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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땐 어떻게 하시나요?

.. 조회수 : 6,565
작성일 : 2014-08-28 08:58:37
기분이 많이 좀 우울하네요...
어제 남편이랑 싸웠어요. 싸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저흰 1년 좀 넘은 신혼부부인데요
부모님 도움받지않고 결혼했고 둘 다 모아놓은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한 거라 지금 14평짜리 빌라에 월세로 살아요.
그냥 방 큰 거 하나 거실겸 주방하나 베란다 하나 다용도실하나 이렇게 있는..

남편이 아직은 일을 좀 준비하는 중이라 제 월급 반정도 벌어옵니다.
일이 잘 풀리면 지금보단 훨씬 좋아지겠지만 언제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라 사실 좀 기약없는 기다림중이에요.
저는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해 큰 불만이 없어요.
신랑하고도 큰 문제없이 신혼재미느끼며 알콩달콩 살고요.
근데 신랑이 자기 감정표현을 저한테 안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혼자 다 참고 삼키는 스타일...

그러다보니 그부분을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확 하고 터지나봐요.

요며칠 제가 회사에서 좀 안좋은 일이 있었어요.
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중인데 이번에 회사에서 원래 계약기간보다 좀 앞당겨서 일을 그만둬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돌았어요.
일은 일단 잘 해결이 됐는데 스트레스가 좀 많았어요.

그리고 이번주에 대학 동아리 동기가 네이버에 동기들용 밴드를 만들어서 초대를 했더라고요.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반가웠는데 친구들은 보니 벌써 둘째를 낳아 키우고 있는 집이 많더라고요. 저 이제 서른셋이거든요.
서울에는.. 특히 직장에는 서른 다섯이 넘어서 첫애를 낳는 분들도 많아서 제가 특별히 늦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친구들을 보니까 저만 아이가 없더라고요..
집도 저희만 월세.. 다들 그럴듯한 아파트에서 그럴듯하게 꾸며놓고 잘들 살고 있더라고요.

남하고 비교하는 거 안좋아하는 성격인데도 기분이 많이 우울해지더라고요.
이해는 돼요. 친구들은 대부분 지방에 있고 직장도 비교적 탄탄해요.
농협중앙회 다니거나 교사 공무원 공사직원... 다들 큰 돈벌이를 하는 건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거고..
저는 매달 받는 비용으로만 보면 많은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살아야하고..
결혼할 때 부모님도움안받고 한 거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을 보니 나는 원룸같은 월세인데 친구들은 아파트..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막 끝도없이 비교하게 되고 기분이 너무너무 우울해졌어요.
그게 신랑탓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니고. 우리 둘 다 열심히 잘 살고 있고.
우리 신랑 일 잘 풀리게 해보려고 힘들게 참고 있는 거 저도 다 알고 있는데도 그냥 우울했어요.
난 언제쯤 편해질까 이런 마음에....

퇴근하고 좀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제가 기분이 안좋아보였는지 무슨 일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냥.. 회사일이 잘 마무리되긴 했는데 내 처지가 많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오늘 친구들하고 오랜만에 연락이 됐는데 다들 잘 살고 있더라 우린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다운됐다. 조금 우울하다 라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한참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입더라고요.
어디가냐고 했더니 마트간데요. 뭐 사러가냐고 했더니 술사러간데요 퍼마실거래요 이미 목소리에 짜증 한가득.
평소 술 거의 안 먹는 사람이거든요.

왜그러냐. 내가 당신한테 뭐라한게 아니지 않느냐 그냥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고 얘기한건데 그걸 가지고 그러면 나는 어떡하냐. 아무말도 하지말고 살아야하나 저도 짜증을 좀 냈죠.

자기는 안 힘든 줄 아냐고. 너보다 내가 더 힘들다고. 근데 내가 그걸 너한테 티내디? 티내면 너 어쩔줄 몰라하면서 힘들어할테니 나도 그냥 참는거다. 나도 힘들다 하면서 확 화를 내네요.

억울했어요. 내가 그사람탓하면서 몰아부친것도 아니고 기분이 좀 우울해서 그냥 위로받고 싶었던건데 되려 화를내니까요. 문 닫고 나가길래 그냥 뒀는데 30분이 지나도 안오는 거에요.

온 동네를 다 뒤지면서 한시간반을 헤매다가 겨우 옆동네 편의점앞에서 혼자 소주먹고 있는 걸 찾았는데.. 마음이....
그 모습이 너무 짠해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내가 그렇게 잘못한걸까 싶기도 하고...
그냥 이 사람도 너무 힘들었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내 앞에서 강한 척 하느라 티도 못내고 혼자 많이 힘들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매번 자기 감정표현을 이런식으로 하는 그사람한테 화도 나더라고요.

그냥.. 그사람한테 위로받고 싶었던건데 되려 나한테 화를 내고 혼자 술먹고 힘들어하는걸 보니 세상에 혼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내 편이 없는 느낌...

제가 아직 어린걸까요......
IP : 223.62.xxx.1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ㄹ
    '14.8.28 9:06 AM (211.237.xxx.35)

    남편도 원글님도 다 이해 됩니다.
    뭐 상대가 듣기 싫어할 말인거 알면서도 나도 답답하니 하소연하듯 말하게 되는날도 있죠.
    그걸 알면서도 상대의 입으로 그걸 확인하는 순간 주체할수 없는 카오스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니 인간인거죠. 로보트가 아니고..
    그래서 조강지처 조강지부가 있는겁니다.
    어렵고 힘든시절을 같이 견뎌내며 살아낸 부부인거죠.
    내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남편도 똑같이 생각할겁니다. 최선을 다해 살고있는데
    아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면서 자괴감이 들겁니다.
    메일이나 카톡이나 메세지나 .. 말보다는 글로 남편에게 보내보세요.

  • 2. ...
    '14.8.28 9:06 AM (39.121.xxx.193)

    남편이 님한테 무슨 위로를 할 수있었겠어요?
    그냥 님한테 미안해서 술마시고 화내고 그런거죠..
    남자들 자존심으로 사는건데 거기에 "미안해..내가 능력없어서.."그럴 수도 없잖아요..
    님도 속상하셨겠지만 남편은 속상하고 미안하고 자신이 못나거 그런거라는 자괴감도 들고
    그랬을꺼에요.
    저도 요즘 세상에 내 편이 없는것같은 기분인데 그냥 그걸 인정하고 말아요.
    어차피 세상은 나 혼자 헤쳐나가는거다..하구요.
    누구의 위로 바라지도 않고 그냥 스스로 위로하고 혼자 울며 다독이고..그러고 살고있답니다.
    내가 힘든거 내 가까운 사람한테..특히나 부부는 하나잖아요..털어놓으면
    그 사람은 더 힘들 수 있더라구요..

  • 3. 원글님도
    '14.8.28 9:11 AM (180.65.xxx.29)

    이해되지만 남편분도 이해되요. 원글님 계속 부모도움 없다는거 쓰신거 보니 남편도 돈못버는데 시댁에
    도움 못받은것도 서운한것 같고 남편도 그마음 알겠죠
    남편분도 자기편이 하나도 없기는 하네요

  • 4. 그렇게
    '14.8.28 9:15 AM (125.152.xxx.254)

    철들고 성장하는거예요. 성장통이다 생각하세요.
    집장만을 하든 안정된 직장을 갖든, 아이를 낳아 키우든 뭐하나 쉽게 얻는거 없어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다들 이런저런 고생 겪고 얻는 행복이예요.
    그 맛에 힘들어도 버티는거고요.
    지금 싸우는 원글님네 커플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남과의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죠.
    친구들이 잘 사는 모습보면 나도 꼭 저렇게 누리고 살아봐야지하고 두주먹 불끈 지세요.
    그래야 발전하죠. 난 왜 이렇게 살지? 하고 부정적으로 나가면 퇴보합니다.
    어느 한영이 우울해하면 다른한명이 위로해줘야 하는데, 앞으로도 남편에게는 그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기대했다가 지금처럼 상처만 받아요. 혼자서 씩씩하게 이겨내시길~~
    사람마다 장, 단점이 있으니 장점만 보고 사세요~

  • 5. ..
    '14.8.28 9:41 AM (115.178.xxx.253)

    남자들은 그걸 들으면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로 여깁니다.
    그런데 해결 방법이 없으니 짜증내고 화내는거지요.

    여자가 바라는것과 남자가 받아들이는 관점이 달라서 그래요.

    남편에게 먼저 얘기할때 난 털어놓고 그냥 위로받고 싶은거지
    당신한테 해결해달라는거 아니다 라고
    얘기하세요.

    제경우 여러번 세뇌시켰더니 잘 알아듣더라구요

  • 6. ..
    '14.8.28 9:43 AM (222.109.xxx.228)

    저도 양가도움 없이 결혼한 케이스라 이해돼요.저는 제속으로만 삭혀서 속이 말이 아닌데요.. 남편만 믿고
    가니 좋은 세상도 오긴 와요.. 일절 시댁에 터치 핞고 지원 안하고..ㅠㅠ 남편 믿고 행복하게 살아요..

  • 7. 원글
    '14.8.28 1:17 PM (223.62.xxx.19)

    댓글 하나하나 너무 감사합니다. 내가 믿는 건 신랑뿐이니까 힘들때 신랑한테 위로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 8. 흔들인형
    '14.8.28 1:43 PM (211.199.xxx.191)

    ..전 미혼인데도 ..왠지 님의 심정이 충분히 공감도 가고 ..님 남편분도 짠하고 그러네요 ..

    힘들땐 서로 등 토닥거리며 위로하면서 ..그럼 참 좋을텐데 말이죠..참 다 ..자기 생각같지 않나 보네요 ^^

  • 9. 남자들은
    '14.8.28 5:20 PM (118.44.xxx.4)

    능력에 대한 강박감이 좀 심한 것 같은데
    안그래도 벌이 신통치 않아 주눅들어있는데 부인이 대놓고 형편 안좋은 거 힘들어하니
    자격지심에 발끈했네요.
    저도 그런 경우 여러번 겪었는데
    여자한테도 어떤 아킬레스건이 있듯이
    남자한텐 무능력이 굉장히 예민한 아킬레스건인 것 같아요.
    힘들다고 느꼈지만 사실 나한텐 당신이 최고다 당신 없으면 못산다 이렇게 립서비스라도 좋으니 자신감 갖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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