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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입과 귀 정제천 신부 법학도 길 버리고 사제의 길 걷는 사연

동행 조회수 : 1,965
작성일 : 2014-08-19 19:54:10
정제천(57)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4박5일 동안 그림자처럼 수행하고 통역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인데다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모국어인 스페인어에 능통하다는 점 때문에 교황이 한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늘 함께했다.

그는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챙기는 데 숨은 공로자다. 지난 16일 광화문 시복식 때는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한달 넘게 단식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가 한국 경호원들에게 가리자 김씨 쪽으로 교황을 안내한 이도 그였다. 그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미사 전에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을 만날 때도, 17일 오전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의 세례 때도 통역을 했다. 교황은 18일 서울공항에서 로마로 떠나면서도 그와 가장 깊은 포옹을 나눴다.

정 신부는 원래 판검사를 꿈꾸던 법학도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가 사제의 길을 걷기로 한 데는 이 땅의 고난과 무관치 않았다. 고교와 대학 동창이었던 한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이렇다.

그가 대학 재학중 고향인 광주에서 신군부의 학살인 `5.18‘이 일어났다. 당시 보안사 등에 끌려가면 고문으로 목숨 보전을 기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때, 그의 부친이 이유 없이 보안사에 끌려가자, 그는 “아버지를 풀려나게 해주시면 제 몸을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풀려났다. 아무 상해도 받지 않고 풀려난 것이다. 그 때만해도 우연이겠지 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친한 고향 친구도 보안사에 끌려 갔다. 그 때도 같은 기도를 했다. 그 친구도 풀려났다.

그 이후 자신이 다니던 서울 동대문성당의 김승훈 신부가 미사 강론 중 `광주에서 신군부의 학살 만행’을 최초로 공개했다. 곧바로 보안사에 연행돼 갔다. 그러자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같은 기도를 올렸다. 다행히 김 신부가 풀려나왔다. 그러자 정 신부는 세번의 기도대로 된 것을 우연으로 볼 수 없다며 사제의 길을 택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 신부의 한 고교와 대학 동창은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실패해 어렵게 생활했던 그는 자신도 어렵게 대학을 다니면서도 서울 대방동의 이바돔이란 야학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다”며 “앞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자기 할일만 하던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정 신부는 1980년대 초반 한국외방선교회에 들어가 사제의 길을 걷다가 1990년 2월 소속을 바꾸어 예수회에 입회했다. 이어 스페인 코미야스 교황청대에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유학해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그사이 1996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사제가 되어서도 가난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 한때는 지난 6월 선종한 빈민의 대부인 정일우 신부와 함께 서울 공덕동 빈민가에 기거하며 빈민들과 어울려 살았다. 또 지난해 대한문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해 사제들이 225일간 미사를 봉헌할 때도 종종 함께했다.

교황은 예정에 없이 그가 사는 집, 즉 예수회 사제관도 방문했다. 그때 제주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펼치다가 막 올라온 김성환·이영찬 신부와 박동현 수사를 소개하자, 교황은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부는 지난 6월 초 예수회 차기 한국관구장으로 임명돼 9월부터 예수회 한국관구를 이끌어간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IP : 14.47.xxx.16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쥬디
    '14.8.19 7:59 PM (211.36.xxx.64)

    교황님도 ,이분도 이 시대의 참 어른이자 의인이시네요.너무 존경스럽고 멋지십니다.

  • 2. 어떻게
    '14.8.19 8:07 PM (182.219.xxx.214)

    이런 신부님이 교황님의 가까이에서 통역을 할 수 있었는지
    섬세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서울교구 어떤 신부님이었거나
    예수회 안의 다른 신부였다면 어땠을까....
    그들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오늘 우리가 목격한 순간들은 불가능한 것 아니었을까
    아찔한 생각도 해봅니다.
    교황님도, 신부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 3. 감사 합니다
    '14.8.19 8:30 PM (183.100.xxx.183)

    교황님 곁에서 통역 하실때 뵈면 항상 웃는 얼굴이 무척 인상적 이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교황님도 신부님도 너무 감사하고 존경 스럽습니다

  • 4. 정의로운
    '14.8.19 9:17 PM (110.70.xxx.34)

    예수회 신부님들 화이팅!!

    더불어 수녀님들도 좀더 많이 활동하셨으면 좋겠네요
    신부님들보다 주도적인 위치가 아닌거 같아서 좀 아쉬웠어요(저는 비신자인데.. 외부인의 눈으로 보았을때..;)

    암튼 정제천 신부님도 교황님만큼 인상적이었어요.

  • 5. 하늘의 섭리
    '14.8.19 11:12 PM (72.194.xxx.66)

    정의로운 수도자님들이 많이 계셔서
    이렇게 세상은 그나마 넘어지지 않고 돌아가나 봅니다.

    얼굴을 뵐때 참 수도자 같이 보이시더라고요.

    부자들의 천주교가 아닌 빈자의 교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불교도가 다른 종교위해 기원도 하게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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