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잘 알려지지 않은 문재인 이야기
2012년 2월. 문재인 후보(저는 아직도 후보라는 말이 편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후보라고 생각합니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였습니다. 총선출마 선언을 하고 하루 스물네 시간을 잘게 쪼개 그 많은 일정을 다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초짜 정치인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이겨내는 그를 보면서 특전사 출신이 맞는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ㅋ
그때 저는 문재인 후보를 도우려고 부산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새 책 출간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에게 추천사를 부탁드리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가 허접한 책이나 읽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자 출판사에서 직접 부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출판사는 그에게 간곡한 메일을 보냈고 그는 이를 선뜻 수락해 버렸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늘쯤 주시려나? 내일쯤 주시려나?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독촉할 수도 없어서 무작정 기다렸지요. 그러던 중 설 연휴를 맞았고 저는 설을 쇠러 서울로 올라갔다 왔습니다. 연휴 다음날.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구식 편지지에 육필로 쓴 추천사였습니다.
설 연휴 동안 짬을 내서 추천사를 쓰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추천사가 과연 제 마음에 들지 자신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장면을 누군가 포착한 것이 아래 사진입니다. 사진은 그가 쓴 추천사를 제가 검사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숙제검사 받는 학생의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그 원고 다 읽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설 연휴 동안 원고를 다 읽은 것입니다. 저도 추천사를 쓴 적이 있지만 원고를 완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충 훑어보고 전체 내용을 감으로 때려잡는 게 대부분이었지요. 그런데 그는 원고를 다 읽지도 않고 어떻게 추천사를 쓰느냐고 반문 했습니다. 제 얼굴은 빨개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가슴은 따뜻하지만 원칙은 차갑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가 벌써 8일째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하는 단식이니 무척 힘들 것입니다. 그런 그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유민아빠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오직 그 생각만이 그를 움직였을 것입니다. 물론 이젠 그가 정치인이니 그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움직임은 계산이 아니라 진심일 것입니다. 그것이 그의 정치니까요. 그런 모습이 그 사람이니까요.
그때 받은 귀한 육필 추천사는 지금도 제 지갑 속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2012년 2월. 문재인 후보(저는 아직도 후보라는 말이 편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후보라고 생각합니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였습니다. 총선출마 선언을 하고 하루 스물네 시간을 잘게 쪼개 그 많은 일정을 다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초짜 정치인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이겨내는 그를 보면서 특전사 출신이 맞는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ㅋ
그때 저는 문재인 후보를 도우려고 부산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새 책 출간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에게 추천사를 부탁드리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가 허접한 책이나 읽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자 출판사에서 직접 부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출판사는 그에게 간곡한 메일을 보냈고 그는 이를 선뜻 수락해 버렸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늘쯤 주시려나? 내일쯤 주시려나?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독촉할 수도 없어서 무작정 기다렸지요. 그러던 중 설 연휴를 맞았고 저는 설을 쇠러 서울로 올라갔다 왔습니다. 연휴 다음날.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구식 편지지에 육필로 쓴 추천사였습니다.
설 연휴 동안 짬을 내서 추천사를 쓰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추천사가 과연 제 마음에 들지 자신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장면을 누군가 포착한 것이 아래 사진입니다. 사진은 그가 쓴 추천사를 제가 검사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숙제검사 받는 학생의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그 원고 다 읽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설 연휴 동안 원고를 다 읽은 것입니다. 저도 추천사를 쓴 적이 있지만 원고를 완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충 훑어보고 전체 내용을 감으로 때려잡는 게 대부분이었지요. 그런데 그는 원고를 다 읽지도 않고 어떻게 추천사를 쓰느냐고 반문 했습니다. 제 얼굴은 빨개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가슴은 따뜻하지만 원칙은 차갑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가 벌써 8일째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하는 단식이니 무척 힘들 것입니다. 그런 그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유민아빠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오직 그 생각만이 그를 움직였을 것입니다. 물론 이젠 그가 정치인이니 그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움직임은 계산이 아니라 진심일 것입니다. 그것이 그의 정치니까요. 그런 모습이 그 사람이니까요.
그때 받은 귀한 육필 추천사는 지금도 제 지갑 속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