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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댁에나 잘하라는 친정 엄마가 야속하다면

정말 조회수 : 2,296
작성일 : 2014-09-05 21:12:01
며칠 전부터 턱 관절이 아파서 무엇을 잘 먹지 못하니 기운이 하나도 없던 차였습니다.
나는 먹을 수 없어도 가족들은 먹어야 하니 부랴부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정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너 떡은 왜 보냈니!" 
(엄마의 이 첫마디에는 불쾌감이 섞여 있고 저를 추궁하십니다. 
추석이 다가와서 양쪽 어르신들께 떡상자를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보내드렸던 차였습니다. 별로 비싸지 않은 상품이었어요.)
-네?
-떡은 왜 보냈냐고!
-...
-쓸데 없이 돈은 왜 써! 시댁엔 보냈니?(시댁에도 보내드렸지?가 아닙니다. 짜증 가득한 삭막한 말투입니다.)
-네
-그래 시댁에 잘하면 돼.
-다 잘하면 되지요.
-시댁에 잘하는 게 엄마는 좋아.
-너무 옛날식이예요. 나는 엄마 그러시는 거 싫어요. 그냥 잘 받았다 하시지 엄마는...
-언니는 시댁에 잘하는데!
-네? ....(뜬금없는 말씀에 황당. 언니는 시어른들이 돌아가셨는데. 형제들에게 잘한단 말씀인가? 아님 새언니가 엄마에게 잘한단 말씀인가 헷갈리며 말문이...)
-그래, 잘 받았다.
...

서먹하게 몇 마디 더 없이 통화가 끝났습니다.

딸은 출가외인이다는 지론을 갖고 계신 엄마입니다. 어려서부터 오빠만 끔찍했지요.
그냥 엄마는 그러신갑다 할 만도 한데 한번씩 이렇게 속이 상하네요.
야채를 다지다가 나도 모르게 줄줄 눈물이 흘러 화장실로 도망쳐 울었어요, 아이들이 놀랄까봐.
그깟 떡상자가 뭐라고 반갑게 받지 못하시는 엄마가 원망스럽고
(저희가 떡상자 하나 못 보낼 만한 형편은 전혀 아닙니다),
시댁이 윤택했다면 덜 저러셨을까 또 한번 원망스럽고
(저희가 생활비 드리고 있어요. 친정엔 못하면서. 친정은 여유 있으시고 용돈도 안 받으시려 해요),
딸은 엄마에게 자식 아니란 식의 얘길 왜 끊임없이 하시나 답답해요.

시댁에나 잘하라는 엄마는 생전 저에게 전화 안 하십니다.
제게 별 애정이 없어 보이는 엄마... 이런 친정 어머니를 가지신 82언니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시나요?
제가 지금 몸이 아파 기운이 없으니 과민 반응하는 건가요?
지혜로운 조언 부탁드립니다.


IP : 118.211.xxx.15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갈색벨트
    '14.9.5 9:25 PM (58.236.xxx.3)

    아이구...어쩜좋아..얼마나 속상하셨어요...ㅠㅠ 세상에...저도 막 서러워집니다ㅠㅠ 어머니가 왜 그러셨을까요?
    시집간 딸이 혹여라도 시집에 책잡히는게 몸서리치게 싫으신가봐요..애틋하고 이렇게 사랑스러운데ㅠㅠ..님..이젠 하지마세요..그 돈으로 차라리 님 예쁜 티라도 하나 더 사시고
    립스틱이라도 사세요..울지마세요ㅠㅠ 아웅..속상하다 근데..

  • 2. 짝사랑 그만하고
    '14.9.5 9:26 PM (180.65.xxx.29)

    가족이랑 알콩 달콩 사세요. 효도야 아들이 하겠죠

  • 3. 그게요
    '14.9.5 10:14 PM (223.62.xxx.83)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글님 참 속상하실까 하지만...

    딸들이 혹시 바랄까봐 그러시더라구요.
    형편이 좋으신분들이 많이 그러세요.

    그리고 친정 신경쓰는 딸...
    어른들에겐 부정적인 이미지에요.

    저희 엄마가 젊은분인데 그러시더라구요.
    이왕이면 며느리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더 자랑스러하시지
    ..
    시집간 딸이랑 엮이는 거 부끄러워하시는 듯 해요.

  • 4. 늙은엄마한텐
    '14.9.5 11:17 PM (39.121.xxx.22)

    시집간 딸이 맘쓰기도 부담스런거죠
    앞으론 안주고안받고하세요
    친정서 돈이나 관심달라고 엉켜서
    반대로 친정엄마한테 김치하나도
    안받을려는 딸도 많아요

  • 5. ..
    '14.9.6 8:15 AM (220.76.xxx.234)

    글쎄요
    꼭 출가외인이고 나중에 재산 안주려고 그런 말씀 하셨을까요?
    저도 님이랑 비슷해요
    시댁에 생활비 꼬박꼬박 드리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정도움도 지속적으로 받는건 아니예요
    결혼할때 많이 해주시긴했지만 저희 엄마는 저에게
    친정돈 시댁으로 흘러간다고 해서 속상해 하셨거든요
    돈벌어서 집살 돈이었는데 집은 있으니 여행간다 이거죠..
    그냥 못사는게 안타깝고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말 한마디 딸 생각하며 애틋하게 하신 분 아니라면 그냥 넘기세요
    마음은 떡 받아서 좋아하실겁니다
    저희 친정엄마도 챙겨주면 좋아하십니다
    우리 엄마 돈 많아서 이런거 별로 안 좋아해..
    이렇게 생각하고 저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좋은거 많이 챙겨 드리세요
    잘 받았다 이런 소리 못들어도 형편되시면 시댁이랑 친정이랑 똑같이 챙기세요
    그게 나중에 후회안해요

  • 6. 너무하네~
    '14.9.6 8:47 AM (14.32.xxx.157)

    저라면 앞으로는 시댁에만 보낼께요! 할거 같네요,
    제 생각에도 친정엄마가 원글님이 뭔가 뜯어갈까 경계하시는거 같네요.
    원글님이 보낸 떡이 뭔가 목적이 있는 뇌물쯤으로 오해하신거 같아요.
    그리고 친정엄마는 원글님에게 뭔가 빼앗기기 싫어하시는거고요.
    원글님이 떵떵거리고 풍족하게 잘 살면 친정엄마가 먼저 떡 보내요.
    부모 자식간에도 없으면 무시하고 손해 안보려하는 세상이죠.
    맘 추수르시고 금의환향하겠다는 생각으로 친정과는 거리를 두세요.
    명절 잘 보내시고 웟분말대로 짝사랑은 이제 그만~~

  • 7. 정말
    '14.9.6 9:08 PM (118.211.xxx.154)

    댓글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귀한 위로도 얻고 생각의 전환도 얻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국면, 내가 무엇을 바랄까봐 엄마가 지레 거리를 두신다....
    유독 돈에 민감하셨던 엄마를 떠올리면 정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을 바라는 마음 눈꼽만큼도 없었던 저로선 당황스럽습니다.

    다 떠나서....
    평생 엄마와 사랑 나누기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새삼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저를 괴롭힙니다.
    어젯밤엔 꺽꺽 울었네요.
    엄마가 이해하시지 못할 저의 약점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실패감이 시댁에도 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엄마가 "시댁, 시댁" 하실수록 저는 귀를 틀어막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님들은 친정 엄마와의 상처를 지닌 채로 시댁 어른들과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나요. 저는 불가능합니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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