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탑승객분들과 아무 혈연적 관계가 없는 저도
사건 이후로 하루에 몇 번씩이나 그 일이 떠올라 마음이 참 힘듭니다.
그 고통은 똑같은 일을 당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고통의 경험이 없지요.
제가, 그리고 우리가 그 분들의 고통을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상상조차 무섭고 괴롭지만
입장 바꿔 놓고 생각했을 때
어떨까요?
전 종교가 있음에도
제가 미쳐버리고 가정도 깨질 것이며 경제적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고
매일 매순간 창이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살 것 같습니다.
실종자 중 살아돌아온자는 하나도 없고
아직도 시신을 못 찾은 가족도 있습니다.
이젠 좀 그만했으면 좋겠네 라는 말이 이 곳 저 곳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유족분들이 죽은 아이 살려내라는 것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이 한이 되지 않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절대 이런 참사가 나오지 않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자는 건데
왜 그게 안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저께 꿈에는
교황님이 나오셨는데
제가 교황님을 붙잡고 세월호 희생자들 때문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펑펑 울고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데 제 가슴에 쌓이고 맺힌 것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참 기막합니다.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 이었습니다.
그 밖에 다른 일로 제주에 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학년 바뀌고 막 친해졌을 때이고 공부도, 친구들 사귀는 것도 둘 다 잘 하고 싶을 때입니다.
같이 수학여행 프로그램 짜고
나름 멋도 내고
어머니 아버지들도 덩달아 얼마나 설레었을까요?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제주에 가서 살아보자 하고 온 가족이 배에 올라타고 제주로 가면서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세월호 학부모들이 그러더군요.
신문에는 선장이 팬티 바람으로 나올 때 가장 절망적이었다고 하지만
배가 완전히 뒤집혔을 때가 가장 절망적이었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희망이 모두 사라지는 그 송연한 기분
무섭고 두려운 건
그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라는 겁니다.
사실 이런말 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불경스럽고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세월호 사건이 나기 전 아침으로 돌아가 그 배를 타지 않는 것
그래서 지금 같이 생활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나갔고 끝났습니다.
그대신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괴로워도 늘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듣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니까요.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의 동생도 형 누나 언니 오빠들도 숨 쉬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들이 예전같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보호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더 이상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애타게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