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생존학생 학부모 일동] 제대로 된 특별법,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결단해주십시오

작성일 : 2014-08-27 20:32:34

제대로 된 특별법,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결단해주십시오.

참사가 일어난 지 134일째입니다. 아직도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도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가슴에 묻은 자식으로 인해 잠 못 든 밤도 134일째입니다. 오늘 우리는 ‘생존학생’이라고 불리게 된 우리 자식들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번 학교에서부터 국회까지 걸어서 유가족들 만나기 위해서 걸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처럼 웃고 떠드는 모습 보면서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괜찮아졌나봅니다?” 그때 저희는 참사이후 처음이라고 답했습니다. 저렇게 밝게 웃는 것이 그날 이후 처음이라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평범한 아이들인데, 평범한 모습조차 드물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이들은 자신들이 죽은 친구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웃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는 편지를 쓴 아이들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요즘도 아이들은 예전 친구들과 공부하던 교실로 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들 몰래 옵니다. 국화꽃이 놓인 텅 빈 교실, 친구들 없는 교실에 오는 것이 상처 될까봐 오지  말라고 해도 옵니다.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책걸상 줄을 맞춰 놓기도 합니다. 좋은 거 있으면 몇 개 더 삽니다. 그리고 친구들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학교 끝나면 걱정하는 부모님 몰래 버스타고 친구들이 있는 추모공원에 갑니다. 장미꽃 사다가 친구한테 갖다 놓고 이야기 나누다가 옵니다. 안타깝게도 병원치료와 약물처방 받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황께 편지 보낸 학생은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며, 희생된 친구와 선생님과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매일 참사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남은 시간은 여전히 악몽의 연속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증언했습니다. 자신들은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고 말입니다. 눈앞에 버젓이 보면서도 자신들을 구하지 않던 해경과 ‘가만히 있으라’는 거듭된 방송만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했습니다. 진료 의사는 생존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트라우마 증상은 정의구현과 생존자 죄책감 등 두 가지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의구현이란 자신이 당한 사고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을 때 책임이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고 생존자 죄책감은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한 데 따라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을 구출하지 않은 사회가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겠습니까? 살아남았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이 순간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살릴 수 없었다면,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라도 밝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무책임하고 무능하고 악의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합니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을 위해서 떳떳한 나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약속하는 단단한 사회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어떤 심리치료가 지금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들에게 약속했던 특별법 만드는 일이 대통령 일이 아니십니까? 국회에만 떠넘기면 될 일입니까? 유가족이 요구하는 안전한 나라 만들자는 특별법을 만들자고 약속하면 안 되겠습니까?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약속해주면 안되겠습니까? 제발 제대로 된 특별법으로 철저한 진상규명, 성역 없는 처벌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사회와 나라에 대한 믿음을 다시 심어주십시오. 

생존학생들이 대통령에게 그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요청을 했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살아나갈 사회가 상식과 합리, 선의와 정의가 넘치는 사회이길 바랍니다. 치유의 첫발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란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생존학생 부모인 우리들은 40일 넘는 동안 단식으로 진실을 요구하는 유민아빠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다시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유민아빠 살리고 4.16특별법을 제정하는데, 국민여러분도 함께 해주십시오.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책감이 아니라, 4월 16일 그날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한 나라로 바뀌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8월 27일

생존학생 학부모 일동

IP : 175.212.xxx.24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4.8.27 8:38 PM (1.236.xxx.134)

    생존학생들 힘내라 힘 !!!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싶어서 오늘도 기억하고 잊지않고 있습니다.

  • 2. 청명하늘
    '14.8.27 8:50 PM (112.158.xxx.40)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
    구조인원 0.

    이건 국가로서의 책임을 팽개친 것입니다.
    그 귀한 골든타임...
    대통령은, 정부는 무엇을 하였나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만이
    희생자들에게도, 살아남은 자들에게도 치유약이 될것입니다.

    살아와줘서 고맙고,
    진실을 위해 나서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럽구나...

  • 3. 4.16특별법
    '14.8.27 9:32 PM (14.36.xxx.247)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책감이 아니라, 4월 16일 그날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한 나라로 바뀌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에요.
    그리고 자신들도 충격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했을 텐데 저런 마음으로 계속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생존 학생들과 그 부모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 4. 브낰
    '14.8.27 9:47 PM (24.209.xxx.75)

    부모님들 감사합니다.

  • 5. 몽몽이
    '14.8.27 10:53 PM (1.245.xxx.212)

    죄송합니다..........

  • 6. 잊지말자416
    '14.8.27 11:10 PM (218.236.xxx.56)

    기억하자 416

    세월호 진상규명법을 꼭~!!

    수사권 기소권이 부여된 진상규명법이 제대로 되었을때
    생존학생들도 환하게 웃을수 있겠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1889 60대 후반 엄마 키플링 가방 안 어울릴까요? 3 백팩 2014/08/28 3,061
411888 시어머니 생신 조언부탁드려요 7 고민중 2014/08/28 1,164
411887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8.28] 여권 진짜 쫄긴 쫀 모양...보.. lowsim.. 2014/08/28 1,045
411886 섹스리스가 둘째 갖기... 너무 힘드네요. 21 ... 2014/08/28 8,980
411885 우주인 이소연씨.. 뭐 이건 그냥 처음 기획부터 잘못된겁니다.... 2 루나틱 2014/08/28 2,079
411884 대형병원 자원봉사 하시는 할머님들 무보수이신가요? 1 궁금 2014/08/28 1,096
411883 [정보] 담뱃갑 '경고 그림' 개인 행복권 침해한다 1 단무지 2014/08/28 748
411882 아래가 가려워요... 10 2014/08/28 4,816
411881 사는게 어째 이렇게 눈물나는지 모르겠어요 4 ㅗㅡ 2014/08/28 2,310
411880 마트 여사님들 군기가 제법 쎄네요 9 ... 2014/08/28 3,555
411879 장외 투쟁 반대 서명 15명 낙선 시키시겠다구요? 12 누구맘대로?.. 2014/08/28 1,435
411878 화상연고 추천좀 해주세요. .ㅠㅠ 9 화상 2014/08/28 6,298
411877 김영오..'건강회복해서 장기전 준비..광화문 다시나갈것' 23 김현정인터뷰.. 2014/08/28 1,889
411876 김영오씨 단식중단…대책위 ”오래 갈 싸움,농성 지속”(종합) 5 세우실 2014/08/28 921
411875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땐 어떻게 하시.. 9 .. 2014/08/28 6,430
411874 대상포진인데 통증이없어요 8 불안 2014/08/28 14,363
411873 동물원을 실내놀이터에 만들어놨어요 17 동물 2014/08/28 2,223
411872 안녕헤이즐,인투더스톰,닌자터틀 중 초등아이가 보기좋은영화는? 6 선택 2014/08/28 1,154
411871 예술가들 중에서 유독 동성애자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1 2014/08/28 2,597
411870 보정명령에 대하여 1 법원 2014/08/28 1,025
411869 냉장고 바꿔요. 5 17년만에 2014/08/28 1,749
411868 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 세월호 특별법 단식에 동참 2 수사기소권없.. 2014/08/28 999
411867 남편이 삐졌네요...ㅜㅜ 12 남편 2014/08/28 4,217
411866 월급이 두번으로 나눠나오는 경우도 있나요? 1 궁금이 2014/08/28 1,336
411865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8/28am] - 이곳을 주목하라! lowsim.. 2014/08/28 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