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군에서 자살 처리된 시신에 대해 유가족이 억울함을 주장할 경우 그 입증 책임을 유족에게 지우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를 통해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국방부는) 최종적으로는 유족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인수 거부된 군인 시신을 모두 '강제 화장' 처리하는 법령 개정을 목표로 '영현 처리 TF' 팀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정책 기조로 천명한 후 국방부는 '장기 미인수 영현 처리'를 유일한 '비정상의 정상화' 핵심과제로 선정해 이를 위한 비밀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이렇게 된다면 지금 현재 국방부가 보관중인 시신 18구중 모두 15구가 당장 강제 화장의 대상이 된다"며 "이게 국방부가 말하는,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이게 최장 15년간 사인 진상규명과 군인으로서 명예회복을 해 달라며 절규해온 유족에 대한 국방부의 대답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살 사유 입증 책임과 관련, "(국방부는) 자살로 처리된 군인의 죽음에 대해 유족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그것이 개인적인 이유가 아님을 유족이 입증할 때만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도록 법령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지금의 군 인권 적폐를 그 부모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족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사인을) 밝혀주고, 그에 따른 명예회복과 안장을 해주면 된다"며 "유족에게 그 시신을 강제로 빼앗아 화장하는 방식을 유족과 국민도 모르게 추진한다는 것은 아들 잃은 그 부모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또 죽이는 잔인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의문사' 사병의 유가족들도 동참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들의 죽음을 두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신을 13년째 군 병원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한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국방부는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던 당시 '병사들이 앞을 오가면서 무섭다'고 한다며 한 달도 안 된 사건현장을 부쉈다.
특히 "언론플레이를 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사건현장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유가족에게 넘겨줬지만 다음날 오전 0시45분 군 헌병대를 동원해 유가족의 팔을 비틀고 밀치면서 테이프를 탈취해갔다. 유품을 달라는 요구에도 검정 비닐봉지에 세면도구와 곰팡이가 핀 새 편지지만 담아 건넸다고 한다.
이 유가족은 "이제 저에게 남은 건 우리 아들 시신밖에 없다. 그게 저한테 남은 마지막 증거"라며 "군에서 3년 지났다는 이유 하나로 마지막 증거까지 없애려고 한다. 무엇이 무섭고 무엇을 감추고 있는 건가. 왜 그렇게 증거를 없애려고 하나"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또 다른 유가족도 "윤일병 사건을 보면서 '내 아들도 저렇게 조작했구나' 싶었다. 뼈가 녹아내리는 심정"이라며 "그런데 시신을 처리한다니, 정말 잔인하고 악독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유가족은 어디에 호소해야 할 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