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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의 부정은 왜 자식한테 상처가 될까요

... 조회수 : 3,056
작성일 : 2014-09-05 04:28:29
중학교때 엄마가 다른 남자에게 쓴, 애정 담긴 편지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전부터 부모님이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라는걸 알았었지만 막상 보니 배신감은 좀 들었었죠ㅎㅎ 
그렇다고 엄마가 저한테 못해준건 아니에요. 
성격이 얌전하신 분은 아니라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기본적으로 절 많이 사랑해줬고 자랑스러워했으니까요.
그리고 아버지가 워낙 무심하고 무뚝뚝한 성격이라 엄마가 외로웠을 것도 어느정도 이해하구요.

예전에 이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았더니 엄마가 가정을 버렸던 것도 아니고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았을뿐인데 왜 네가 신경을 쓰고 상처받았냐고 하더군요. 그 말도 일리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았을뿐이죠....
근데 저는 왜 그 이후로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도 엄마가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면 듣기 싫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지, 왜 아직도 일년에 한두번은 그 편지 내용이 떠오르면서 가슴 한 구석이 찬바람이 부는 것처럼 에여오는지 모르겠네요.....

IP : 207.244.xxx.22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9.5 5:28 AM (1.177.xxx.64)

    아이에게 부모는 온세계인데
    그 중 한 세계가 없어지려고 하는데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크겠어요

  • 2.
    '14.9.5 7:22 AM (121.169.xxx.246)

    이혼녀인데 만나는 남자도 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성과의 사랑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이런 글 보니 급 슬퍼져요...

  • 3. ..
    '14.9.5 9:05 AM (223.62.xxx.86)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보니까 자식도 부모를 소유물로 보는거죠. 우리나라 가족소유제도 무섭습니다. 늙어서 혼자 외로워도 자식 눈치보여서 꿋꿋하게 혼자지내야되요. 재산이라도 있음 재혼은 더 어렵겠죠.

  • 4. 님이
    '14.9.5 9:12 AM (112.173.xxx.214)

    가정은 꼭 이래야 한다는 관념 속에 어머니의 그 모습은 아니었던거죠.
    그러니 그게 오랜시간 상처로 남아있는거구요.
    하지만 이세상에 뭐든 꼭이란 건 정말 없답니다.
    결혼이 사람 맘까지 백프로 묶어둔다고 착각 하지는 마세요.

  • 5. ...
    '14.9.5 9:12 AM (118.42.xxx.194)

    이혼을 했으면 엄마의 연애가 그렇게 상처는 아니었을텐데,
    아빠랑 한집에 살면서 엄마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연애하니까 당연히 불안하고 엄마가 밉고 그랬겠죠..
    엄마도 남편에게 더 노력해서 관계를 회복하지않고
    딴남자에게 눈을 돌렸다면 잘못이구요..

  • 6. 가정이라는 울타리
    '14.9.5 9:49 AM (59.86.xxx.245)

    내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엄마.
    혹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아버지.
    언제까지나 배타적이고 견고하리라 믿었던 '가정'이 사실은 언제라도 타인이 침범할 수 있는 허술한 모래성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죠.
    신뢰의 상실과 위험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 7. 알아요 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14.9.5 10:06 AM (14.35.xxx.218)

    인간의 원처적 두려움은 생존이지요..즉 죽음 .
    어렸을때 부모의 외도는 꼭 내 생존이 위협 받을거란거...본능적으로 알고 , 본능적으로 대처될겁니다.
    그래서 공포, 두려움이겠지요.
    성인이 되서 부모의 외도는 재산의 감소에서 오는 마음과 인간적 의리를 저버리는 행태를 보는데서 오는 실망감이지 ,상처하고는 성질이 다를거예요.

    부모가 외도했는데, 재산상의 손해도 없을거고, 마지막 의리도 서로 저버리지 않을거라는 부모님에 믿음이 있으면 성인되서 부모의 외도를 보면,,,그냥 부모의 인생이라고 쿨하게 인정됩니다...

  • 8. 불안감
    '14.9.5 10:20 AM (115.161.xxx.26) - 삭제된댓글

    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이죠.
    엄마랑 아빠가 열렬히 사랑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의심.
    나를 둘러싼 부모의 울타리가 가짜라는 불신.

  • 9. ..
    '14.9.5 11:35 AM (118.221.xxx.62)

    당연 상처죠 그분이 이상해요
    작은 것도 상처인데...내 부모 불륜이 어찌 쿨할 문젠가요혼자된 엄마도 아니고..

  • 10. 외할머니가 아버지
    '14.9.5 12:13 PM (203.246.xxx.72)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서 엄마에게 자식들을 고아원으로 보내라고 하셨어요
    엄마 성격상 외할머니에게 대꾸 않으셨지만 저는 그게 상당한 충격이었고
    그 후로 엄마가 애정표현을 해도 위선으로 느껴졌어요
    사랑해서 키우시고 의무감으로 키우셨겠죠.

    아마 남같은 딸이겠죠 저는.. 기본은 하지만 사랑한다는 느낌은 없어요
    홀로 자식 셋을 키우며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지만 그 충격은 아직 남아 있네요

    아이 때문에 사이좋지 않은 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사셨지만 자식에겐 상처겠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갑자기 좀 우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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