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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크게 친 깡패 고양이와 주말 쇼핑

....... 조회수 : 2,971
작성일 : 2014-08-17 20:20:42
우리 깡패는 드디어 사고를 크게 치셨습니다. 뭘 줏어드시고 장이 막혀 개복수술 하였어요. 삼일 째 토했을 때 야간 진료하는 병원으로 고고씽. 초음파에서 소장 막힘으로 추정, 응급으로 개복해보니 비닐 더하기 털뭉치 ㅜㅜ 비닐은 대체 왜 먹어가지구 말입니다. 

삼일 입원하고 배에 붕대감고 카라 쓰고 퇴원했습니다. 오자마자 온 몸을 빗질해주니 너무 좋으신지 생전 못 들어본 낮고 큰 목소리로 구르르르룩 하면서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십니다. 카라를 쓰고 있다는 걸 자주 까먹고 여기 저기 부딪치며 잘 뛰댕깁니다. 밥 먹고 그루밍 하고싶어할 때만 잠깐 벗겨줍니다. 약은 밥에 뿌려주는데 약 맛이 나거나 말거나, 개복하고 삼일 지난 고양이 답지 않게 밥을 너무 잘 드십니다. 비닐도 드신 분이 뭘 못 드시겠습니까만. 삼 일째 토할 때도 물어보면 밥은 먹겠다고 했습니다. 막상 주면 입맛이 안 도는지 깨작거리다 말았지만요. 토해서 비실비실 하면서도 제가 일어나면 따라와서 종아리에 옆구리를 비비곤 했습니다.

앞으로 이 놈 입에 들어갈 만한 물건은 다 조심해야겠어요.

오늘은 유니클로에 가서 맨투맨 티셔츠 한 장을 샀지요. 소녀시대 모 양이 입었던 아크네 스투디오 가을 상품이 예뻐 보였으나, 그 십분의 일 가격의 유니클로 제품도 못지 않게 예뻐서 일단 한 장 사봤습니다. 입어보니 괜찮아서, 일본 유니클로에서 직구 더 하려고 이것 저것 찾아보고 있어요.  이십 대 초반에는 정장만 입었는데, 사십이 낼모레인데 돌체앤가바나 진에 유니클로 맨투맨, 반스 슬립온이라니, 나이는 거꾸로 먹나봅니다. 

연아의 인터뷰 중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자신의 일이 정말 계속할 가치가 있는 일인지, 그렇다면 그 일을 계속해나갈 힘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하는 구절이요. 아마 금메달을 따고 다시 또 도전하기로 마음 먹은 뒤에 떠오른 생각이 아닐가요. 제가 하는 일은 계속할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정말로. 저는 옷을 참 좋아하지만 제 일의 어떤 결정적인 순간과 앞으로 살 예쁜 옷 100벌을 바꿔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겁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바꿀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잠이 안 오고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선배들을 보면서 직접 물어보거나 -선배님은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지요?- 혹은 소득 없어 보이는 공부를 계속하면서 그래도 점점 더 나아지겠거니 스스로 위안할 뿐입니다. 쉬어도 뭔가 개운하지 않고, 늘 한 구석에 걱정을 안고 살아요. 이번 주말에는 몸살과 근육통으로 약과 죽으로 버텼습니다. 오늘 좀 나아서 쇼핑을 했네요. 옷과 쇼핑과 우리 깡패 고양이가 가끔은 위안이 됩니다.


IP : 61.72.xxx.24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8.17 8:28 PM (182.226.xxx.93)

    언제나 잔잔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었군요. 완쾌됐다니 다행입니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키우는 덕분에 그 매력을 알게 됐는데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오래 오래 같이 행복하시길. 아 그리고 유니클로 가격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같다던데 직구의 이점이 뭔가 있는 모양이네요?

  • 2. . .
    '14.8.17 8:28 PM (220.72.xxx.248)

    깡패 고양이 배가 빨리 아물리 바라요 ㅎㅎ

  • 3. 노이만
    '14.8.17 8:32 PM (14.33.xxx.153)

    예를 들면 어려운 시험을 준비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합격하면, 시험준비는 올바른 결정이었겠지만 그건 합격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불합격하면 준비기간은 그야말로 인생낭비였던 겁니다
    합격이라는 보상과 댓가는 보장되어 있지 않은 불확실하고 막연한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A라는 사람이 이 어려운 시험에서 합격 못할 사람이라는 게 확실하다면
    시험 준비를 선택한 A의 결정은 불확실하고 아무 댓가도 없는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A가 본인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능력 밖의 어려운 시험을 선택할지 고민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이나 긍정,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스스로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느냐 입니다
    현실의 현재 자기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것... 우리가 헛된 꿈이나 망상 ...
    과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은 어두운 미래를 거짓으로 밝게 색칠하는 낯선 상상일 뿐입니다

  • 4. 쨔식~어여 낫거라.
    '14.8.17 8:32 PM (203.247.xxx.20)

    울 냥이도 뭐 줏어 먹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

    옛날엔 지 식탁 접시위에 시간맞춰 주는 생식외엔 아무 것도 거들떠 안 보더니,

    최근에 싱크대위 후라이팬에 고등어 구이를 날름 먹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궁딩일 쳐 맞고 ㅋ

    생식외에도 먹는 고양이구나.. 확인시켜 줘 경악했거든요.


    비닐이라니... 큰 일 날 뻔했네요.

    다행히 빠른 대처가 냥이 살린 듯...

  • 5. ....
    '14.8.17 8:33 PM (61.72.xxx.247)

    예 유니클로 제품의 일본 가격이 우리 나라보다 아이템당 평균 1만원 쌉니다.

    맨투맨이나 스웨트셔츠가 우리 나라에서 3만원이라면 일본에선 2천엔,
    천가방도 2만원 이라면 1천엔 수준입니다.
    또 품절된 색상이나 사이즈도 일본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구요.

    몇 개만 사도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배송대행 비용이 좀 들지만, 그래도 서너 개만 사면 이득이지요.

  • 6. 노이만
    '14.8.17 8:35 PM (14.33.xxx.153)

    글쓴 회원님의 말대로 인생을 평생 바꿀 수 있는 결정은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눈 앞에 다가온 어떤 변화의 조짐을 받아들이고 결단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그것이 기회인지 함정인지 가려낼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력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와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댓가로
    나를 시험하는 열기 전의 상자같은 겁니다

  • 7. ....
    '14.8.17 8:45 PM (61.72.xxx.247)

    제 예전 고양이도 사료만 먹는 줄 알았더니, 어느 날 제 고등어 구이의 배부분만 홀랑 먹어버렸더랬습니다. 뱃살이 맛있는 부분인데 어찌 알고 말이에요. 지금은 부모님 집에 사는데, 엄마의 갈비찜을 한 토막 몰래 훔쳐다 이불 위에 두고 노려보더랍니다^^

  • 8. 그린 티
    '14.8.17 10:52 PM (220.118.xxx.213)

    에구.. 병원비 꽤나.. 울 냥이 중성화전엔 캔도 가끔씩 먹더니, 이후에는 입도 안대요. 물론 다른 음식은 전에도 입 안대고, 사료만 먹지요.
    그래도 카라 쓰고 잘 있나보네요. 울 냥이는 중성화수술후 씌어 주었더니 미친 냥이 널뛰듯 뛰어서 레깅스 잘라서 입혔었지요.

  • 9. ...
    '14.8.17 11:50 PM (112.149.xxx.115)

    조심해야겠네요..!!
    저희 집 고양이는 매우매우 얌전하지만 식탐도 많은데 언제 사고칠지 모르겠어요.
    괜찮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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