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비를 좋아한다
맞는 것도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지난 밤...빗소리 들으며 그걸 배경 삼아 달디 단 잠을 잤다
새벽 5시 조금 넘은 시간...
핸폰이 울려 받아 보니
함께 일하는 후배가 새벽부터 복통이 시작돼 응급실에 있다는
출근을 못할 것 같다고...통증이 채 가시지 않는 목소리로 연거푸 "죄송합니다"...
비몽사몽 놀란 맘에 내 목소리도 갈라지고 "알았다 , 조리 잘 하고 보자.."
잠은 이미 꺼졌고 그 시간 정신 차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친구 지방에서 상경해 혼자 사는데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119도 직접 걸어 갔는 모양인데
갑자기 멜랑꼴리한 빗소리에 젖어 축 늘어진 나와
식은땀 흘리며 아픈 배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렀을 그 아이 생각하니
뭔지 모를 미안과 뜬금 없는 허무가 오뉴월 서리처럼 기분을 차갑게 한다
그러던 찰나 아침 뉴스에선 모 걸그룹의 교통사고.사망 소식까지...
이렇게 아슬아슬한 세상에 살고 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로
지루하고 권태로운 내 일상의 주변부는 바람이 끊이질 않는다
뉴스를 듣고 노파심에서였나...
운전을 하려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미처 마무리 못한 후배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으니 그렇게라도 걱정을 덜어줘야 얼른 나지 싶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라 반가웠는데
어제처럼 마냥 감상에 빠지진 않는다
오랜만에 신은 장화에 빗물이 튀지만 차갑지 않다
비 오는 날 그 양에 따라 장화는 유용하다
오늘 하루 다들 "안녕"한지 안부 문자라도 넣어야겠다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22도란다
기분 좋게 축축하고...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