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스트레스는 쭉쭉 쌓이고 있지만 놀아 뭐해.. 놀면 뭐해.. 이런 생각 하는 분 계신가요?
대학도 직장도 버스로 30분 거리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부모님 가치관이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주의와 거리가 멀고 저희 집이 큰 집이라 제사에 명절에 시험기간 상관 없이 일했고요. 고 3때도 당연히 집에 있었는데 점심 차려먹고 좀 쉴 때 제 방에서 공부 좀 하려니까 당시 초등 저학년이던 사촌동생이 방에 들어와서 공부 언제 끝나냐고, 자기는 할 일 미리 다 했는데 언니는 뭐하다가 지금 공부하냐고 나무라서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자기 일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일도 중요하다고 교육하셔서 초중고 계속 임원하고 대학 동아리에서도 엄청나게 일했어요. 장학금도 꼭 타고 남는 시간엔 과외하고.. 방학 때 과외 8개까지 해본 적이 있어요.
시집와서는 남편 없이도 시댁 잘 가요. 시부모님들께서 워낙 좋으셔서 가능한 거지만요. 청소는 최소한만 하지만 외식은 최대한 안하고 집에 있는 금토일 만이라도 밥 꼭 해먹으려고 해요. 아침은 저도 출근하느라 잘 못챙겨요 ㅠㅠ 그래도 멸치 마늘 새우젓 등등 산지에서 제 철에 사고 김장도 꼬박 꼬박 해요. 시어머님도 친정 엄마도 워킹맘이라 퇴직 전에 김치 담궈보신 적이 없다시는데.. 저는 돌아가신 할머니 김치를 잊을 수가 없어서 꼭 제가 해 먹어요.
직장은 빡센 직장이에요. 일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자기 계발도 끊임없이 하는 편이라 결혼 전에는 주말에 뻗거나 공부하거나 둘 중 하나였어요. 사실.. 어려서부터 노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주말에 놀 필요가 없었어요. 제겐 노는 게 자는 거에요.. 근데 남편이 주말에는 자신에게 집중하길 원해서 처음엔 힘들었어요. 평일에 엄청 힘들게 일 많이 해놓고 주말에는 평온하고 활기있는 상태로 밥 해먹고 나들이 하고 그래야 좋으니까요. 다행히(?) 신랑 직장도 야근이 많고 대학원도 다녀서 평일 저의 야근은 꽤 자유로워요.
이렇게 32년을 살고 직장생활 7년 했더니 이제 약간 여유가 생겨요. 시댁과도 가족같아지고.. 산 등성이에 올라간 느낌... 이제 아이도 가지려고 하고요. 저는 낳고 싶었지만 제가 너무 바빠서 남편이 안내켜했어요. 근데 이젠 남편이 봐도 제 사정이 조금 나아졌는가봐요. 근데 요즘 문득 문득 뭔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다가 벌떡 깨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친정 부모님도 좋고 시부모님도 좋고 직장 상사도 후배도.. 글쎄요 누가 직장에서 존경할만한 상사를 모시고 듬직하기만 한 후배를 데리고 살까요. 그래도 객관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남편.. 다 좋은데 저는 뭔가 모르게 계속 힘들어요.
사싱 남편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이 사람 생각해서라도 제가 밝아야 하는데 계속 힘든 상태니 미안하고 그러네요. 어렴풋이 너무 안놀아서 그런 거 아닌가.. 놀더라고 항상 불안해하면서 놀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시간만 나면 뭐 놀아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놀아 뭐해.. 놀면 뭐해... 이런 생각이 들어서 또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요. 그리고 돈 쓰는 것도 꺼려해요. 부모님이 워낙 검소하셨어서... 저도 쇼핑을 하면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돈을 써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밥 잘 사고 축의금 이런 건 잘 내는데 저한테 쓰는 건 좀 아깝고..
병인가 싶기도 하고.. 저 이상한 것 맞나요?^^;;;
1. 노노
'14.8.20 8:31 PM (14.32.xxx.97)저랑 똑같은데요?저도 이상한거예요? ㅋㅋㅋㅋ
2. 스트레스
'14.8.20 8:35 PM (223.62.xxx.40)노노님 안 힘드세요? 저는 한계인가봐요 ㅠ.ㅠ
3. 병은요...
'14.8.20 8:37 PM (61.82.xxx.156)어릴 때부터 꽉 짜여진 틀에 맞춰져서 살아온 삶인거죠. 궂이 그 틀이 너무 버겁지도 않았고, 벗어날 필요가 없었던 것 뿐.
저도 그렇게 살았어요. 한 번도 쉬어본 기억이 없어요. 심지어는 아기를 낳고도 1주일만에 다시 일하러 나갔어야 했던 젊은 날에 남편도 친정도 시댁도 도움이 안됐었죠. 그래도 제가 선택했다는 생각에 감내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쉴 새없이 달력은 휙휙 바뀌어 가고.. 전 어느덧 마흔 중턱이네요. 아이들은 이제 한참 커가고 유아기를 지나 초등 중등입니다. 일하는 엄마라는 의식이 없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의 필요가 점점 늘어가니, 엄마의 피로가 점점 커집니다.
아마 원글님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이 프라이드 일 것 같아요. 저도 그러하거든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앓는 소리 없이 살아가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득 이렇게 사는게 과연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될 때가 있어요. 나 혼자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고... 외롭게 느껴진다기보다는 조용하다는...느낌에 더 가까운 그런 기분인거죠.
저도 문득 밤기차에서 털려나와 덩그라니 침대에 앉아 아침을 기다릴 때가 있어요. 자다가 숨이 막히는 기분에 허거걱 깨는거죠.
힘을 빼야한다는 걸 알지만, 힘빼는 법을 배운적이 없어서...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제말이 별로 도움이 안되시겠죠?4. 스트레스
'14.8.20 8:54 PM (223.62.xxx.40)병은요...님, 저랑 성격 정말 비슷하신가봐요. 공감이 가는 글 써주셔서 따뜻하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도움이 안되다니요..ㅠㅠ
출산 후 일주일..ㅠㅠ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상상은 가지 않지만 저보다 강하신 것 같은데요^^; 전 일단 결혼식날 아침까지 일하다 미용실 가긴 했어요. 오후예식이라..;ㅋ
저도 막 버겁지는 않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하다보니까 요령과 역량(?)도 커지고. 다른 사람의 칭찬이 필요하지는 않은데 제 스스로에게 가장 떳떳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뭐 하나도 허투르 하지 않겠다. 약간은 도를 닦는 마음같기도 하고.. 근데 사람들이랑 섞이며 사는 것 같지는 않아요..
힘을 빼면.. 좋을까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요.
확실히 주변 사람들이 편안해하는 것 같기는 해요. 자녀분들이 큰 안정감 느끼면서 성장하고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한 여름밤 되세요..^^5. 스트레스
'14.8.20 9:04 PM (223.62.xxx.40)..님 댓글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ㅠㅠ ㅠㅠ ㅠㅠ 또 한 분의 댓글 말씀처럼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어딘가 계신 따뜻하신 분들께 큰 빚을 지네요..
제가 원래 성격도 좀 그런 소지가 있고 (엄마가 저 아기일 때 배고파도 목말라고 말을 못하고 낑낑거리기만 하다가 정말 못참겠으면 바닥에 머리를 콩콩 박았었대요^^;;;) 부모님께서 제가 듬직하게 있으면 좀 안정감을 느끼시고 제가 막 불안해하면 힘들어하시고 좀 그런 편이어서 일부러라도 더 의연하게 있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굳어버린 것 같기도 해요..
대학교 때 정말 고마운 친구 한 명이 비슷한 이야기 물어봤어요. 도대체 네가 하고 싶은 게 뭐냐 네 이야기를 해라. 거기다 대고 저는 너 하고 싶은 게 나도 하고 싶은 거야~ 라고 밖에 말을 못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진심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하고 싶은 거 하기 시작하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어쩌죠?^^; 막 펑크나고 거덜나고 그럴 것 같은데...ㅎㅎ 근데 생각만 해도 뭔가 기분이 좋아져요.. 정말 감사합니다^^6. 스트레스
'14.8.20 11:37 PM (223.33.xxx.99)윗님..! 맞아요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죄스럽다는 느낌...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되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주변 사람을 압박하기도 하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 난리치면서 하다가 제 풀에 지치고 옆 사람들에게 걱정끼치고... 사실 되게 이기적인 거죠...
이해해주시는 윗님 덕에 남편 분도 행복할 거에요.
음.. 저도 더 릴렉스~ 해보려고 노력해야겠어요..! 너무 감사합니다!!!7. 스트레스
'14.8.21 2:06 PM (222.97.xxx.162)윗님들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댓글 지우고 싶으신데 저 때문에 못지우시는 건 아니시죠? 혹시나 싶어서..
지우셔도 되세요-!!^^ 정말 혹시 몰라서 남겨보아요.
좋은 글들 오래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