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책, 종이에 대한 예의(기사)

도도 조회수 : 988
작성일 : 2014-08-20 11:36:33

종이가 떴다. 이 찬란한 디지털시대에. ‘종이회사’ 덕이다. 사실 종이라는 건 형체가 가장 분명한 물질이다. 그러니 ‘전자’와 대비를 이루지 않는가. 그런데 실체 없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종이회사 (페이퍼컴퍼니 :paper company) ’라고 부른다.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종이회사’ 논란을 일으킨 이들 가운데는 출판사 시공사의 전재국(54) 대표도 끼어 있다. 종이로 책을 만들어 업계 5위 안에 들어온 이다. 그에게 종이는 대체 뭔가.

종이가 정말 뜬 건 이곳이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이 장장 6개월에 걸쳐 열고 있는 ‘슈타이들’ 전. 전시는 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세계적인 출판거장 게르하르트 슈타이들(63)의 평생 작업을 옮겨놨다. 독일 괴팅겐 출신의 슈타이들은 열일곱 살부터 독학으로 습득한 인쇄기술로 출판업을 시작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책과 종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변한 학력이나 자격도 없이 일궈낸 그의 출판사에는 사진·회화·문학 등에서 날고 긴다는 저작자들이 줄을 서서 낙점을 기다린다. 슈타이들도 그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시각·후각·촉각 등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그들의 콘텐츠를 담아낼 종이부터 골라낸다.

책 한 권을 만들 때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종이다. 비용에서도 그렇고 형태 구성에서도 그렇다. 출판전쟁이 종이전쟁인 때가 왕왕 있다. 2년 전쯤엔 이런 일이 있었다. 소설책 본문에 간혹 쓰이는 ‘이라이트’라는 종이가 갑자기 품귀를 빚은 것. 원인을 수소문해 보니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서 영어 번역본이 나온 여파로 국내서 다시 붐이 일자 급하게 20만부 추가인쇄에 들어갔던 터다.

하지만 재생지 느낌을 주는 두툼한 부피의 이 종이를 국내선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유는 ‘독자들이 찾지 않는다’다. 국내 출판물에 가장 흔하게 쓰는 종이는 미색모조지. 반질한 질감에 컬러·흑백 인쇄가 무난하며 비침이 덜하고 변색이 없다. 하지만 흔한 것이 싼 것은 아니다. 이 역시 고급지에 속한다. 미색모조지에 들어가는 펄프 외의 재료는 돌가루. 국내서 출판되는 책이 보통의 외국서적보다 무거운 건 이 때문이다. ‘단행본=미색모조지’의 공식은 한국출판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비단 본문종이뿐이겠는가. 서점에 한번 나가 보라. 화려한 디자인에 은박·금박으로 치장된 표지까지 책의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다. 단언컨대 책을 한 권 산다면 같은 비용을 들여 얻을 수 있는 값어치 중 최대를 뽑을 수 있다.

그래 다 좋다. 지식의 보고를 잘 만들어내려는 의도는 존중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모든 책이 다 지식의 보고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고급스러운 종이에 얹을 만큼 내용까지 고급스러우냐는 거다. 지난해 출간된 새 책은 8690만여부. 3만 9767종의 책을 평균 273페이지로 2185부씩 찍어냈다. 그런데 과연 여기서 건져낼 책이 몇 권이나 되겠는가. 책 내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이 됐는지 ‘진정 이것이 책일 수 있는가’ 싶은 함량 미달의 콘텐츠는 홍수를 이룬다.

만약 당장 이사를 해야 한다고 치자. 사정상 버려야 하는 책을 추려야 한다. 그때 차마 못 빼내고 주저하게 하는 책이 있다면 결코 외관 때문이 아닐 거다. 한때 뼛속까지 흔들어놨던 그 내면 때문이다. 물론 출판할 수 있는 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필터링은 필요하다. 이는 저자 자신과 함께 출판사의 제1역할이 돼야 한다. ‘세상에 반드시 남겨야 할 단 한 권’이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저 팔릴 건가 아닌가의 잣대만 들이댈 일이 아니다.

슈타이들이 인정을 받은 건 결국 ‘종이에 누가 되지 않게’ 선별한 콘텐츠에 있다. 그의 숙연한 작업 앞에 미술관은 한 사진작가의 말을 인용, 선언처럼 내걸었다.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다.’ 종이든 사람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깊이 품으려면 방법은 하나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71&newsid=01249686602842704&D...

 

 

베스트 글에 책에 관한 글이 있어서, 이 가사도 옮겨 봤습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책에 사용되는 종이 '미색모조지' 와 '이라이트지'에 관한 것 입니다.

IP : 175.193.xxx.13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도도
    '14.8.20 11:47 AM (175.193.xxx.130)

    이라이트지는 나무 부스러기를 이용한 펄프로써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벨 필요가 없기에 친환경적이기도하고,
    눈의 피로도 덜어주고, 가볍고 부피도 작습니다. (미색모조지에 비하면)

    물론, 미색모조지는 돌가루가 함유되 무거운 반면에
    활자 비침이 적고 표면이 반질하고 예쁘지요~^^
    하지만 원목을 가공한 화학 펄프라는 것.


    조금 더 나은 지구환경을 위해 친환경~ 좋잖아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8925 돈벌이가 될정도의 미싱은 배우기 힘들까요? 3 ㅇㅇ 2014/08/20 2,544
408924 전자책 단말기 choice.. 2014/08/20 693
408923 단 한표도 주지 않겠다 4 정신차려 2014/08/20 685
408922 이순신과 개고생 아비들, 호로자식 한국 후손들 1 샬랄라 2014/08/20 1,069
408921 자식 낳은걸 후회한다는 글을 써달라니. 4 ... 2014/08/20 2,442
408920 책, 종이에 대한 예의(기사) 1 도도 2014/08/20 988
408919 알려주세요 *** 2014/08/20 637
408918 한약먹는중간인데 음식질문? 4 ... 2014/08/20 726
408917 진짜..비가..아주그냥.. 7 경남 2014/08/20 2,086
408916 꼬망스 미니세탁기 써 보신 분 계세요? 5 푸른박공의집.. 2014/08/20 2,637
408915 우체국알뜰폰 한달요금 얼마나와요? 2 .... 2014/08/20 1,894
408914 그릇 질문해요 좀 알려주세요 chocob.. 2014/08/20 874
408913 정의당 의원님들. 단식 시작합니다. 7 ,, 2014/08/20 1,152
408912 40대에서 시작해 평생할 만한 운동 추천 좀 1 ..... 2014/08/20 6,630
408911 연예인과 성(下)… 톱스타 H양 “오빠, 나 소녀가장이야~” 22 톱스타의 공.. 2014/08/20 44,378
408910 청소짱이라는 바닥 밀대 써보신분 계세요? 2 soss 2014/08/20 8,238
408909 포도에 실같은 벌레(?)가 많아요ㅠ 5 포도 벌레 2014/08/20 2,595
408908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책이 있을까요? 6 수학 2014/08/20 1,192
408907 제빵기 사고싶어요. 모델 추천해주세요~~ 3 지름신 2014/08/20 1,407
408906 도대체 세신사가 뭐예요? 10 한국사람인데.. 2014/08/20 14,597
408905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셨는데요 아빠가.. 3 으앙으엥으엉.. 2014/08/20 937
408904 단식38일째 김영오님..특별법 제정에 국민 관심 호소 9 특별법 2014/08/20 869
408903 추락 1 ... 2014/08/20 914
408902 엑셀, 파워포인트를 배울 수 있는 곳... 2 주부 2014/08/20 1,912
408901 말도 안통하는 교황 띄워주기 정말 구역질난다 26 나무이야기 2014/08/20 2,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