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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진상 모음 글 보니 스트레스 받지만... 반면

홍두아가씨 조회수 : 2,885
작성일 : 2014-09-09 22:33:37

 

생판 모르는 남에게서 호의 받은 경험 공유하려고 합니다.  

일단 국내버전미담 풀어 봅니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지옥과도 같은 생리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배를 빨래 짜듯 쥐어짜는 듯한 그 엿같은 아픔이 오르락 내리가 하다가 가라앉을 때도 있지만

순간 정도를 넘어서면 온 몸에 피가 빠져나가 듯,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식을 땀이 질질 흐르고, 그냥 주저 앉고 싶어집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서있다 그러면 정말 남이 보거나 말거나 그냥 주저 앉고 싶어지죠. 

그래도 피해는 줄 수 없어, 칸막이 사이 문에 가서 기대어 섰습니다. 

그런데 노약자 석에 앉아 계시던 한 할아버지께서 제 안색이 안 좋고 아파보인다며 저에게 자리를 내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가 어려워 거절했으나, 옆에 계시던 다른 노인들까지 거드시며 어서 앉으라고 하시고,

마냥 거절하자니 자리 양보해 주신 할아버지가 민망하실수도 있겠다 싶어 

감사하다고 한 뒤 앉아 출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앉는 순간 생리통이 조금 덜해진 것입니다. 

그 어른들께서 제 안색만 보시고 그렇게 호의를 베풀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약 18년 전, 고등학교 때 수능 백일 전 백일주 먹고 친구들도 감당 못할 정도로 술취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말그대로 길가던 어떤 행인(여자분)이 등두드려 토하게 하고, 약사다 먹이고, 술깨도록 도와주신 후 바람처럼 사라졌던 기억이 있네요. 쿨럭... 그 당시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 분 얼굴은 못보고 목소리만 들었지만, 나라면 그랬을까 싶으면서 그분께 지금까지도 고마운 마음이 있네요. 

 

여러분께서도 이런 호의로 가슴 따뜻해졌던 경험 있으시면 나누어보아요.

 

 

IP : 182.213.xxx.22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기가천국
    '14.9.9 10:37 PM (39.7.xxx.245)

    와 짱이네요. 전 전 지갑잃어버렸을때 모르는 같은 학교 학우가 차비 그냥 줬어요.
    그리고 다이어리 잃어버렸을때 모르는 분이 집까지 그냥 소포로 보내줌

  • 2. 아주어렸을때
    '14.9.9 10:42 PM (223.131.xxx.131)

    아마.1975년정도 국민학교 3.4학년정도일때
    간.크게도 당시.개봉영화인.고질라?킹콩??
    영화를.혼자 보러갔습니다
    미아리에 있던 미도극장이었어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 있는 킹콩포스터가 인상적이었죠
    영화를 잘보았는데 나와니 밖이 깜깜했어요
    덜컥 겁은 나고 집에 갈 차비도 없고
    울고있는데 고등학생오빠가 왜우냐고 해서
    이차저차 말했더니
    그 오빠 차비를.선뜻 날 주고 본인은 걸어가는거예요
    얼결에 버스를 타고 왔지만
    어두운거리와 막막한 시간은 지금도 못잊습니다

  • 3. 한많은 미아리고개
    '14.9.9 10:48 PM (39.7.xxx.96)

    윗분 "미도극장" 아~ 옛 생각이 나게 하네요.
    우린 오래된 사람들이군요. ㅋ

  • 4. 있어요
    '14.9.9 10:55 PM (119.194.xxx.239)

    초등3학년때인가 집에 오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귀신의 집 들어갔다가 다리풀려 기절 직전... 저 뒤에 오던 아주머니...무서워하지 말라고 우는 저 달래주면서 업고 나오고 집에 갈수 있냐고 챙겨주셨어요 ^^

  • 5. 올리브
    '14.9.9 11:00 PM (14.42.xxx.76)

    저도 님과 비슷한 경험인데요...지하철안에서 출근길에 얼굴하얘지며 주저앉아 간신히 충무로역에 내려 기둥옆에 쭈구리고 앉아있었는데요
    지나가던 그 많은 인파중 한 아주머니께서 아프냐면서 저를 부축해서 역무원실에 데려가 보건실 비슷한 침상있는 곳에 눕혀주고 역무원께 부탁하시고 가시더라구요..
    너무 몸이 안좋아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못하고.. 덕분에 이십분정도 누웠다 살아났어요...
    퇴근길에 음료수사서 역무원실에 감사인사드리긴했는데,, 절 도와주신 아주머님은 평생 잊지못하고있네요..
    그때일로 저랑 비슷한 경험하는 분 만나면 나도 꼭 도와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고산답니다..

  • 6. ᆞᆞᆞ
    '14.9.9 11:02 PM (180.66.xxx.197)

    초등학교때 급식으로 먹었던 우유값 한달치 삼천원을 학교서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왜우느냐. 얼마 잃어버렸느냐. 종이돈이냐 동전이었냐 다 물으시더니 종례시간에 급우들 눈을 다 감게 한뒤 훔처간 사람 내일까지 꼭 교실 아무데라도 던져놓으라고 그럼 그거 주운사람이 선생님을 갖다 주던가 저를 주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뒷날 교무실 선생님 책상에 훔쳐간 사람이 돈을 갖다 놨는데 얼굴은 못봣다며 천원짜리 세장을 주셨어요. 천원짜리가 꾸깃꾸깃한것이 제가 잃어버린 돈모양은 아니었지요. 다 크고 나서야 그 돈은 선생님이 주신 돈이었다는걸 알았네요. ㅠ 아 뵙고 싶네요

  • 7. 홍두아가씨
    '14.9.9 11:07 PM (182.213.xxx.227)

    "여기가 천국"님, 다이어리 선불로 보낸 걸 받으셨다니 주소를 정확하게 적으셨었나보네요. 듣기만해도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아주 어렸을때"님, 75년이면 킹콩 일 것 같아요. 국민학교 3, 4학년때 차타고 극장에 가실 정도라니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으셨나 보세요. 그 "어두운 거리와 막막한 시간"이 왜 제 눈앞에도 선하게 보이는 듯할까요...

    "있어요"님, 가끔 오지랖이라는 말로 평가절하되긴 하지만 우리 여인네들의 정과 남 챙겨주는 마음은 마냥 미워할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 8. 놀이터에서
    '14.9.9 11:49 PM (211.208.xxx.130) - 삭제된댓글

    붕붕카 타고 사라진 제아이를 찾아 준 지나가는 청년들이 있어요.
    13년전 일이지만 그 청년들 생각하면 고마움에 지금도 울컥합니다.

  • 9. ..
    '14.9.9 11:53 PM (1.232.xxx.17) - 삭제된댓글

    돌쟁이 아이가 유리에 눈주위를 다쳐 피가 많이 나고 있었고,
    저는 우는 아이를 안아야해서 운전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남편도 집에 없었구요

    택시가 잘 안잡히고, 콜택시에 전화할 경황도 없었어요.
    아이를 안고 울며 나가 아파트 단지에서 아무차나 세웠어요.
    그때 차를 세우주신 아주머니께서 병원까지 데려다 주셨네요. 멀지 않은곳이였지만 집까지 다 왔다가 다시 운전해주신 그분 감사드려요.

  • 10. 홍두아가씨
    '14.9.10 12:26 AM (182.213.xxx.227)

    "놀이터에서"님, 정말 그 일 당하셨을 때 심장이 땅에 떨어진 느낌이셨을텐데, 다행히 좋은 분들 만나 다행이셔요.

    ".."님, 얼마나 경황이 없으셨겠어요? 그 상황이 눈앞에 그대로 그려지네요.

  • 11. 날자
    '14.9.10 1:08 AM (115.139.xxx.215)

    택시 뒷자리에 놓고 내린 지갑을 뒤에 타신 분이 발견하시고
    지갑 안에 있던 카드회사에 전화 걸어 찾아주신 적이 있습니다
    정말 번거로운 일이셨을텐데 그때 고맙다는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12. 집이 지방이라서
    '14.9.10 2:03 AM (36.38.xxx.188)

    휴가 얻어서 밤기차타고 겨우겨우 집에 내려가는데..

    케이티엑스 없엇던 때라서 시간이 4시간 5시간 걸릴 때였음......

    표를 못 구해서 입석기차타고..

    일하다가 밤기차타고 가는 거라 정말 죽을 듯이 피곤한데 계속 서서..... ㅠㅠ

    쓰러질 거 같은데, 너무나 귀한 좌석이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음......

    근데 어떤 젊은 남자가 자리를 비켜주었음.

    친구들이 막 화내는데도 불구하고 손짓으로 친구들 제압하면서.

    그 젊은 남자가 수화를 하던 걸로 봐서는 아마 농아인인 거 같았는데,

    오래 기억에 남았음. 그만큼 따뜻한 대접을 생판 남에게는 받아본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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