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도 금기어가 있다
청승 맞다가 그렇다
속으로 끌끌 차며 하는 혼잣말
그것도 나 아닌 항상 상대를 평했다
청순한 여자를 조금 깍아내리고 싶을 때...유치하게도
이른 아침부터 내 꼬라지가 청승을 떤다
머리도 감아야 하는데 귀찮아 대충 묶고 나왔더니 지금 가관이다
축축하고 음기가 한껏 내려앉은 오늘 내 머리의 숨은 다 죽어 쫙 달라붙었다
얼굴에 살도 없고 밤새 일하느라 볼도 홀쭉하고
바깥 유리창에 시선을 못 두겠다
게다가 배까지 고프고 ,혼자 해결해야 하니 대충 얼렁뚱땅 집어넣고
어디 숨을 만한 다방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차리라 같이 후지는 게 낫다
그림 같이 이쁘고 분위기 있는 찻집이
오늘 내겐 테러다
우산을 써야할지 제껴야할지 모를 이 비도 청승이다
차라리 쫙쫙 내리 꽃이는 게 낫다
우산을 써도 소용없는 게릴라성 호우가...
너도 젖고...나도 젖고...
가판대에 놓인 신문마다 떠나신 교황님의 환한 웃음이 한가득
가판대 신문 사기
얼마만인가...
습기 찬 종이 냄새...신문 냄새 좋다고 킁킁거렸던 친구 생각도 난다
이것도 교황의 힘인가?...!
공항에서 빠빠이 하는 사진,
뉴스에 나왔던 그 경호원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오..오...잘 생겼다
다국적 경호원이란다...전 세계가 지켜야하는 분이구나
도스 낮은 카페 구석탱이에서 신문 보고 좋아라 한다
정말이다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청와대는 멀고 갑자기 바티칸이 가까워지는 쌩뚱함
뭐꼬...
비가 참.. 추적추적도 아니고 이슬비도 아니고
내내 이럴 모양이다
하늘도 뭔 사정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