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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종교+정치=지옥”

불교닷컴 조회수 : 3,917
작성일 : 2014-08-25 10:21:13

“종교와 정치는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 폭력을 수단 삼는 정치와 영혼을 다루는 종교가 결탁하면 모든 것은 도그마가 되고 인간의 삶은 지옥이 된다.”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연구소장 혜명 스님)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2014년 승가교육전문연구자워크숍’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사회의 현황과 국가의 역할’ 주제 강연 후 질의에 대한 응답이었다.

  


훌륭한 사람이 다스려야 하는 것 맞지만

마성 스님(동국대 외래교수)은 유 前 장관에게 불교정치사상‧불교정치철학에 대해 접해 봤는지 물었다. 유 前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국가 체제보다 어떤 지도자가 지도하느냐를 중시했다. 부처님이 말한 이상국가는 전륜성왕이 다스리는 나라였다”고 했다.

이에 유 前 장관은 “‘누가 다스리는가’는 플라톤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에서도 중요했다. 천년을 이어 내려온 이 질문은 칼 포퍼가 ‘훌륭한 사람이 다스려야 한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답이라고 하면서 일단락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인물이 정권을 잡더라도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 것이 현대 체제의 목적과도 같다. 이는 인간은 변덕이 심하고 인간의 뇌는 오작동을 잘하기 때문이다. 인간성은 신뢰하지만 개개인을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했다. 

유 前 장관은 “정치인은 폭력(권력)을 갖고 일을 한다. 종교인은 그렇지 않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가권력이 더 많은 선을 이루도록 종교가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종교가 권력과 결합하지 않은 채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 정치에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부패하다 해도 종교계가 나을 것

동출 스님은 유 前 장관에게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물었다. 

유 前 장관은 20대 강제로 군대에 갔을 때, 첫 휴가를 나와 제정구 선생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군사법원 재판정에 섰을 때였다. 나비가 날개 짓으로 침묵을 깨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두 손이 묶인 한 죄수가 나비를 잡아 유리창 너머로 내보내줬다. 제정원 신부(당시 수사)였다. 헌병도 잠자코 있었다. 20대 유시민은 생각했다. “종교를 가지면 저렇게 용감해 질 수 있구나.” 제정원 신부의 형 제정구 선생을 만나 물었다. “다시 잡혀갈까봐 겁이나서 다시 운동을 하기 힘들 것 같다. 나도 교회에 다니면 두려움을 없앨 수 있겠느냐”고. 

제정구 선생이 답했다. “교회에 다닐 필요 없다. 나도 잡혀갈 때마다 겁이 나지만 참는다. 두려움을 넘어서겠다는 것은 신이나 가능한 일이다.”

유 前 장관은 “종교의 도움 없이도 사회에 도덕을 세울 수는 있다. 종교가 도와주면 더 쉽게 세울 수 있다”면서도 “종교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집단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종교계에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교인은 사람의 마음을 다룬다. 종교인은 남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도 자주 들여다 볼 것이다. 수시로 자기를 돌아보니 다른 집단보다는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 前 장관은 “종교계는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완전한 상태로 가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일”이라며 “나는 종교사회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이론 아닌 심리로 접근해야

원영 스님(교수아사리)은 정의를 지키는 신념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질문했다.

유 前 장관은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나 수십 년 사는 인간이나 우주의 시각에서 보면 차이가 없다. 잠깐 다녀간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왜 이 나라에 태어났는지 원망한 적도 있다”며 “문제가 많은 나라이니 할 일이 많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원망을 바꿨다. 20대는 책임질 것이 없어 소신껏 주장할 수 있었지만, 50대가 되니 기운도 예전만 못하다. 분수에 맞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국가이론이 아닌 심리학자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유 前 장관은 “박 대통령은 진도체육관에 처음 내려갔을 때 눈물이 없었다. 대국민담화에서는 32초 동안 눈도 깜박이지 않고서야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을 찾았을 때도 밤새도록 길바닥에 방치했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이 미스테리 7시간 때문인지, 세월호 참사는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상식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前 장관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가 영정을 들고 청와대를 찾았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전 열사 어머니를 청와대 안으로 불러 차를 대접한 일을 본보기로 들었다.

  


40‧50대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 암울

이에 앞선 강연에서 유 前 장관은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변화한 과정을 안보국가, 발전국가, 민주국가, 복지국가 등 국가이론에 맞춰 설명했다. 

유 前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야당 못지않은 복지공약을 내놓은 것은 그것이 표가 되고, 국민이 원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갈수록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성장이 안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다. 50년 전만 생각해 보라. 스님들 삶은 어땠냐”며 “단군 이래 이렇게 잘 살았던 적이 없지만 우리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유 前 장관은 “대한민국은 고령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한 혁신을 제때 하지 못하면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지도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령화와 에너지위기가 요구하는 변화를 이루려면 공감 교류 연대 기여 참여를 해야한다”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수가 아주 많은 지금의 40‧50대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했다.

유 前 장관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는 4050세대였다. 이들 세대가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 16일 이후 느꼈던 아픈 연민과 슬픈 공감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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