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오는 길에 동네 골목에서 자주 보는 고양이를 만났어요.
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 가는 검은 줄이 일직선으로 빽빽하게 쳐진 털을 입은 고양이죠.
자재 창고 철문 밑으로 기어들려는 것을 쯧쯧하고 입 소리를 내니 뒤돌아 보면서 서네요.
손을 뻗어 이리 오라는 신호를 보내며 다른 손을 뻗어 음악 듣고 있던 휴대폰을 내미니
슬금 슬금 다가오네요.내 앞 70~80cm쯤까지 다가와서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 팔을 왼쪽으로
돌리면 고개가 따라 돌고 오른 쪽으로 돌리면 또 고개가 따라 오네요.
한참 듣더니 이제는 배를 하늘로 향하고 벌렁 드러 눕네요. 벌렁 누워 네 발을 깐닥거리고
눈은 지긋이 감고 ..마치 음악 감상이라도 하는 모습여요,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음악 소리가 다 하자 일어나서 제 갈길 가네요.
오늘은 내과에 갔는데 내과 의사 여섯이서 연합을 앞에 붙인 이름으로 운영하는 병원인데
좁은 병원안에 사람이 꽉 찼어요, 대기 인원만 80~90명. 한 꼬마가 엄마를 부르며 칭얼대고 다니길래
손짓으로 부르니 다가 와요. 귀에 대고 듣고 있던 휴대폰 음악을 귀에 가까이 대주니 조용히 서서
듣고 있네요. 귀에서 휴대폰을 떼려 하자 내손을 고사리 두 손으로 잡아 제 귀에 대네요.
들을만해? 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거리네요. 한참을 그렇게 들어요. 저쪽에 있던 아빠가 와서 데려갈 때까지..
요새 교황님도 오셨고 해서 차분하고 좀 경건한 음악이라고 고른 것이 콜니드라이(Kol Nidrei)...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니 교황청에서 교황을 앞에 모시고 연주하는 동영상이 있어서 그것을 휴대폰으로
녹음해서 듣고 있어요.
음악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보통 고양이나 네살짜리가 다 음악소리에 귀 기울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