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시아버님 혼자 지내신지 일년쯤 되셨어요.
혼자 지내시기로 하신건 아버님 주장이셨고 형님네랑 저희랑 번갈아 자주 찾아뵈며
반찬 떨어질 일 없이 챙겼고
아들들이 매일 아침 저녁 안부전화로 아버님 근황이나 건강상태 살피며 지냈습니다.
일년 안되어 어머님과 사시던집 외로와서 싫다셔서
몇달전 형님네가 사시는 지역으로 아파트 얻어 이사하시게 하고
형님네 부부가 더 자주 찾아뵈며 신경써 드리고 있었는데
어느날부터 가보면 반찬도 줄지 않고 잘 안드시는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지난주에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시다고하여 일요일에 응급실을 통해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아들들 휴가내고 며느리들과 돌아가며 병실 지키며
병원에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할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하였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버님은 자꾸 몸에 기운도 없고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다고 하시며 퇴원을 미루셔서
지금 일주일째 수액만 맞으시며 입원중이십니다.
제가 병실에 있어보니 아버님이 건강염려증이 너무 심하셔서 조금만 정상수치에서 벗어나면
안절부절을 못하시고 걱정을 하시더군요.
정상범위에서 살짝 높은 혈압을 가지고도 몇시간을 걱정하시고
잠깐 수액 맞는 바늘이 헐거워져 피가 조금 나면 또 그걸 가지고 몇시간을 들여다보며 걱정,
씨티촬영을 해야하는데 본인 몸이 너무 연약해서 조영제를 이겨낼수 없다며 종일 간호사 붙들고 하소연..
몸에 심장 박동 체크하는 장치 부착하면서도 전자파가 흐르는걸 몸에 붙이고 어떻게 있냐며 걱정..
마치 아이가 되신것 같더라구요.
며칠 지켜본 결과 자식들 생각엔 아버님이 몸이 편찮으신게 아니라 혼자 지내시면서 외로움 때문에
마음이 편찮으신거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리되니 이제 퇴원후 아버님 거취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인것 같아
생각끝에 제가 모셔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아버님과 두시간 거리에 거주중이며 혈압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아들 하나에 전업이고
저희 형님은 아버님과 같은 지역에 거주중이지만 딸 둘 키우며 맞벌이신데다
평소에도 몸이 약하던 터라 아버님과 합가는 무리라는 생각에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지요.
그런데 형님 부부가 저희가 아버님을 모시는 일은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그리되면 당신들은 발뻗고 잘 수도 친척들 뵐 면목도 없다며
가사도우미분 도움 받아서라도 죽이되는 밥이되든 모셔보겠다며 나오고 계십니다.
아버님은 처음에 제가 모시겠다니 그것도 좋지 하시다가
형님네도 모시겠다고 하시니 형님네랑 지내고 싶어하십니다.
아무래도 맏아들이 모시는게 모양새가 좋다고 생각하시는듯 하며
또 당신이 평생 사시던 터전을 떠나 작은 아들네로 옮겨와 적응하시는게 자신없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일 저랑 있느니 형님이 출근을 하시는 동안 혼자 계실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형님네가 더 편하신듯 하구요.
문제는 저희 형님인데
상황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홀시아버지 모시기를 시작하셔야 하는데
직장생활 하면서 그 살림을
해 내시기에 몸이 너무 약하시다는 거지요.
게다가 저희 아버님 성격이 무난하신 편도 아니고 매사에 걱정도 많으시고
친척들 주변사람들 시선을 너무 의식하셔서 자식들에게 이런저런 도리에 관한 요구가 많으세요.
또 건강 염려증도 심하셔서 조금만 이상해도 이병원 저병원 다니셔야하고
사교적이지도 않으셔서 종일 집에만 계시는 분이시라..
상황이 이리되니 제가 괜히 아버님을 모신다고 나섰다가 형님이 덤터기 쓰시게 되는것 같아
제 마음도 영 불편하고 무엇보다 형님 건강이 너무 염려됩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 형님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 모시면서 도우미를 쓰려고 했는데
낮에 홀시아버지만 있는 집이라 도우미분들도 다 꺼려하여
사람이 안구해진다고 너무 난감해하시더라구요.
사실 원래 계획은 아버님을 형님네 옆 동의 아파트로 다시 이사하시게 해서
아주버님도 자주 가 계시고 형님도 더 자주 들여다 본다는 거였는데
제가 아버님을 혼자 두시게 할 수 없다고 우겨서 저희 집으로 모셔오겠다고 한 거였고
형님네 입장에선 저희에게도 미안하고 무엇보다 당신들 마음이 편치 않아 갑자기 모시게 되는건데
형님 힘들어지실 생각하면 제가 너무 경솔했나 싶어요.
지금이라도 다시 처음 계획대로 아버님을 형님네 옆동으로 이사하시게 하거나
제가 좀더 강하게 밀고 나가 아버님을 모셔와야 하는 건지 머리가 아프네요.
유민아버님 단식하시며 고통받는거 보면서 부모의 마음이 저럴진데 하며 가슴을
치면서 혼자 계신 부모 외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지라 마음만 앞서서 상황이 점점 산으로 가고있는
며느리 넋두리였습니다.
현명하신 의견 있으시면 구걸해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