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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명절이라는거

명절 조회수 : 934
작성일 : 2014-09-03 09:08:14
시아버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결혼 후 3년 동안 명절에 친정 한번 못가고 시댁 식구들 우리집에서 재우며 명절을 보냈다
그동안 시댁 사람 그 누구도 친정 가봐야하지 않냐고 얘기하지 않았다
남편을 포함해서

그나마 다행인게
내가 친정이랑 가까이 지내지 않아 명절에 친정 못가는게 그렇게 서럽거나하지 않았다는거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명절에 시댁으로 내려가는데
형님이 별거아닌 사정으로 명절에 안온단다
겨우 구한 표는 명절 전날 오후 2시쯤 도착하는 기차
그 얘기를 들은 시누

누가 음식하는데!

하며 짜증에 짜증을 내더라
시어머니 허리 아프고 자기 팔 다쳐서 음식할 사람 없단다
시어머니 허리 아파도 김치도 담그고 반찬도 하고 다 하는데?
시누 팔 다친거 놀러갔다가 넘어져서 팔꿈치를 못 편단다

형님도 안온다는데 나라도 가야된다고 하루종일 비행기 예약사이트 뒤져서
명절 전전날 저녁 7시 비행기를 끊었다
남편은 반차내고 아직 많이 어리던 둘째 비행기 태워 부산가니 시누 시모 화색이 돈다

형님이 장은 다 봤다네
그래서 기분이 좋다네

다음날 명절 전날
형님은 안왔다
아주버님이랑 싸워서 아주버님이 오지 말랬단다
시어머니는 꼼짝도 안하고
시누는 다친 팔로 도와준다는데 칼질이 한나절이고
결국 나혼자 다하고



저번 제사
도착하니 제삿날 오후 1시
늦을까 부랴부라 혹시 음식하고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갔더니
손도 하나 안대고 준비도 안해놓고 장도 다 안봤더라
형님은 장보고 온다고 2시 넘어서 오고
안그래도 동작 굼뜬 시누 꿈지럭꿈지럭 뭐 한다고 왔다갔다 하는데 절대 제사준비는 아니고
시어머니는 당일에 왔다고 입이 대빡만큼 나와서는 부엌서 쿵쾅쿵쾅
눈치보며 재료 손질하고 내 전담 전만들고 시누는 튀김 형님은 나물 탕국

시어머니는 뭐가 맘에 안드는지 시누 옆에 붙어 잔소리잔소리
아마 배나와 앉아서 전부치는 제수씨가 안쓰러워 같이 전부치는 큰아들이 맘에 안든거겠지


이꼴저꼴 보기 싫어 명절 전날 오후 1시 도착하는 표 끊었는데
남편은 명절 전전날 밤 12시에 도착하는 기차 타고 가잔다

전날 가면 형님은 장보고 온다며 점심 지나서 올꺼고
시누는 늦잠 잘만큼 자고 꿈지럭거리며 돌아댕길거고
시모는 또 전부 맘에 안든다는 얼굴로 다 때려부술 기세로 쿵쾅거리며 다닐거고
남편은 신경도 안쓰고 누워 휴대폰보고 있을거고
애들은 뛰어댕기다 울고
나는 눈치보고 있겠지

전날 오후 1시에 도착해서 들어가도 어차피 손하나 까딱안하고들 있을거면서
이혼하네마네 하다가 사이 좋아진 큰며느리는 눈치보여 다 좋다좋다 하고
부부 사이 좋고 남편이 하는대로 따라주는 작은며느리는 다 맘에 안들고

친정이 지근거리라 시도때도 없이 가는 형님은 명절에 친정 꼭 가야되나 이러고
일년에 명절 두번 생일에 한두번 갈까말까 다 해봐야 일년에 최대 4번 가는게 그리 못마땅한지
명절에 가족들 꼭 봐야하냐는데

저도 안보고 친정도 안가고 시댁도 안가고 싶네요
내가 내 권리 안찾으니 안찾아먹어도 되는가보다 해서 신경 안써서 이제는 찾아먹으려구요
저도 친정가서 소파에 누워 늘어져있고 싶네요


그래도 명절이니 의무는 해야지
가서 열심히 음식하고 와야지
그리 생각하고 갔다 와야지
IP : 223.62.xxx.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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