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재열/일베적 인식체계..일독 권해요

공감 조회수 : 1,111
작성일 : 2014-09-07 10:23:23

고재열
11시간 ·
'일베적 인식체계'란 무엇인가?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과 농성단 옆에서 ‘폭식 투쟁’을 한 일베(일간 베스트 이용자)가 화제다. 초상집에서 풍악을 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망나니짓이라고 비난하지만 그들의 개의치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반응이다. 왜일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국민이 미개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몽준 아들이 페이스북에 썼다 논란이 되었던 표현이다. 이후 KBS 보도국장, 홍대 겸임교수, MBC 전국부장... 등에서 이런 인식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런 참사를 일으키거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정부보다 그것에 항의하는 유가족과 국민들을 먼저 비난한다.

이런 인식은 일베의 보편적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왜 맨날 국가탓만 하느냐, 네가 못나서 당한 일이다.'라는 것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다. 개인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만 욕하고 국가탓만 하는 것은 당신들이 못난 탓이다’라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다.

그들은 남의 슬픔을 공감하려 하지 않고, 그 슬픔과 선긋기를 한다. 이런 인식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당연히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보호하지 못했을 경우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최소한의 측은지심도 발휘하지 못하는지 의문일 것이다.

이런 일베적 인식 체계는 이런 논리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너의 불행은 어쩔 수 없어. 나는 4년제 대학인데, 너는 아니잖아! 나는 남자인데, 너는 아니잖아! 우리 부모는 돈이 있는데, 너는 아니잖아! 왜 모든 것을 국가탓만 하니? 국가가 너까지 어떻게 다 보호하니?’ 그들은 국가의 의무를 묻지 않는다. 자신이 기득권의 범위 안에 있는 이상 국가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가의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왜냐하면 자신은 보호받는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보호받을 것이라 믿고... ‘국가는 나까지만 보호하면 되고 너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국가가 저들까지 보호하면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이라는 거대한 담벼락 안에서 그들은 담장 밖의 사람을 조롱한다. 조롱을 넘어서 방어한다. 왜? 그들까지 이것을 다 누리려고 한다면 내가 누리는 것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베적 인식 체계에서, 일베 안의 찌질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버리는 카드’인데 왜 국가에 대해서 요구하지 않고 국가에 요구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의 처절한 ‘인정투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4년제니까, 저기 2년제까지만 버리고 저까지는 살려주세요...’

그렇다면 이런 인식이 '그들'만의 문제일가? 우리 무의식 속의 '버리는 카드'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그런 인식과 비슷한 논리구조로 집단적 아픔을 외면하곤 한다.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영화 를 보면 '버리는 카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딸을 폭행하는 아버지는 술꾼이지만 마을일에 적극적이어서 마을에 유용하다. 그래서 그의 의붓딸의 고통에 마을 사람들은 무심하고 '방관하는 공범'이 된다. 그 딸은 마을의 '버리는 카드'인 셈이다.

원폭 피해자 마을 이야기를 다룬 일본 만화가 고노 후미요 에 보면 마을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람들은 그냥 우리가 조용히 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

구조와 개인의 문제에서... 자신의 기득권의 범주에 있거나, 그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혹은 구조를 통해 내 이익이 보장받거나 내 안전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피해를 입는 개인에 대해서 '버리는 카드'로 치부하며 방관하는 자신을 변호한다.

쌍용차가 한진중공업이 강정이 밀양이... 그 '버리는 카드'였던 셈이다. 정몽준 아들이나 KBS 보도국장이나 홍익대 교수나 일베의 인식은... 세월호도 '버리는 카드'로 여기자는 것이었다.

이런 인식 체계는 가난한 5060 세대가 왜 새누리당에 경도되는지 그 까닭고 다소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함께 소작농을 벗어나자고 말하는 진보 논객들의 외침보다 마름을 시켜주겠다는 보수 기득권층의 유혹에 더 혹한다.

‘버리는 카드’는 과감히 버려버리고... 경기를 회복시키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내 취업도 시켜주고, 내 승진도 시켜주고, 내가 결혼도 하고 집도 사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이기주의의 집합이 바로 일베다.

그래서 그들은 당당히 단식 유가족 앞에서 햄버거를 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괴물이 되었다.


IP : 175.244.xxx.16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구름
    '14.9.7 10:30 AM (183.98.xxx.95)

    여긴 추천은 없나봐요 명절엔 명문

  • 2. ㅇㅇ
    '14.9.7 10:33 AM (118.36.xxx.188)

    팡팡 좋은 명절 되세요

  • 3. ..
    '14.9.7 11:03 AM (110.70.xxx.144)

    같은 기자신분인데 조중동 기레기들과 수준차가..

  • 4. ##
    '14.9.7 11:09 AM (59.15.xxx.80)

    추천~좋은 명절 되세요

  • 5. ****
    '14.9.7 11:14 AM (125.185.xxx.138)

    좋은 글이네요.추천합니다.

  • 6. 추천합니다
    '14.9.7 11:48 AM (118.223.xxx.234)

    ...............

  • 7. ㅡㅡ
    '14.9.7 11:59 AM (223.62.xxx.36)

    이 글을 베스트로!!

  • 8. 베스트
    '14.9.7 12:19 PM (108.14.xxx.87)

    분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에서 노동학에 대해서 강의할 때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아버지가 고용인의 상태인 학생과 중소기업이라도 경영을 하는 아버지를 둔 학생의
    시각이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경영인인 학생은 비정규직을 없애면 자신의 아버지는 이익을 남길 수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고 합니다.

  • 9. 역시나
    '14.9.7 12:21 PM (108.14.xxx.87)

    이 글 때문에 바로 아메바 떴었군요.

  • 10. 좋은글
    '14.9.7 3:47 PM (203.226.xxx.5)

    추천합니다....

  • 11. 아줌마
    '14.9.7 4:56 PM (118.36.xxx.204)

    이 글 때문에 바로 아메바 떴었군요. 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1701 미드 굿와이프 좋아하시는 분 계세요?? 10 혹시 2014/09/30 2,383
421700 일반인 유가족 대변인 고소하기로... 17 ... 2014/09/30 2,152
421699 자동차환경개선부담금 내셨어요? 세금 2014/09/30 638
421698 [세월호진상규명] 이래서 82가 너~~무 좋아요.. 3 청명하늘 2014/09/30 607
421697 단층으로된 단독주택 알아봐요 6 주택 2014/09/30 2,782
421696 쉼터 한 끼 값 1650원…과자도 못 먹는 학대아동 2 세우실 2014/09/30 762
421695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 딸 만 한가요? 2 큰기대없이 2014/09/30 1,952
421694 여기 글쓰기 재등록 시간이 몇분 한정인가요? 오즈의앨리스.. 2014/09/30 452
421693 망치부인- 당신이 빵집주인아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6분짜리 2014/09/30 827
421692 친정에서 김장김치 해주시는데 시댁 김장때 가야되나요? 22 김장 2014/09/30 5,529
421691 창덕궁 후원 방문 질문입니다. 2 시골아짐 2014/09/30 995
421690 82쿡이 아니었으면 나이 들어가는 게 무지 서글펐을 거 같아요... 1 ..... 2014/09/30 678
421689 국산 귀리 살수 있는곳 알려주세요 7 ,,, 2014/09/30 1,936
421688 스키 시즌권 및 스키에 대해 질문드려요 2 스키 2014/09/30 569
421687 찬바람이 부니 벌써부터 시댁 김장이 걱정이 되요. 2 나원 2014/09/30 1,410
421686 홈쇼핑 씽크대 2 ㅎㅅ 2014/09/30 1,628
421685 택시기사가 승객대화 인터넷 방송…파기환송심서 '무죄' 5 세우실 2014/09/30 839
421684 싱크대 거름망 찌꺼기 끼는거 어떻게 청소하세요? 10 젤어려워 2014/09/30 2,880
421683 난자완스 집에서 해먹기 복잡할까요? 1 난자완스 2014/09/30 604
421682 섬유근통증후군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 4 속상한 딸 2014/09/30 2,036
421681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분들께 좁은 조언을 드리자면... 72 ㅇㅇ 2014/09/30 26,511
421680 냉장고물병 추천좀 해주세요 4 그날 2014/09/30 1,158
421679 말많으면서 싸가지없는 사람vs조용하면서 싸가지없는 사람 4 오즈의앨리스.. 2014/09/30 3,578
421678 카드론 대출 받아보신 분 있나요? 5 yolo 2014/09/30 1,835
421677 스케쳐스 웨지 운동화 어때요? 3 /// 2014/09/30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