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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유민아빠를 조롱하는 사회

슬프네요 조회수 : 1,999
작성일 : 2014-08-29 18:19:44



유 창 선 (시사평론가)

세상은 유민 아빠가 어떤 사람이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두 딸을 늘 곁에서 품어주며 휴가철에는
여행도 함께 떠나는 넉넉한 아빠,
그리고 아무리 분노가 솟구쳐도
권력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이성적으로 말하는 교양있는 아빠.
적어도 세월호 특별법 투쟁의 상징이 되었던 부모라면
그런 모습 정도는 갖추어야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금속노조 조합원이었고
이혼도 하고 두 딸도 직접 키우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양육비조차 거를 때가 있었다고 한다.

보수신문과 종편채널들은 그럴 줄 았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영오씨를 죽은 딸을 갖고 ‘시체장사’라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몰아붙였다.

김씨를 비방하는 유언비어를 담은 출처불명의 카톡 메시지가 대대적으로 유포되었고,
그를 조롱하는 폭식투쟁을 하겠다고 나선 곳까지 있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딸이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며
목숨을 걸고 단식을 벌였던 유민 아빠는
수없이 조롱받고 난도질 당해야 했다.

세상에 죽은 딸에 대한 사랑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빠가 카톡을 공개하고 통장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사회가 어디 있는가.

그러나 유민 아빠는 상처받은 개인사를 갖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아비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함을 자책하며 살아가는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 분노 앞에서는
이성을 가누지 못하게 되어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김영오씨의 금속노조 조합원 신분, 이혼 경력을 들추며
자식의 죽음을 슬퍼할 자격조차 없는 것처럼 몰고간 행태의 바탕에는
결국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멸시하는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이혼하고 힘들게 살다 보니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보고,
사주고 싶어도 많이 사주지 못했던 것에
억장이 무너지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 싸운다”는
그의 말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유민 아빠를 향한 인격 살인은 계속되었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도 본질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던 유민 아빠를 끝내 외면했다.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비서관조차도 보내지 않았다.

바빠서 유족들을 만나지 못한다던 대통령은 광화문광장을 피해
그대신 멀리 자갈치 시장을 다녀왔다.
비난보다 더 무서운 외면이었고 무시였다.

정권에게 유가족들은 더 이상 손잡아줄 대상이 아니라
이제 상종해줘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그대로인 4개월 반만에 정권은 이렇게 급변침 해버렸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부모들이 인격적 살인 앞에서 고통받아야 했다.

죽어간 아이들의 부모를 향해 가만히 있으라며
사찰을 하고 모략을 하고 조롱을 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직후 우리는 이제야말로 물질우선의 사회를 넘어. 인간존중의 사회로 가야 함을 말했다.

그러나 유민 아빠의 목숨을 건 단식에 대한
조롱이 버젓이 활개칠 수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 우리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자식이 죽었기에 슬퍼했고 분노했고,
그러했기에 목숨을 걸었던 단식이 조롱받는,
이 곳은 분명 야만사회이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세월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정작 누구인가.

대체 그 죄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
IP : 112.145.xxx.27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4.8.29 6:25 PM (118.36.xxx.143)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야만적으로 변한 건지

  • 2. 정성
    '14.8.29 6:28 PM (118.37.xxx.138) - 삭제된댓글

    유민아빠의 개인사를 후벼파기 할꺼란건 예상했습니다.
    내가 이혼하면, 자동노조 가입되는 회사에 들어가면, 돈이 없으면....유민아빠처럼 나라와 가진자들에게서 외면을 당할까싶어서 너무 울적했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가족을 잃고 울부짖고 있으면 저들은 나를 난도질하겠구나 싶은게...
    저는 그런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닌데, 주변엔 남이 일이라고 관심끄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있어서 안타까와요.

  • 3. 공감 백배네요
    '14.8.29 6:31 PM (175.210.xxx.243)

    '김영오씨의 금속노조 조합원 신분, 이혼 경력을 들추며 자식의 죽음을 슬퍼할 자격조차 없는 것처럼 몰고간 행태의 바탕에는 결국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멸시하는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한 줌도 안되는 권력으로 국민을 노예취급하는 인간벌레들...

  • 4. 약자
    '14.8.29 6:50 PM (203.226.xxx.56)

    누구든 유민아빠같은 약자가될수있는데 교만과 오만의 너울을쓰고 약하디약한 백성을 외면하네요. 언제든오라던 말은 왜 했는지?

  • 5. 정말 걱정됨
    '14.8.29 7:35 PM (119.67.xxx.219)

    정신병원에서 꼭 치료받게 해주고 싶은 사람들...
    인간이 아님.

  • 6. . . . .
    '14.8.29 7:40 PM (125.185.xxx.138)

    그녀에게 혈육을 잃은 아픔이란 트라우마이면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칼과 같은 것이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것.
    극복하지 못한 그녀의 상처는 장점을 단점으로
    만들고 치부를 드러내게 할것이다.
    숨기려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건 사고로 더 많은
    사람을 찌르게 되고 마침내 자신에게 돌아간다.
    그게 세상의 도리요 이치이다.

  • 7. 건너 마을 아줌마
    '14.8.29 7:45 PM (211.36.xxx.248)

    이런 글이 베스트에 가야 됨다!!!

  • 8. 자운영
    '14.8.29 7:49 PM (112.223.xxx.158)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 왜 그럴까요? 남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 준 만큼 그대로 받았으면 좋겠네요.

  • 9. 건너 마을 아줌마
    '14.8.29 7:55 PM (211.36.xxx.248)

    나이 마흔 중반의 비정규직 아빠...
    월수입이 얼마였을까요?

    한달 내내 일 하고, 야근에 주말까지 일해봤자
    방세 내고, 식비에 교통비 쓰고, 딸들 앞으로 보험 쬐꼬만 거 하나씩 들고나면 지갑에 얼마가 남았을까...

    딸들이 보고 싶어도 안산까지 드는 왕복 차비를 생각해야 하고,
    이틀 놀게 되면 공치는 일당을 계산하면서
    "우리 이쁜 공주들, 다음에 보자~" 그리움을 삼키던 아빠...
    밀린 삯들 해결하느라 애들 양육비 매달 꼬박꼬박 보내지 못하고 거른 적도 있었던 아빠...

    작년 7월에야 겨우 정규직이 된 아빠는, 이제는 딸들이랑 어디 놀러도 가고, 딸들에게 뭔가 해주고도 싶었는데...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래서 굶었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굶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아빠의 월수입은 얼마였을까요?
    한 달에 몇 백 벌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것 먹고, 좋은 차 타면서
    아이들 양육비 안 보냈으면 나쁜놈이죠.
    근데...
    비정규직 노동자.

    그 분이 페북에 쓴 글... 철자도 엉망으로 다 틀린 글 보면서
    저는 마음이 아팠어요.
    많이 물려받지 못하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비정규직 아빠의 후회가 40일을 굶게한 그 앙상한 모습.

    돈이 없으니까 보고 싶어도 못 보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마음껏 못해준 내 딸
    어떻게 죽었나 진상규명이라도 해 주고픈 그 마음...
    돈 없고 빽 없어서 목숨 걸고 굶는 그 불쌍한 아빠 마음을...
    정.녕. 느.낄. 수. 없.는. 것.인.가.요.

  • 10. ...
    '14.8.29 7:56 PM (39.7.xxx.4)

    물질만능을 지향하는 정당이 제1당이 되어 정치하는 나라라 그런거 같아요.
    적당히 돈 쥐어주고,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되니까 난리를 치는 거죠.
    새누리와 그곳출신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건 돈일 거에요. 자식보다도.
    자기들이 그러니 남도 그런줄 알았다가, 세월호 유족들은 그게 아니라서 아마 당황했나봐요.
    그들의 악행은 대체 언제 끝이 날까요?
    일제가 물러가고 나니 친일파들이 그들을 이어 동족을 괴롭히는 나라..

  • 11. ...
    '14.8.29 8:22 PM (175.223.xxx.107)

    새누리가 국민에게 바라는건 입다물고 일심히..세금 열심히..
    갖다바치면.. 그돈으로 지들 배 부르기...
    어떻게하면 국민에게 세금더뜯어낼까.. 지들이랑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대기업 더 편애할수 있을까... 고민일것임
    한마디로 국민은 노예...
    노예의 자식들은 몇백명쯤 죽어도 눈하나깜짝 안하기...
    여기 극악스러운 알바들이 새누리랑 똑같은 인간들.

  • 12. 금속노조도
    '14.8.29 8:30 PM (175.212.xxx.244)

    사업장에 따라 가입 방법이 다르답니다.
    유민아빠가 일하는 사업장(자동차부품)은 유니온이라 해서 정규직이 되면 자동으로 노조가입이 되는곳이래요.
    노동자가 직접 가입서를 쓰는 금속노조가 있고요.각 사업장 마다 다르다고 노조분께 직접 들었어요.

  • 13. ㅡㅡ
    '14.8.29 8:30 PM (223.62.xxx.88)

    죽은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도
    이 사회에서는 온갖 조롱의 대상이 되는현실.
    거기에 종북 딱지 붙이는 개같은 언론.
    미친 나라.

  • 14. ...
    '14.8.29 10:14 PM (1.236.xxx.134)

    세상에 죽은 딸에 대한 사랑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빠가 카톡을 공개하고 통장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사회가 어디 있는가. 22222222

  • 15. 계속
    '14.8.29 10:15 PM (39.7.xxx.135)

    곱씹어 읽어봐도 분노스럽고 절망스럽네요.

  • 16. ㅠㅠ
    '14.8.29 10:59 PM (112.169.xxx.10)

    그런 인간들과 같이 산다는게 정말 끔찍해요
    왜 인간성들의 그모양일까요
    언제부터 우리나라사람들이 이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되더군요
    다들 어쩜 그리 단순무식한지 오직 돈만아는 사람들뿐인거같아요

  • 17. 야만적인 정글같은
    '14.8.29 11:33 PM (184.152.xxx.72)

    현실을 정확하게 적나라하게 진단해서 글을 잘 쓰셨네요.
    자식 잃은 부모한테 조롱이라니..........
    죄지은 자들은 벌을 언젠가는 꼭 받을 겁니다.

  • 18. 에효...
    '14.8.30 12:15 AM (121.175.xxx.117)

    아무리 부정이 있었대도 총칼을 들이대진 않았는데 박근혜가 당선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인걸요.
    말이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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