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의 사춘기

갱스브르 조회수 : 947
작성일 : 2014-09-10 18:08:41

사춘기는 한번 앓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성장의 내성이 혹독할수록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해서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내면의 "손님"이 낯설어

변덕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자학이겠지 했다

아마 나이값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다

어른이란 그렇게 참고 또 참고 일관된 의식을 가져야 폼도 나고 성숙해지는 거란 자기 믿음에 갇히는 거다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가 아니구나..하는 때가 온다

나이 먹어도 늙어 꼬부라져도 맛있는 건 맛있다

여자 냄새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고 젊음을 의식하는 순간 또 안다

늙었다는 것을...

저마다의 나이테가 다르다 보니 한줄 한줄 채우고 그 칸을 바꿀 때마다 맘의 요란한 부침을 겪는다

변덕과 집착이 고마움과 사랑이 어울리지 않는 조화를 부리며 정신을 어지럽게 한다

그렇게 이쁘고 욕심나던 옷이 어느 날 너무나 후지고 신경질이 난다

옷이 무슨 죄...

새옷을 입어도 몸에 돈을 갖다뿌려도 맘이 초췌하니 위로가 안 된다

그런 자기 위안을 빌미로 쓸어담은 온갖 빛나는 물질들은 오래지 않아 너덜너덜해지거나

방구석 서랍 끄트머리에서 굴러다니기 일쑤다

연휴가 지루하기도 했지만 막상 오늘이 끝이라 생각하니 별 특별한 일을 계획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일상의 팍팍한 바람이 부는 것만 같은 답답함이 온다

나이의 어느 고비를 넘고 있는가 보다

두서도 이유도 불분명한 화가 치밀고 그런 자신의 권태에 자조한다

생리전후 증후근이라는 이유도 밑천이 다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맘에 여유가 없으니 명상을 해보라는 것도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됐다

알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무기력증이다

또렷하게 의식을 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우르르...

일가친척들이 빠져나간 주방엔 설거지가 쌓여있고

마루며 방이며 남의 머리카락과 먼지가 굴러다닌다

씩씩거리며 걸레질하고 지겹다고 혼잣말 하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뭉게구름이 듬성듬성...

하늘은 너무나 다정하고 가볍다

미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고 후회도 하고 발광도 하는 걸 자책하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든다

늘상 그런 것은 아니니까

보고 싶었던 가족들이 돌아갔다고 홀가분해하는 건 그들이 미워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조렇게 이쁜 구름이 먹구름이 돼 하늘도 가끔 우르르 꽝꽝 성질내니 말이다

바람 한결에도 울고 웃는 사람의 마음을 가진 이상

울긋불긋한 사춘기는 어느 때고 또 찾아올 것이다

사춘기라는 이름을 풀어놔야 겠다

IP : 115.161.xxx.20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도
    '14.9.10 6:09 PM (115.21.xxx.39)

    잘 쓰네...

  • 2. 명문이로세...
    '14.9.10 7:17 PM (110.14.xxx.144)

    '늙었다느것을...'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1703 아이셋 모두 전교 1등하는 올케 교육법... 143 도치맘 2014/09/30 35,627
421702 미드 굿와이프 좋아하시는 분 계세요?? 10 혹시 2014/09/30 2,383
421701 일반인 유가족 대변인 고소하기로... 17 ... 2014/09/30 2,152
421700 자동차환경개선부담금 내셨어요? 세금 2014/09/30 638
421699 [세월호진상규명] 이래서 82가 너~~무 좋아요.. 3 청명하늘 2014/09/30 607
421698 단층으로된 단독주택 알아봐요 6 주택 2014/09/30 2,782
421697 쉼터 한 끼 값 1650원…과자도 못 먹는 학대아동 2 세우실 2014/09/30 762
421696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 딸 만 한가요? 2 큰기대없이 2014/09/30 1,952
421695 여기 글쓰기 재등록 시간이 몇분 한정인가요? 오즈의앨리스.. 2014/09/30 452
421694 망치부인- 당신이 빵집주인아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6분짜리 2014/09/30 827
421693 친정에서 김장김치 해주시는데 시댁 김장때 가야되나요? 22 김장 2014/09/30 5,529
421692 창덕궁 후원 방문 질문입니다. 2 시골아짐 2014/09/30 995
421691 82쿡이 아니었으면 나이 들어가는 게 무지 서글펐을 거 같아요... 1 ..... 2014/09/30 678
421690 국산 귀리 살수 있는곳 알려주세요 7 ,,, 2014/09/30 1,936
421689 스키 시즌권 및 스키에 대해 질문드려요 2 스키 2014/09/30 569
421688 찬바람이 부니 벌써부터 시댁 김장이 걱정이 되요. 2 나원 2014/09/30 1,410
421687 홈쇼핑 씽크대 2 ㅎㅅ 2014/09/30 1,628
421686 택시기사가 승객대화 인터넷 방송…파기환송심서 '무죄' 5 세우실 2014/09/30 839
421685 싱크대 거름망 찌꺼기 끼는거 어떻게 청소하세요? 10 젤어려워 2014/09/30 2,880
421684 난자완스 집에서 해먹기 복잡할까요? 1 난자완스 2014/09/30 604
421683 섬유근통증후군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 4 속상한 딸 2014/09/30 2,036
421682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분들께 좁은 조언을 드리자면... 72 ㅇㅇ 2014/09/30 26,511
421681 냉장고물병 추천좀 해주세요 4 그날 2014/09/30 1,158
421680 말많으면서 싸가지없는 사람vs조용하면서 싸가지없는 사람 4 오즈의앨리스.. 2014/09/30 3,578
421679 카드론 대출 받아보신 분 있나요? 5 yolo 2014/09/30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