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종순 아시아투데이 사장과의 통화녹음을 공개하며

이게 언론입니까? 조회수 : 1,764
작성일 : 2014-08-29 14:37:27

아시아투데이에 5년정도 다니다가 지난 25일 사표를 낸 강세준 기자, 즉 저와 그 회사 우종순 사장 사이의 최근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기사 위와 아래에 2개의 음성파일이 각각 있습니다. 지난 27일 있었던 연이은 두차례 전화통화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먼저 전화를 건 것은 저고, 나중 것은 우 사장이 전화를 걸어온 상태에서의 대화 내용입니다.

저는 최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안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익은 도외시한채 특정 이익단체에 이권을 몰아주고 불요불급한 위원회를 만들어 관피아 조직만 양산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김 의원와 국토부, 특정 이익단체의 유착관계에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전날 오전 아시아투데이 편집회의에 보고돼 편집국장과 각부 데스크들도 대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작성, 보도된 것입니다.

기사는 8월 25일자 아시아투데이 지면에 게재되고 홈페이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송출됐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당일 오전 11시쯤 인터넷 온라인 뉴스코너에서 삭제됐습니다.

김성태 의원이 우종순 사장한테 협박성 전화를 한 직후였습니다. 기사를 쓴 저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해명할 기회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기사가 삭제된 직후 저는 사표를 냈고, 당일 수리됐습니다.

김 의원이 여당 신 실세라고 평가되는 인물이고, 우종순 사장이 언론사 오너이긴 하지만 기자가 쓴 기사를 그렇게 마음대로 사라지게 할 권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신뢰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기자는 훈련된 언론인으로서 우리사회에 소금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열린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장동력은 언론자유에 있고, 기자는 그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중한 가치를 기르고 지키기 위해 많은 선배 기자들이 청춘과 목숨을 바쳤습니다.

비록 자질이 부족해 그런 훌륭한 기자는 되지 못하더라도 명백한 불의와 폐쇄주의, 특권주의에는 저항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저와 우종순 사장간의 전화통화 녹음 파일 전문을 공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24년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아시아경제신문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24년 기자생활 동안 2014년 8월25일 만큼 자존심이 상한 날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치욕때문만이 아니라 2014년 현재 권력과 자본에 대한민국 기자가 이 정도까지 예속돼 있구나, 아직도 이렇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녹음 파일을 들어보시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파일 공개가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약간 겁도 나고 해서 미리 이 녹음파일을 몇몇 재조 재야 법조계 친구들에 들려주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나온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파일공개가 명예훼손, 모욕죄 등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조언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친구들은 대화 내용에 나오는 국회의원의 행태와 신문사 오너의 언론관에 몹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처벌을 받더라도 최소한 실형은 아닐 것 같으니까 너가 총대를 메라" 한 변호사 친구가 말하더군요.

오늘날 우리나라 언론 현실이 이렇게 까지 조악한 수준인 줄은 미처 몰랐다며 불쌍한 기자들의 작업환경을 조금이라도 진일보시키려면 파일을 공개해 권력과 자본에 경각심이라도 한번 주고 책임질 일 있으면 감수하는 것이 그래도 중견 기자로서 옳은 행동인 것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조언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IP : 1.252.xxx.10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2385 엊그제 강아지 산책 글 올렸었는데요 5 견생 2014/08/29 1,282
412384 광화문 갖다와서 심란하네요 ㅠㅠ 12 루민 2014/08/29 2,880
412383 고층인데 왜 엘리베이터로 이사하는걸까요? 14 고고싱하자 2014/08/29 6,370
412382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중에 하나가... 6 ㅜㅡㅜ 2014/08/29 2,559
412381 흑마늘 건조법 문의드려요 4 흑마늘 건조.. 2014/08/29 4,713
412380 한방소아과 한의사의 열에 대처하는 방법... 혼란스럽네요 9 이거 2014/08/29 1,986
412379 전복장이 선물로 들어왔는데 어찌 보관 해야하나요?! 1 추석이 코앞.. 2014/08/29 2,585
412378 수원 영통 명ㅁ 철학관이나 수원역 월ㅅ철학관이사는 분??? 5 .... 2014/08/29 9,716
412377 옆에 있으면 너무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사람 6 처음 2014/08/29 3,182
412376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세월호 유족분들께 아쉬운 부분. 3 첫글인데 2014/08/29 980
412375 저는 애 세돌 넘었는데 별 큰 돈 안들이고 키워요 9 2014/08/29 2,197
412374 여론조사 수상합니다. 17 ㄴㄴㄴ 2014/08/29 1,604
412373 강용석, 벌금 1500만원 선고…집단 모욕죄 성립 안돼 &.. 3 다줘 2014/08/29 1,762
412372 82에 가끔 개념없는 시엄마들 보면.. 8 ,, 2014/08/29 1,870
412371 친정엄마 얘기 빈정 상하네요 ;; 7 ㅇㅇ 2014/08/29 3,588
412370 오피스텔 구입 괜찮을까요? 2 궁금 2014/08/29 1,611
412369 콩나물 무칠때 11 반찬 2014/08/29 2,623
412368 이런 남자와 계속 사귀어도 될까요 23 익명 2014/08/29 7,722
412367 고등학교 여자 동창 20년 만에 처음 전화 왔네요.. 된장. 9 탁구중독 2014/08/29 4,998
412366 친구가 저를 천재로 알았다네요 3 ah 2014/08/29 2,650
412365 살빼려면 얼마나 조금 먹어야 되는거죠? 19 자머슈 2014/08/29 5,994
412364 교복이 반바지인데 매장에 없어서요. 긴바지는 파는데 뚝 자르면.. 5 남자애 교복.. 2014/08/29 1,319
412363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08/29pm]경제통 고별방송 lowsim.. 2014/08/29 852
412362 새누리 "세월호 특별법 양보안 만들 의사 없다".. 7 이용만하지 2014/08/29 1,197
412361 제가 생각하는 부동산 철학 10 그냥 2014/08/29 4,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