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꼬맹이들 해준다고 무서운 이야기 해달라는글 보고 몇가지 적어봅니다.
1. 내비게이션
어느 날 중고차를 샀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인데 가격이 저렴해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더 기분 좋은 것은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다는 것.
차를 받자마자 바로 드라이브를 갔다.
여자 친구가 예전부터 밤길 드라이브를 졸랐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작동하자 목적지가 지정되어 있었다.
아마 전 주인이 등록한 곳이라 생각되었는데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기에 시험 삼아 그냥 가보기로 했다.
-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입니다.
- 계속 직진입니다.
30분 정도 달리자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주변은 험한 산길.
이윽고 내비게이션이 말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험한 산길의 코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해진 나는 불평하는 여자친구를 달래며 차에 다시 탔는데 내비게이션에서 치직거리는 소음이 나더니 이런 메시지가 나왔다.
- 여기서 나는 살해당했습니다.
2. 아갸야 열 냥 벌러 가자
조선 말 철종 때, 강원도의 어느 두메산골에 이상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었다.
이 마을은 워낙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어서 장에 가려면 반드시 앞산을 넘어야 했는데, 밤에 혼자서 산을 넘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었다.
산 중턱에 있는 오래된 신당에서 귀신이 나와 사람을 잡아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을 입구에 있는 주막에서 밤을 보내고 날이 밝으면 산을 넘었다.
어쩌다 밤에 산을 넘어야 하는 사람은 주막에서 일행이 될 사람들을 기다린 다음 꼭 여러 명이 짝을 지어 산을 넘곤 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비까지 내리자 주막에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친구로 보이는 두 사내가 마루에 걸터앉아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봐, 소를 팔았으니 술 한 잔 사야지!"
"예끼 이 사람, 밑지고 판 마당에 무슨 술이야?"
"어허, 그러지 말고 한 잔 사게."
"좋아. 정 그렇다면 나와 내기를 한 판 하세."
"내기? 좋지. 내기라면 자신 있네."
"자네가 저 앞산에 있는 신당까지 혼자서 갔다 오면 내가 술값으로 열 냥을 내놓지. 단, 그곳에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신당에 있는 물건 하나를 가져와야 하네."
"예끼, 차라리 솔직하게 술을 못 사겠다고 그러게. 다른 거라면 몰라도 그건 싫네. 내 목숨이 뭐 열 개라도 되는 줄 아는가?"
이때, 하얀 소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여인이 등에 어린 아기를 업고 주막으로 들어섰다.
아기는 배가 고픈지 앙앙 울고 있었다.
"아주머니, 아기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를 못해서 그러는데, 먹을 것 좀 주세요."
"거지에게 줄 건 없어. 밥을 먹고 싶으면 돈을 내야지, 돈을!" 주막집 여자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러던 중, 여인은 두 사내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다짜고짜 자기가 그곳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사내들은 젊은 여자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극구 말렸지만, 여인은 아이에게 먹일 음식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혼자서 산에 오르겠다고 했다.
"좋소. 그렇다면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이것을 손에 꼭 들고 가시오!" 측은하게 여기던 사내가 기둥에 걸려 있는 낫을 가져와 여인에게 건네주었다.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여인은 등 뒤의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주막을 나섰다.
그녀는 드디어 신당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신당 구석에는 누가 켜놓았는지 촛불이 희미하게 밝혀져 있었다. 촛불에 비친 무시무시한 벽화가 그녀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
'옳지. 저걸 가지고 가면 되겠구나!'
여인은 초가 꽂혀 있는 촛대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여인의 머리칼을 와락 쥐었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 들고 있던 낫으로 허공을 닥치는 대로 휘저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산을 뛰어내려왔다.
주막에 도착한 여인은 사내들에게 촛대를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으아아- 악!"
사내들은 열 냥을 땅에 던지고는 주막을 뛰쳐나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가 버렸다.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기를 쌌던 강보는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끔찍하게도 등에는 목이 없는 아기가 두 손으로 엄마의 허리를 꼭 껴안고 있었다.
3. 여보, 오랜만이야
어떤 여자가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갔다. 세 번 결혼했는데 세 남편을 모두 독살한 무기수였다.
동일범에 대한 가중처벌로 그 여자가 자유의 몸이 되려면 아무리 감형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20년은 감방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여자는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의 절세미인이어서, 아직 총각 신세인 간수 몇 사람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물론, 여자 역시 평생을 이 창살 속에서 썩을 수는 없다며, 호시탐탐 간수 한 사람을 꼬드겨서 탈출하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주 어리숙하게 생긴 간수 한 사람이 걸려들었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자 이 둘은 어느덧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 절세미인과 하루라도 빨리 같이 살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인 간수는 머리를 있는 대로 굴렸다. 그 결과 마침내 묘안이 한 가지 떠올랐다.
이 감옥에서는 한 달에 꼭 한 사람 꼴로 죽어나갔다. 그래서 그 죽은 사람의 관 속에 여자가 몰래 들어가 땅에 묻히게 되면, 그때 간수가 꺼낸 후에 둘이 멀리 도망가서 함께 산다는 계획이었다.
이 말을 들은 여자는 사람이 왜 이렇게 죽지 않느냐고 안달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한 사람이 감옥에서 죽었다.
여자가 몰래 관 속으로 들어갔다. 비록 사람을 죽이긴 했으나 죽은 시체 옆에 누워보기는 처음이었다. 여자는 등골이 서늘했다.
한참 지난 후, 어릴 적 요람처럼 흔들흔들하던 움직임도 상여소리도 없는 걸로 봐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곧 흑이 관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씩 숨이 가빠왔다. 그렇지만 참고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간수의 삽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나마 넓게 느껴졌던 관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서 옆의 시체를 밀어내려고 몸을 돌리는데, 웬 낯익은 얼굴 셋이 웃으면서 동시에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여보, 오랜만이야!"
4. 스튜어디스의 손짓
사업상 외국에 자주 나가는 김 부장은 내일 미국으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일찍 집으로 돌아온 김 부장은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깊이 잠든 새벽, 김 부장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몽을 꾼 것이다. 그는 비록 꿈이었지만 그 장면이 너무도 생생하여 다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김 부장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있었다. 어디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그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작은 계단 위에서 한 젊은 여인이 밧줄을 들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계단을 밟았다. 모두 13개였다.
계단을 다 오르자 그녀는 들고 있던 밧줄을 그의 목에 감았다. 그 순간, 김 부장은 꿈에서 깨어났다.
잠을 설친 김 부장은 공항으로 나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계단의 수를 세어보니 정확히 13개였다.
'우연의 일치겠지!'
그러나 그는 비행기 입구에 서서 손짓을 하고 있는 스튜어디스를 보고는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스튜어디스의 얼굴이 어젯밤 꿈속에서 본 여인의 얼굴과 너무도 똑같았기 대문이다.
그는 미국으로 가는 것을 다음 날로 연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보, 뉴스 좀 보세요. 큰 사고가 났어요!"
텔레비전의 뉴스에서는 오늘 아침에 일어났던 비행기 추락 사고를 알리고 있었다. 순간, 김 부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바로 자신이 아침에 타려고 하다가 포기했던 바로 그 비행기였다.
5. 빨간 일기장
영수는 새 일기장을 사기 위해 문방구에 갔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보아도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뭐 특이한 일기장 없어요? 남들 안 쓰는 거요."
"특이한 일기장이라...?"
문방구 주인아저씨는 영수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참 동안이나 뒤적이다가 빨간 일기장 하나를 꺼내 주었다.
"이게 특이하지. 삼천 원이다!"
특이하다는 말에 영수는 그 일기장을 사기로 했다. 영수가 돈을 내고 일기장을 받자 주인아저씨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루에 꼭 한 장씩만 쓰는 거다!"
영수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그냥 집에 와서 일기장을 펼쳤다.
그런데 일기장 표지에도 아저씨가 한 말과 똑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하루에 한 장씩만 보시오.>
"하루에 한 장씩만 보라고? 한 장씩만 쓰는 게 아니라? 뭐야, 이거..."
영수는 일기장을 펼쳤다.
정말 거기에는 이미 글자들이 씌어 있었다. 그 내용을 보고 영수는 깜짝 놀랐다.
○○○○년 ○월 ○일
오늘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영수는 자기도 모르게 그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랐다.
영수는 기분이 나빠서 일기를 쓰지 않고 그냥 잤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영수는 학교에서 영수의 아버지가 차에 치여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며칠 후 영수는 다시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년 ○월 ○일
오늘밤에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할머니와 엄마를 죽였다. 동생도 칼에 찔려 죽었다.
그날 밤, 영수의 집에는 정말로 강도가 들어 어머니와 할머니, 동생까지 전부 죽이고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영수는 친척집으로 가게 되었다.
영수가 친척집에 간 지 몇 달이 지났다. 하루는 영수가 집에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일기장이 눈에 띄었다.
영수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영수는 무서움에 떨면서도 습관처럼 일기장을 펼치고 있었다. 거기에는 또다시 선명하게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년 ○월 ○일
오늘 우리 가족과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