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전밭과 마당을 경계하는 돌담을 덮고있는
호박잎 사이로 하룻밤새 배나 자라난 애호박 두어개 따왔었는데.
청둥호박이 산모 몸 보하는데는 그만이 없다고 노래하며
영순이 고모 시집가고 부터는 호박구덩이 두어개 더 두던 할매의
눈총이 제법 따갑기도 했었는데.
백태가 허옇게 낀 오줌장군 뒤로 느린걸음으로 뚜꺼비 한마리 급히 숨었었는데
쌓아논 보릿짚 볏가리 위엔 미처 탈곡되지 못한 낱알이 포오란 싹을 피워 내기도 했었는데
쇠지랑물 흘러들던 정구지 밭에서 정순이 고모가 낫질해온 한아름
찌짐붙여 먹자던 고소한 말에 혹해 다듬는 수고쯤이야 했었는데
솥뚜껑 엎어 기름칠 하던 것은 뭉퉁하게 짤라낸 호박 꼭지였었는데
삼이웃 기름냄새 퍼질때쯤 가장 먼저 찾은 손님은 눈멀어 코밝은 참봉할매 였었는데
매운고추 골라내다 " 머심아가" 한 마디로 대갈통을 줘박아주던 정순이 고모는
내나이 보다 열살도 스무살도 더전에 세상버렸는데.
하이고 이노무 비는 계절없이 왜이리 사람맴을 씸숭쌩숭하게도 아리게도 하는지
살면 살수록
세월이 하 거짓같아서 말이지.
시장통 한바퀴 돌아 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