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국민위원회 조회수 : 450
작성일 : 2014-08-15 08:42:02
http://sewolho416.org/2189

죽어 돌아온 아이의 얼굴은 보랏빛이었습니다. 가족이 힘들어할 테니 보여주지 말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미운 짓 한다고 서운하던 때조차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그래서 못다 전한 사랑한다는 말이 한가득 쌓였는데 전할 방법을 알 수 없는 우리는, 무엇이든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랏빛 얼굴조차 아직 만나지 못한 열 명의 실종자에 대한 죄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참사가 반복되어왔지만 너무 쉽게 잊어왔던 우리를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쳤습니다.

대통령도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약속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는 것은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5월 대국민담화의 약속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는 국회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안을 만들고 국민의 힘을 등에 업어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그랬더니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들여 7월 본회의에서 제정하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은 달랐습니다. 청와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스스로 밝혀야 할 진실인 ‘사라진 7시간’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채 더욱 숨어들어갔습니다. 국회 본청 앞에서 잠을 청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질 때 우리에게 온 것은 특별법이 아니라 여야의 밀실 합의 소식이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법이 아니라 진실을 숨기는 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분노한 우리는 여야 양당에 재협상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묵묵부답입니다. 다시 협상을 약속한 여야 원내대표는 무엇을 골몰하고 있습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적당히 무마하려고 골몰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철저한 진상 규명 권한을 걸고 싸우지 않은 채 슬금슬금 눈치만 보고 있습니까? 새누리당은 우리를 완전히 포기시키려고 골몰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문명사회 운운하며 피해자에게 수사권 주지 말라고 엄포를 놓습니까? 그러면 가해자가 칼자루를 쥐는 것은 문명사회입니까? 피해자가 진실을 밝혀달라며 한 달 넘게 단식을 하고,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문명사회입니까? 우리의 마음에 포기라는 단어는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포기라는 단어를 가져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든 노력을 포기하십시오. 진실을 감추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든 시도를 포기하십시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든 눈속임을 포기하십시오. 그리고 책임지십시오. 그 말을 전하기 위해 우리는 청와대로 가려고 했습니다.

몇 걸음 떼기도 전에 경찰들이 달려와 길을 막았습니다. 길을 열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 앉은 우리를 경찰은 사지를 잡아끌며 길옆으로 내동댕이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경찰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규탄은 경찰이 지키려고 했던 청와대를 향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양당 원내대표도, 국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우리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 분명히 알았습니다. 당신들이 지켜주고 있는 것이 결국 청와대일 뿐임을 깨닫기 바랍니다. 그리고 선택하십시오. 많은 국민들이 가족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버리기도 하셨습니다. 가족의 감사를 전합니다. 여전히 청와대를 지키려는 자들이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명확합니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방법을 정히 모르겠다면 우리가 알려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포기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많은 국민들과 함께 다시 이 자리로 오려고 합니다. 해산되어서는 안 될 진실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해산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어 다시 오겠습니다.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살려낼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나 특별법은 제정할 수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결단할 수 있는 일이며,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합니다.

2014. 8.14.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IP : 211.177.xxx.19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8358 세월호 유족의 요구 사항 5 dd 2014/08/18 1,955
    408357 강아지 집 추천해주세요~ 8 ... 2014/08/18 1,340
    408356 등산화추천 해주시면 정말감사드려요 11 야옹 2014/08/18 1,746
    408355 외할아버지 첫제사 참석해야하는게 맞는데요 2 걱정 2014/08/18 1,195
    408354 교황은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신것입니다. 34 .... 2014/08/18 3,651
    408353 지금 전주 날씨 어떤가요? 2 ceci 2014/08/18 823
    408352 어제 삼총사 보신분 안계세요?재밌었어요^^ 13 이진욱짱 2014/08/18 2,986
    408351 제목만 봐도 필이 퐉! 오는글 댓글은 다른분들에게 양보하세요. 6 제목이 낚시.. 2014/08/18 508
    408350 이대나와 미싱시다 취직했대요 57 . . . 2014/08/18 22,962
    408349 한 달간 외지로 여행가는 사람에게 선물은? 4 여행자 2014/08/18 1,211
    408348 퇴직금 얼마나 될까요?? 1 나는야 2014/08/18 1,309
    408347 30대후반 자차보다 택시 이용하는게 경제적일까요? 17 2014/08/18 2,971
    408346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 엄수 6 세우실 2014/08/18 983
    408345 카드대금이 잘못 청구된 걸 지금서 알았는데요. 5 뒤늦게 2014/08/18 1,490
    408344 지금 박근혜가 명동성당 안으로 들어가네요. 45 평화방송 2014/08/18 3,420
    408343 신혼 1년차..남편의 말들이 너무 상처가 되요.. 12 럭키공 2014/08/18 4,970
    408342 이정부들어서서 왜이리 성추행에 스캔들사건이 많은지 스캔들 2014/08/18 510
    408341 오이김치가 물렀어요. 2 .. 2014/08/18 906
    408340 사춘기 중2 병 아이 무섭네요 9 2014/08/18 4,382
    408339 지금 통영 날씨 어떤가요? 비 와도 가야해요. 2 .. 2014/08/18 1,132
    408338 교황님 가슴에는 오늘도 노란리본이 반짝이네요. 4 ** 2014/08/18 1,257
    408337 개독의 흔한 마인드... 4 blood 2014/08/18 1,559
    408336 연애상담 좀 부탁드려요~ 29 연애초보 2014/08/18 2,734
    408335 장난이면 용서됩니까? 더 큰 문제 아닌가요? 5 ㅇㅇㅇㅌㅌ 2014/08/18 986
    408334 '어느 일본인 여인의 감동 이야기' 2 세상에 이런.. 2014/08/18 1,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