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유의 언덕...홍상수

갱스브르 조회수 : 2,032
작성일 : 2014-09-09 12:44:35

사실 대본도 당일 나오고 매사 즉흥적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지나온 영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일관된 주제와 시선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고 풀어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는 건 감독으로서의 재능이다

가끔 그의 영화가 지루하고 아 이제 이런 식의 해법은 질리다 라고 답답해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사는 삶이 인내가 필요한 반복의 과정임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솔직히 남녀가 만나는 위선적인 구애의 이면에 노골적인 섹스를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네 속내가 얼마나 볼품없고 찌질한지 ...

극단적인 막장 연출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대화만으로 관객을 어느 풍경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홍상수 영화를  찾는 이유다

가끔 그 배경이나 소리가 가슴에 너무 착하게 들어와 안긴다

선술집에서 옆 테이블의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엿든는 느낌?...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되는 맞물림 때문에 공감은 더 커진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비겁함과 불의를 맑은 소주잔 하나에 흥건하게 담아 충분히 전달한다

기억의 조각을 자르고 또 자르면 전혀 다른 기억이 되고

그 전혀 다른 추억이 만나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미로 같은 영화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과거가 그렇게 포장되어 있지 않은가...

서로 다른 연애와 우정의 기억 때문에 어긋난 눈물과 앙심이 그렇고

끔찍하게 사랑 받았던 그 주인공은 가공된 인형에 지나지 않으며

애틋한 마지막 밤이라 아련해하지만 상대는 수많은 밤 중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작 그밤이며...

그렇게 허점투성이인 일상의 구멍을 현미경으로 미세하게 뒤적거리는 감독의 집요함

저예산 독립영화를 지향한다는 감독의 뜻이 의도인지 아니지는 몰라도

홍상수표 영화의 색깔은 점점더 명료해지고 있다

담백해질수록 메세지는 화려하고 진하다

배우 활용도 그렇다

욱중하게 무게를 싣지 않고 가벼운 바람처럼 흩어지게 한다

그래도 그 흔적과 잔상은 분명하게 남기고 말이다

카세료라는 배우의 얼굴이 왜 영화의 제목이 자유의 언덕인지 가늠하게 한다

한적한 연휴 중간

또 낯선 길을 헤맸다

길을 잃었을 때...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돌아다녀 보면 안다

어느새

그 길에 취해 점점 익숙해져 간다는 사실을...

 

 

 

 

 

 

IP : 115.161.xxx.12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의 글이 더 좋네요.
    '14.9.9 1:15 PM (59.86.xxx.235)

    요즘의 홍상수는 자기복제가 심하던데요.
    얼마전에 VOD로 홍상수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봤더니 내 머리속에서 한 편의 영화로 편집이 되고 말데요.
    '생활의 발견'까지가 딱 좋았던 듯.

  • 2. 자유의 언덕, 좋았어요
    '14.9.9 4:58 PM (121.174.xxx.62)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북촌길 한옥집, 콩글리쉬, 동양인과의 영어로 하는 대사들, 모두 좋았어요.
    마치 배우들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는 '나'를 보는 것같달까요...

    군도며 타짜, 명량이며 해적...때리고 부수고 옛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존중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 한국영화들 속에서, 2014년에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서울거리는 어땠는가....를 조용히 보여주는 홍상수 영화를 존경합니다.

  • 3. 그영화별로던데요
    '14.9.9 9:30 PM (211.108.xxx.216)

    지루해서 혼낫어요

  • 4. 몇일전
    '14.9.10 5:27 AM (203.226.xxx.24)

    잘보고왔습니다.
    그냥 마음이 편안하더라구요.
    혼자 봐서 더 좋았던거 같아요.
    취향이 다른남편과 봤으면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3166 현대고 궁금합니다 5 궁금 2015/07/10 1,536
463165 양수천자 or 니프티 선택 2 노산 2015/07/10 1,339
463164 강풀만화 무빙 - 구경하세요! 9 11 2015/07/10 2,070
463163 린스 어디꺼 쓰세요? 7 곱슬녀 2015/07/10 1,523
463162 싸고 좋은 원목가구 없을까요 7 ... 2015/07/10 2,556
463161 양재 코스트코에 보르미올리 와인잔 파나요? 3 롸잇나우 2015/07/10 1,562
463160 황성수 힐링스테이 다녀오신분! 3 콩팥 2015/07/10 3,138
463159 주부님들 자신은 언제가 젤 행복하세요? 12 주부 2015/07/10 3,249
463158 송도에서 목동 출퇴근하기 1 샤베트맘 2015/07/10 1,272
463157 약간 쉰쌀로 한 밥 버릴까요? 5 깜박 2015/07/10 3,190
463156 선천적으로 관절 약한 사람은 근육 운동 함부로 하면 안되나요? 8 관절 2015/07/10 2,742
463155 2015년 7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5/07/10 483
463154 운동후두통 6 떡대탈출 2015/07/10 1,397
463153 한국에서 품절인 가방 프랑스에서 사서 보내면.. 6 마리 2015/07/10 2,140
463152 중3인데요...정말 어떻게 해야하는지.... 3 ㅠㅠ 2015/07/10 2,120
463151 중학생 상점은 어떻게 받는건가요? 5 바다보러가자.. 2015/07/10 3,846
463150 이런 경우 복비는 누가 13 .. 2015/07/10 3,011
463149 집에 쥐가 들어왔나봐요 ㅠㅠㅜ 9 1004 2015/07/10 2,810
463148 김해공항 근처 괜찮은 모텔이나 호텔 없나요? 2 2345 2015/07/10 1,265
463147 혹시... `영어단어학습기` 써보시분 있으신가요? 1 주근깨공주 2015/07/10 759
463146 밀가루 음식 끊으신 분들.. 뭐 먹고 사시나요? 6 밀가루 2015/07/10 2,828
463145 대학1여학생 둘이 싱가폴가는데요 15 사랑 2015/07/10 3,255
463144 JTBC 뭔 일이죠 대체? 17 모야? 2015/07/10 14,199
463143 독서실책상 어떤가요? 너이길 2015/07/10 1,324
463142 어금니를 금으로 때운 것도 수명이 있나요? 13 carped.. 2015/07/10 14,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