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더위에 지친 군중들을 어떻게 위로를 할 방법이 없나?

꺾은붓 조회수 : 1,406
작성일 : 2014-08-16 12:12:43
 

 저 더위에 지친 군중들을 어떻게 위로를 할 방법이 없나?


2014. 8. 15 오후 시청광장!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시청광장 넓은 마당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최 측에서 10만 관중 동원을 호언했지만, 이 더운 날씨에 그것도 한 낯에 얼마나 모이랴 했었다.

헌데 꾸역꾸역 모여드는 인파는 6.10항쟁의 그 날을 재현하는 듯 했다.

경찰추산 3만 명이었으니 시청을 빙 돌아가며 그늘이나 건물 뒤에 모여 앉은 군중들을 합산하면 줄잡아 10만은 되었을 것 같다.

10만에서 좀 빠진다 해도 경찰수만 명이 광장을 삥 둘러싸고 있었으니 경찰도 사람일진대 경찰의 머릿수를 합하면 10만을 훨씬 넘는 군중이었다.

물론 교황님의 눈에 보이지 않는 후광과 음덕이 작용했다 해도 예상외의 관중이었다.

그 자리에 모여든 시민 모두가 의외의 군중에 고무되고 놀라워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이나 외치는 구호는 각양각색이었어도, 압축하면 <특별법>을 유가족이 요구하는 대로 제정해서 이 나라에서 다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건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몸부림이었고, “박근혜 퇴진!”, “사고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은 “건강한 나라”라는 김치를 담그는데 섞어 넣는 조미료와 양념일 뿐이었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구름이 많이 끼었지만 여름더위야 어디 가랴!

말 그대로 불볕 더위였다.

하지만 10만 군중은 행사가 진행되는 2~3시간동안 꼼짝도 안 하고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시청 앞 ~ 을지로 3가 ~ 종로3가로 이어지는 긴 긴 시가행진이 시작되었다.

그 감사한 군중들에게 무언가 시원한 기쁨을 선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빈 주머니에 그들에게 시원한 얼음과자를 대접할 돈도 없고, 돈이 있다 해도 그 빽빽한 군중사이를 어떻게 비집고 돌아다니며 얼음과자를 그들의 손에 쥐어준단 말인가?


할 수 없이 한 꾀를 생각해 냈다.

옆에 나뒹구는 A-4용지 넉 장을 합친 것 만한 남이 버린 피켓 하나를 주워들었고, 다행히 피켓뒷면은 빈 백지상태로 있었다.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매직잉크를 꺼내 뒷면에 휘갈겨 썼다.

<희소식>

<시청광장 사진을 보고 박근혜가 비틀 → 아직도 제정신이 돌아오지를 안 했답니다.

더러운 세월 끝장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모읍시다!>

하고 써서 군중들이 시위를 해 나가는 프레지던트 호텔 건너편 교통신호등 컨트롤박스를 철거해 낸 높이 50cm쯤 되는 콘크리트 기초 대 위에 올라서서 양팔을 벌려 높이 들고 시위 군중들을 향해 펼쳐들었다.

꼬박 두 시간은 양팔을 높이 들고 기성세대로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벌을 선 것 같다.

시가행진을 하시는 시민들이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그 기뻐하시는 모습들에서 내 팔 아픔도 잊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잘 나가던 시가행진대열은 청계3가 4거리에서 멈추고 <범국민 대책위>라는 사회자가 나와서 경찰이 승인한 합법적인 시위는 여기까지이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하고 방송차량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다시 주변에서 박스 판때기 하나를 주워 아래와 같이 써서 길거리에 주저앉은 군중들을 향해 들고 다녔다.

<교황님께서 우리를 만나자고 하십니다. 청와대 뒤편 로마교황청 대사관까지 시가행진을 해 나갑시다!> 하고 써서 들고 다녔다.

물론 앞에서와 같은 반응이 왔다.

그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웬 아가씨 하나가 옆에 달라붙더니 꼬치꼬치 캐  묻기 시작했다.

아가씨 ; 교황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필  자 ; ----

아가씨 ; 교황청대사관은 왜 가요?

필  자 ; 교화청대사관은 핑계고 거기가 바로 청와대 아니요?

아가씨 ; 그래도 교황청대사관으로 가자고 쓰셨잖아요?

필  자 ; 그냥 사진 찍었으면 딴 일 보시고, 나중에 딴 사람들과 같이 그 사진보고 얘기를 나눠 보세요!

그래도 그 아가씨는 곁을 떠나지 않고 줄기차게 질문을 던져 왔지만 무슨 대답을 해 줄 형편이 안 되었다.


집회 주최 측에서 청계천 3가에 버리고 간 시위 군중들을 삼삼오오 떼를 지어 보신각 앞마당으로 모여 철벽같은 경찰차를 향하여 “청와대로 가는 길을 비켜라!”외치며 노상농성에 들어갔다.

노상농성이 2-3시간 지속되었다.

경찰의 인내가 놀라웠다.

공갈방송은 해 대도 물대포도, 연행도 없었다.

모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황님의 위력이었을 것이다.


10시가 조금 넘어 보신각 앞 농성장을 벗어나 광화문광장의 유가족 농성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거기서 유가족들과 밤샘을 할 작정이었다.


아쁠싸!

오후 5시까지도 여러 개의 천막 밑에서 사람이 북적이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장소는 말끔히 철거되어 정리가 되었다.

그곳에 힘없이 앉아있는 젊은 남성에게 물으니 경찰과 시복식 행사가 끝나면 다시 천막치고 농성장을 차리기로 하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철거를 했단다.



아- 이 무슨 판단착오란 말인가?

교황님은 이렇게 말끔하게 정리된 광장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시라 했는데!

가장 낮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슬픈 사람들이, 가장 비참하게 사는 곳만을 찾아다니시는 분이라 했는데, 왜 울부짖는 유가족들이 비 가림만이라도 하기 위해 친 천막을 스스로 철거를 한단 말인가?

과연 시복식 행사가 끝나면 다시 엣 모습대로 천막을 치게 할 것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 힘없는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다행히 마지막 전철이 남아있어 없는 돈에 택시를 잡아타지 안 해도 되었다.


지금은 교황님 후광으로 어떻게 버틴다만, 교황 가시고 난 뒤가 더 큰 걱정이다.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IP : 119.149.xxx.5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국회의
    '14.8.16 12:24 PM (211.36.xxx.71)

    참사대책회의가 뭔가 이상합니다
    항상종로로 행진을 하라니 그곳 막으면
    싱겁게 모두 흩어집니다
    모두들 어제 시청광장으로 하루전 변경된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하네요
    박석운 이 자에 대하여 세밀히 알아보야야 될듯합니다
    다시 유가족측에서 광화문을 점령할것인지는 글쎄요?
    세월호참사대책회의 파봐야합니다
    팩트티비에 부탁을 해야할까요?

  • 2. 꺾은붓
    '14.8.16 12:32 PM (119.149.xxx.55)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시위에 나가도 대책윈가 뭔가가 모금하는 돈 통에는 절대로 돈을 넣지 마시기들 바랍니다.
    그리고 경찰이 틀어 막으면 대책위로서도 그것을 뚤고 나갈 힘은 없습니다.
    어지 보신각 앞에서도 대책위가 또 와서 안국역 앞으로 각자 모이자고 해서 하나 둘 흝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제 그 자리에 있는 시위대는 대부분 밤샘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고 보신각 앞 4거리를 점령하고 밤샘농성을 벌였어야 했습니다.
    그 일대는 오늘아침 시복식에 참가하는 신도들을 태우고 전국에서 몰려든 버스들이 주차할 장소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농성을 풀지 않고 밤샘 농성에 들어갔으면 오늘아침 시복식행사가 엉망이 되고 경찰로서도 참으로 난감했을 뿐입니다.
    대책위를 100%믿어도 안 되지만, 그거 빼 놓으면 집회와 시위를 주도해 나갈 마땅한 단체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어제 차라리 시가행진 하지 말고 바로 시청광장에서 농성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 3. 블루마운틴
    '14.8.16 1:00 PM (211.170.xxx.35)

    어린 학생들이 모금함을 들고 다녀서 꼭 1만원씩은 냈는데...

    아깝다...

  • 4. 블루마운틴
    '14.8.16 1:00 PM (211.170.xxx.35)

    꺽은붓님 어제 더운날씨에 고생많이 하셨어요!!

  • 5. 꺾은붓
    '14.8.16 1:24 PM (119.149.xxx.55)

    마운틴님!
    그런 모금은 괜 찮습니다.
    범국민대책위가 집회를 열고 자신들이 집회개최비용으로 쓰겠다는 모금통에 돈 넣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전교조 집회에서는 상당히 많은 모금을 하여 자신들보다 열악한 처지에서 싸우는 삼성a/s노동자나 케이블티브이노동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런 모금이야 아름다운 모금이지요!

  • 6. 저도
    '14.8.16 2:00 PM (203.226.xxx.114)

    어제 팩트티비보는데 신고된 집회끝나고.우왕좌왕
    앞에선 청와대가자고
    같이보는사람들 어버이연합같다 프락치다 그랬어요 벌써 시민들은 이탈하고 몇분이나남았는지는몰라도 청와대가면 연행된다고 차라리 그자리에서 내일아침까지 연좌농성하는게 낫지않겠냐 했는데 얼마뒤 어수선하게 끝나버리고....
    항상 집회결과가 다 우리뜻대로 되지는않겠지만 시국회의 이상해요 알아봐아될것같아요

  • 7. 저도
    '14.8.16 2:04 PM (203.226.xxx.114)

    어제는 좋은기회였는데
    교황님도오시고 광복절에 금요일이어서 밤샘준비하고 나가신분들 있었을거예요
    제가아는분들도 그러고갔어요 많은시간 많은시민들호응 이런기회 아깝게놓쳐서 많이아쉬워요

  • 8. 꺾은붓
    '14.8.16 8:31 PM (119.149.xxx.55)

    읽고 댓글을 달아 주신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오후에 전과 같이 농성장은 다시 꾸려졌습니다.
    교황이 한국에 계시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박근혜가 광화문광장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 같습니다.
    "어디 해 봐라! 교황만 한국 떠나면 그때 보자!"하고 이를 부드득 갈며 씨부렸을 것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3192 맨날 배가 아프다는 남편 ㅜㅜ 2 .. 2014/10/06 1,141
423191 한복 맞췄다가 하루만에 계약취소할려고 하는데요.. 10 시장 2014/10/06 2,260
423190 비틀즈노래를 리코더로가능할까요? 3 좀알려주세요.. 2014/10/06 903
423189 아이에게 최대한 상처를 덜 주고 이혼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4 결정 2014/10/06 1,311
423188 아토피있는사람 거위털이불 안될까요? 궁금 2014/10/06 681
423187 온몸이 돌려가며 항상 365일 아프신분들 잇나요 14 단풍 2014/10/06 2,282
423186 이유식 고기쓸때 해동하는것좀 알려주세요 4 2014/10/06 775
423185 유세린크림 너무 되직해 보이던데.. 잘 발리나요?? 1 아이허브 2014/10/06 2,913
423184 혹시 다이빙벨 …… 2014/10/06 468
423183 신해철 트윗 2 루머 2014/10/06 2,063
423182 고소영 브랜드 가격 2 패션 2014/10/06 1,866
423181 ted강의. 군문제로 심난한 요즘 한번씩들보면좋을거같아요 3 ㅇㅇㅇ 2014/10/06 624
423180 입에서 쓴맛이 나요 3 .. 2014/10/06 3,221
423179 '카모메 식당' 좋아하시는 분들... 3 ... 2014/10/06 2,035
423178 단통법 해보니 예상과 다르네 2 세우실 2014/10/06 2,139
423177 차승원 아들 사진 첨 봤는데 28 추워 2014/10/06 21,106
423176 인덕션 매립형 식탁 어떨까요? 1 바라바 2014/10/06 6,624
423175 삼수하는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이네요 5 걱정하지마 2014/10/06 2,437
423174 TV없는 집은 주말에 가족들과 뭐하시나요? 4 TV 2014/10/06 1,275
423173 퀸사이즈 이불커버에 싱글사이즈 양모이불 속통 넣어도 되나요? 4 .. 2014/10/06 1,169
423172 68년생님들 흰머리 염색 하시나요? 8 염색 2014/10/06 3,094
423171 2014년 10월 6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1 세우실 2014/10/06 549
423170 세상 불공평-아니 뭐 이렇게 이쁜 기자가 있나 싶어 검색해보니 9 크하하 2014/10/06 3,073
423169 군대 훈련소 퇴소 질문. 7 군대 아들 2014/10/06 1,856
423168 일본 야쿠자 영화보니..무시무시하네요 감독 2014/10/06 7,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