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벌초 다녀온 이야기

... 조회수 : 1,861
작성일 : 2014-08-18 15:40:31

지난 주말에 시댁 벌초에 다녀왔어요.

 

당일 아침 새벽 5시에 시부모님을 픽업하여 시골 근방까지 갔더니

저는 잠이 부족해 혼미한 상태에서 머리아픈 광경이 시작되었어요.

손위 누님댁에 들르고 싶어하시는 시아버지와 시누이 집에 가기 싫으시다는 시어머니 실갱이가...

 

저희 시어머니, 평소에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 식의 사고방식이신 분이라

저한테는 늘 시댁이 이젠 너네 집이라는 얘길 하시면서, 정작 본인은 시누이 불편하다고 하시더군요...ㅡㅡ

결국 아버님 승. 시고모님댁에 들러서 시고모님 내외분과 같이 선산에 오르기 시작했죠.

 

원래는 그냥 단순(?) 성묘인줄 알았으나, 실제로 가봤더니 그 곳은 입구부터 아마존 밀림같이 울창했어요.

아버님 형제분들 중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또 저희 나이대인 자식들도 묘에는 잘 찾아오지 않는가봐요.

시아버님은 형제 중 유일하게 서울에 사시는 분인데다 장사를 하시고, 결정적으로 운전을 못하시는터라

명절은 물론이고 성묘도 자식 도움 아니면 갈 수가 없으세요.

 

말씀이나 좀 해주셨으면 긴 바지에 편한 신 신고 갔을텐데

긴 검정색 원피스에 단화를 신고 가서 모기에 정말 신나게 물어뜯기면서

과일, 물, 간식 셔틀 시작...

 

남편이 오늘 하루 효도하는 셈 치자고 부탁에 부탁을 해서 정말 마음을 다잡고

매너모드 on하고 며느리룩에 미소 장착하고 군소리 없이 했지만...

벌초하는 내내 잔심부름 하며 제가 싫어하는 레파토리가 시작되었어요. ㅜ.ㅜ

 

시고모님과 시어머님 두 분이 며느리 사위 둘 다 있는 분들이라 죽이 척척 맞으시더라고요.

다 키워보니 딸이 좋지만 결국 나중에 내 병수발 할 사람은 며느리다.

아무리 그래도 딸은 남 주는거고 며느리가 내집 사람이지.

자식들이 요번에 뭘 사줬다. (저는 신혼 초 황당한 일을 여러 번 겪고 명절과 생신만 챙김)

저는 영혼없는 표정으로 아, 네네...^^

 

하여간 장장 일곱시간에 이르는 벌초 대장정을 마치고 땀범벅에 거지꼴로 절 몇 번 했어요.

늦은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고 붙드시는 시고모님에게 시어머니께서 차 막힌다며 미소로 만류하시고 서울로 출발...

그리고는 차에 타자마자 불편한데 사람 잡는다며 짜증을 부리셨어요..;;;;시누이가 편하겠느냐고.

 

남편이나 저나 피곤에 쩔어서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 서울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시어머니께서 저희더러 시댁에 들렀다가 씻고 밥도 먹고 천천히 좀 쉬었다가 가라고 하셨어요.

남편이 "아까 고모가 밥 먹고 가라고 할 때는 그냥 나오시더니 왜 저희는 붙잡으세요?" 했더니

너는 시누이가 올케한테 하는거랑 엄마가 자식한테 하는거랑 같냐며 벌컥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한테 "얘, 너 들렀다 갈거지?" 라고 하시길래 예의바르게 거절했어요.(속으로 빵터짐..)

그리고 집에 가서 씻은 뒤 남편과 둘이 실신... 다음날 일어나보니 12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잤어요.

 

한 줄 요약하자면 암튼 다음에도 벌초 가야 한다면 남편 혼자 가는걸로...

 

 

IP : 116.127.xxx.20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웅 미리 걱정이...
    '14.8.18 3:44 PM (121.143.xxx.106)

    저흰 자식이 많아도 저희 시누한명 부부와 저희 부부만 늘 벌초하러 옵니다. 저두 가면 완전 노가다...땀 범벅에...모기 물리고....새벽부터...흑...

    늘 효자인 남편과 말 못하고 따라 나서는 저....아웅..
    조카들도 30대인데 아무도 안오네요.

  • 2. 호수풍경
    '14.8.18 3:58 PM (121.142.xxx.83)

    벌초에 며느리들까지 가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할아버지 벌초 다녀오신거네요,,,
    대단하십니다...
    난 울 엄니 산소인데도 참....
    딸이라서 갈 수 있음 꾸역꾸역 갑니다... ㅡ.,ㅡ

  • 3. 당연히
    '14.8.18 4:00 PM (222.233.xxx.156)

    벌초는 남편만 보냅니다.

  • 4. 벌초
    '14.8.18 4:04 PM (112.173.xxx.214)

    여자들 아무도 안와요.
    우리 시누뇬들만 지 고향이라고 사위들 앞세워서 갑니다,
    시부모님이 고향에 안계시고 가까운 친척도 아무도 없으니 그때 아니면 고향이라고 가보질 못하니깐요.

  • 5. ..
    '14.8.18 4:14 PM (116.127.xxx.206)

    시댁이 제사는 따로 없기도 하고 시아버님 고향이신 곳에 결혼하고 처음 내려가보는거라 같이 갔었습니다. (어차피 저희 없으면 내려가시지 못하는 곳이라..) 웃긴게...벌초기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 넓은 곳을 그날 시고모부님이 혼자 다 하셨다는게 어이가 없죠;;; 정작 묻힌 분들의 자손들은 낫질도 못하세요. 낫도 없었지만.

  • 6. 시어머니
    '14.8.18 4:22 PM (118.221.xxx.62)

    이중성에 웃어요 ㅎㅎ

  • 7. ...
    '14.8.18 5:09 PM (116.127.xxx.206)

    너희 아가씨는(처음엔 누구 말하는줄 몰랐음. 우리딸은.. 이라고 하던가 너 시누이는.. 이라고 하시던가;;) 시댁 불편해서 자주 안 간다고 하더라.. 라고 하신 날 저보고 10분 뒤엔가? 자주자주 와라~ 라고 하셨어요. 그냥 이젠 웃어요 ㅜ.ㅜ ㅋㅋ

  • 8. ..
    '14.8.18 7:09 PM (121.200.xxx.105)

    새댁 수고했네요
    글고 글 읽는 내내 아 ~ 이 처자 참 지혜롭다 똑똑 소리나네
    잘 하셨어요,시집살이는 그렇게 하는거예요 (살짝여우스럽게 입 내밀어야 나만손해) 담 부터는 미리미리 신랑한테 이쁘게 언질하세요 (셩묘는 우리자기만가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2995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 온 뒤~ 4 바라바 2014/10/05 2,970
422994 제거보다 작은 옷장 가지신 분 어디 한번 손들어 봅니다. 3 폴라포 2014/10/05 1,770
422993 이런 시누이들 이해하시나요? 87 문제 2014/10/05 14,203
422992 고가의 흰셔츠는 잘 변색되지 않나요? 4 40중반아짐.. 2014/10/05 2,006
422991 결혼하고 시부모님한테 매달 생활비 줘야 한다는 남자 13 .... 2014/10/05 5,605
422990 퀸사이즈 이불솜을 싱글에 넣어도 될까요? 3 .. 2014/10/05 836
422989 조금은 짜증나는... 에휴 2014/10/05 433
422988 너무 답답합니다 ᆢ자식이 웬수 같아요 6 눈물 2014/10/05 3,185
422987 이런 사람과 결혼 어떤지요? 20 .. 2014/10/05 4,061
422986 40대후반 남성선물 골프공 선물 괜찮을까요?^^ 3 40대후반남.. 2014/10/05 1,236
422985 이런분한테 자녀분들 영어 과외시키시나요? 초등생과 홈스쿨하며 .. 10 영어과외질문.. 2014/10/05 1,490
422984 목선 쇄골라인 알아주는 여자 연예인들 누구누구 있나요? 5 ㅇㅇ 2014/10/05 2,838
422983 잔멸치가 짜요.. 어떻게 하죠? 3 쯎쯎 2014/10/05 919
422982 중학생 책상의자 어떤제품으로 사주시나요?? 8 자동차 2014/10/05 3,275
422981 [OBS]다큐스페셜에서 우유 호불호가 다른 20세 이상의 형제 .. ciemil.. 2014/10/05 947
422980 바람 잘드는 고층은 뒷베란다에서 빨래 잘 마르나요? 4 ... 2014/10/05 1,533
422979 남편과 시어머니를 쏙 빼닮은 자식 13 하필 2014/10/05 7,999
422978 한국가서 살고싶어요. 외국인으로서 직장구하려면 5 learnt.. 2014/10/05 1,988
422977 신라호텔 일식당 가격아시는분 계세요? 1 신라 2014/10/05 3,867
422976 이거..생리전 증상 맞나요? 3 힘든데 2014/10/05 1,388
422975 요즘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게 뭐세요? 26 abc 2014/10/05 4,122
422974 맥된장 가격이 궁금해요~ 1 코스트코 2014/10/05 3,408
422973 립제품 추천해주세요 !! ........ 2014/10/05 522
422972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은 언제쯤 할까요? 5 뮤지컬 2014/10/05 1,045
422971 김여진의 눈물 1 세월호 2014/10/05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