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으로서의 종교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초등학교 때 미사포 쓰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친구의 모습이 예뻐 잠깐 성당을 다녔다
정말 열심히 했다
의식에 필요한 용어 외우기에 사력을 다했다
신심이라기보단 당시 신부님이 외국인이었고 너무나 친절하고 잘 웃으셨다
초등 3학년인 순진무구함이 빛을 발해 지금 기억에도 너무나 따뜻한 잔상이 있다
아이의 변덕은 시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었고 그렇게 내 종교 체험은 어느 날 무신경하게 끝이 났다
때때로 뉴스에 나오는 종교 전쟁을 보며 내 역사 지식은 상관없이 "저들"의 짓이 도무지 이해불가였다
종교가 전쟁의 이유가 된다는 것부터가 내겐 모순투성이이며 종교의 위선이라 생각했다
부처님, 예수님, 하나님, 하느님, 알라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등등의 싸움이
무지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제 3자의 눈에는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보일 뿐이었다
자신의 신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종교적 신념이 만들어내는 차별과 적개심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신을 떠받치고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한지 모르겠다
마음에 품고 의지가지하며 힘을 얻는 것이야 자유지만
삶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종교의 가치는 반대다
교회나 절이 없어진다고 영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영성을 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긴 깨달음의 언어에 마음을 두고 살피고 또 살피며 살아도 무방하다
종교가 비즈니스가 된 세상
가장 낮고 누추한 곳에 있어야 할 종교의 웅장한 위용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느라 분주하다
그분의 소박하지만 위엄있는 언어를 잘 알아듣고는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치는 어디에든 끼어든다
광화문 근처 호텔 예약이 벌써 만원이란다
종교에 문외한인 나도 그분을 기다린다
언어와 표정으로 마음에 평화를 주는 사람
영성을 깨워주는 일...그 다음은 내 몫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8월의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