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노희경 하면 드라마 "거짓말"이 자동 재생된다
후에도 좋은 드라마들이 나오긴 했지만 첫정은 드라마 거짓말이다
사람의 아픔과 모순을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쩜 저리 섬세하고 내밀하게 그려낼까...
배우들의 열연도 중요하지만 작가든 감독이든 제 살이 드러나는 일이다
노희경이라는 한 인간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일...
뾰족한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마주하기 싫은 불편함도 있지만 왠지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처럼
미련을 조장한다
모든 비극은 가족에서 시작된다는 관계의 업을 어느 순간에도 잊지 않는 듯하다
치유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작가적 역량이 드러나는 일인데
인간적인 매력 또한 여기에 있다
꼬마 소년 같은 생김새에 굳이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는 차림새
극 중 여자 주인공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시니컬한 말투에 현실을 초월한 것 같지만 실은 어설픈 사랑에도 쓰러지는 약하디 약한 여자라는 걸...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말하는 작가는 항상 사랑을 꿈꾸는 여자일 거다
아픔을 아는 사람만이 사랑에 확신을 갖는다
드라마에서 여느 작가들과 차별되는 노희경의 향기다
오직 경험에서 우러나는 자기확신으로 말하는 사람의 표정엔 자유가 있다
결코 상대를 굴복시키려거나 자신의 의지를 주입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말하고..그만이다
끌려가는 건 상대의 자유다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철렁하는 순간을 만난다
그래서 노희경이 좋다
그녀의 모든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구석이 분명 있다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인정하고 보듬어가는 것이 느껴져
지랄스럽고 뒤틀린 인물에도 어느새 이해와 연민이 가 있다
유독 상처 난 사람에 맘을 주는 건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성실함이다
점점 드라마가 화려해지고 자기성찰에 매몰되는 부담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화두로 글을 풀어가는 그녀의 뚝심은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