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그런 거죠?
저는 작은 오해나 말다툼이 있으면
차후라도 곰곰이 곱씹어 보고
본의 아니게 말로 상처주거나 한 것들은 반드시 사과하거나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상대방의 오해나 상처를 풀어주려고 꽤 노력하는 편인데
나이들면서 안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소위 적반하장이라고 하죠.
친한 친구 두 명 그렇게 잃었구요. 모두 저보다 기가 세고 말잘하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서..
근데 막상 먼저 말실수해놓고 늘 임기응변으로 슬쩍 넘어가서 약을 올리는 타입들?
아마 실수 인정하면 무슨 큰일나는 줄 아는 타입들이에요.
정작 본인들은 무신경한 타입들.
물론 서로 사고방식이 달라서 부딪치는 경우도 많아서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본인이 생각해도) 막말을 내뱉는 경우가 있잖아요.
적어도 불필요한 오해는 조금이라도 줄일 수가 있는데 왜 그걸 절대 못해주는 걸까.
자존심이 대단한가요. 저도 자존심이 대단하지만 제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사과합니다.
막말을 난데없이 얻어듣고 나중에 생각하면
세상에, 나를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왔을까. 친구가, 친구가 하며 눈물이 주주룩 하염없이 흐를 때가 있는데
어머 아까 말실수였다, 맘에 담지 말아라. 한마디만 해 주면 마음이 너무 편안해질 텐데
그걸 얄밉게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고
도리어 발끈하고 적반하장으로 시비 걸어서
먼저 인연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솔직히 친구는 어쩔 수 없다 치고
친언니가 제 인생의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이상한 막말로 속을 후벼파고 오열하게 만들고
그게 지금까지 몇년이 응어리가 가슴에 계속 쌓였어요. 홧병 걸려 죽을 거 같아요.
가족이라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또 비슷한 막말을 해대고
쏙 사라져 버리고 다음에 만날 땐 헤헤거리며 나타나고 하니 너무 얄미워요.
어떤 일을 계기로 불거져서 너무했다고 울면서 얘기해도
절대로 번복하고 사과하질 않아요. 아예 언급을 피해요.
예를 들면 너무나 가슴깊이 너무 쇼크를 받은 게 있는데
의료사고로 평생 가벼운 장애를 갖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그날 병원에서 지쳐 돌아와
의사에게 따져서 치료비 일부라도 겨우 받아냈다고 하자
'그래 너랑 싸웠으니 돌아버렸겠네 헤헤' 이러는 거예요.
나중에 기가 막혀서 어찌 가족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속상해 미친다고 화를 내도
꿈쩍도 안해요. 그 이후로도 언급을 피해요. 이게 인간인가요?
설령 그때는 가벼운 일로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잘못 실언한 걸 알면 확실하게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죠.
그러면 저도 마음이 너무 편해지죠.
무릎을 꿇으라는 게 아니에요.
'그럴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한마디만 하면 돼요.
그러면 저도 그런 경우는 뒤끝이 없는 편이라 봄눈처럼 사르르 녹는 사람이에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그땐 실수해서 미안하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요?
그 한마디를 안하고 몇 년을 버텨서
비슷한 막말 들을 때면 그 일이 막 같이 떠오릅니다. 너무 밉고요.
전에 어떤 심리 치료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친구나 지인이야 상대가 맞지 않으면 결국 헤어지면 그만인데
가까운 가족한테 받는 상처는 계속 반복되어 응어리지면 정말로 커져서 걷잡을 수 없다고 하네요.
가까이 있으면서 똑같은 상처를 계속 반복해서 주면서 치유를 안 해 주면
그 응어리가 점점 커지고 단단해져 몇년을 고통받다가 분노로
어느 순간 팍 돌아버려서 ...
지금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친족살인, 부모형제 살인, 패륜의 문제 이어진다고 하네요.
그만큼 무서운 거라는 거죠.
그냥 한마디만 해 주면 응어리가 몽땅 녹아버릴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모른 척하고 있는 건지..
저는 생각해 보니... 솔직히 누구한테서 '너 왜 함부로 막말하고 사과안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마음이 소심해서 그런 건지.. 제가 어쩌다가 심한 말을 하면 통쾌해지는 게 아니라
제 가슴이 찢어져요. 그래서 저는 제 말에 제가 너무 고통받아요.
바로 미안해지고 곧 후회하죠. 그래서 수습할 수 있는 건 바로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세상에는 저같은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있는 걸까요.
그런 사람들에겐 또 그런 사람들만의 납득이 갈만한 논리가 존재하는 걸까요?
제 아는 동생 털어놓기를 자기가 명백히 잘못한 줄 알아도 그쪽에서 먼저 다그치면
재수없어서 안 보는 케이스도 있다고 하네요. 걔도 자존심이 무지 세고 임기응변으로 잘 우겨요.
그 얘기 듣고 솔직히 너무 놀랬고,
본인이 실수한 걸 슬쩍 넘어갔으니 상처입은 쪽에서 속상해서 말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게 재수없어서 먼저 인연 끊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세상에는 그런 경우가 외외로 흔한가 보다 라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