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얼마 안되는 조그만 업장에 다니고 있는데요.
여자는 저까지 딱 둘뿐이구요.
나이대도 비슷하고 둘이 굉장히 대조적인 스타일이라 오히려 융화되기 쉽겠다고
보스가 기대를 했었어요.
전 조용,차분하고 제 주장과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고
그 직원은 자기 일 똑부러지게 하면서 말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하는 스타일.
근데 제가 일하면서 이 직원이랑 얘기를 나누다보면
뭐랄까...굉장히 소모적이고 피곤한거에요.
전 대화를 할때 동조, 이해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이 직원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걸 이해해주거나 동감해주는 법이 없어요.
예컨대 전 나름 동질감을 느끼자고 비슷하게 할법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보통은 '아 그래요? 힘들겠다 그래서 나는 이러이러하게 하는데' 뭐 이런식으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아요?)
근데 '그걸 왜 그렇게 해요?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정색하고 이러면서 자기는 어떻게 어떻게 한다. 이러는데
말하는 거 보면 자기가 하는 방법이 다 맞고 나는 이해가 안된다. 이런 식.
그냥 말꺼낸 내가 모질라고 멍청해지는거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서로 '나누는' 게 아니라 그냥 튕겨져 가는 느낌.
또 저는 술을 잘 못할뿐더러 시끄러운 곳에서 술마시며 노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데
이 직원은 술을 굉장히 좋아하고 남자들하고도 동성처럼 떠들썩하게 놀아요.
그러면서 저보고 항상 하는말이 '@@씨 보면 안됐어 놀수있을때(아기 없을때) 실컷 놀아야지'
이러면서 쯧쯧거리는데 은근 기분 안좋더라고요.
항상 보면 저는 놀줄 모르고 꽉막힌 모범생(?)으로 만들어 여론을 몰면서
자기는 쿨하고 잘놀고.. 이런 이미지를 형성하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술을 안 마셔도 다른 방식으로 즐기며 노는데
어리네 싶기도 하고
제가 또 너드컴플렉스가 있어서 '똑똑해보인다' '반듯하다' 이런말 굉장히 싫어하거든요...(어느 정도는 맞겠지만)
이 직원한테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짱나네요 진짜 ㅋㅋㅋ
그렇다고 정색하고 '전 술을 좋아한다고 잘논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하고 정색하고 나서는 것도 웃긴것같고
그냥 직장에서만 보는 사람이긴 한데
매일 얼굴맞대고 밥도 먹어야하고 계속 부딪혀야하는사람이라
불편하면서도 에휴 세상엔 정말 이렇게 나랑 안 맞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생각도 드네요.
보면 저를 싫어해서 일부러 그렇게 구는 거라기보다 그냥 원래 그런 사람같거든요.
그러면서도 이 사람앞에서는 왠지 기가 죽는달까... 내가 내 본연의 모습이 아니랄까..
모든 걸 내가 맞춰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하면서도
내가 왜이러구있지 싶기도 하고
결론은 그냥 제가 멍충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