넷 협주곡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기도 하구요.
장 지오노의 폴란드의 풍차를 읽고 있습니다.
조금은 쇠락한 느낌의 안쓰러운 사랑이야기.
그냥 가을이라 아주 오랜만에 씁니다.
너무 많은 아름다운 아이들을 잃은 슬픔이
모든 계절을 빛바래게 합니다. 그렇게 벌을 받듯 힘겹게
이 한 해를 지내야 할 듯 합니다.
그래도 부디 모두 무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