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유학생활 뜻하지 않게 길어지고.. 국내에 들어가도 취직 못할 거 같아서
대충 취직해서 일하다가.. 너무 외롭고 고달프고 가족이 너무 그리워서
돌아가려고 맘 굳게 먹었을 때
엄마가 들어오면 따로 혼자 살라는 말을 해서
슬픔과 분노로 어쩔 바를 몰라 하고 있어요.
들어가서도 혼자 살 거면 들어가는 의미가 없어요. 여기는 일에 미칠 수 있는 직장이나 있지. 당장 가서 벽보고 뭐하라고.
설사 나중에 다시 독립시키더라도 외로움에 미쳐서 돌기 직전인 딸자식 맘을 어찌 저리 모를까. 잔인한 엄마.
그동안 전화로 징징대며 하소연하던 것들을 귓전으로 다 흘려들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서러움과 분노와 슬픔이 복받쳐 매일매일 좌절감과 자살 충동으로 어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칠십 넘은 고령 부모지만 건강하시고 여행 자주 다닐 정도로 지금은 경제적으로 윤택하세요.
출가한 자식도 있고 아직도 집에 있는 자식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자식 귀한 줄을 몰라요. 너무 서럽습니다. 친구들은 고향에서 부모가 애타게 기다리던데.
스펙이 별로 없어서 유학이라도 갔다오면 오래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계획 말씀드리고 내 적금 털어 감행한 유학이었구요, 혹시라도 집에서 빌빌대며 무능력자로 폐끼치기가 싫어서였죠.
빠듯한 집안 사정 다 이해해서 밤낮 아르바이트에 학교 수업료 대출에 거의 혼자 고학생처럼 일하며 공부했지만
다행히 대학원 공부가 맞아서 즐겁게 할 수 있었구요. 심각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선 부모 도움도 받은 적 있구요.
중간중간에도 너무 힘든 시기들이 있어서 다 그만두고 싶어져 눈물 흘리며 전화하면
이게 다 너를 위한 시련이니 극복해야 한다며 늘 기운을 북돋워 주시던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던 멘토 엄마한테 너무나 배신감을 느낍니다.
저 자신은 유학생이지, 여기서 정착할 생각은 정말로 꿈에도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늘 거기서 열심히 해서 니 꿈을 펼치라는 둥 그런 식으로 용기를 줘서 몇 년을 버티게 만들어 놓고 (저도 왠지 여기 정착해야 된다는 듯 세뇌당한 듯)
멀리 있을 땐 굉장히 소중하고 귀한 딸처럼 립서비스를 하더니 정신적으로 심각해져서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까
너랑 같이 살 수는 없다고 버거운 듯 귀찮은 존재 취급을 하는 게 대체 엄마 맞냐고 울부짖었어요.
여기서 가족 그리워하며 이방인으로 사는 것보다는 한국에 들어가 가족들 자주 보면서 지금 보다 못한 직업이라도
찾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고 판단하여 어렵게 내린 결론인데 어쩜 저리 사람들이 잔인할까 하는 생각에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떠날 당시는 집안 사정은 형제도 많고 빠둣해서 대학졸업후는 각자 알아서 하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유학하면서도 전 줄곧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아빠엄마 호강시켜 드리고 큰집에서 같이 살아야지
(제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하는 마마걸, 파파걸이었구요.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구요.
근데 유학 후반부부터 엄마아빠가 세계여행을 하며 집 경제사정이 갑자기 너무나 풍요로워진 거예요. 성실하신 분들이라 뭔가 결실을 맺었는지 모르겠지만 전 지금도 영문을 모르겠어요. 동생 한 명은 미국으로 유학보내줫구요,
그때는 집이 풍요로워진 게 너무 잘됐다고 생각하고 뿌듯하고 모든 게 너무 좋았는데
결국 나만 이런 취급을 받고 보니 나는 뭐였나 하는 분노와 서러움이 치밀어 오릅니다.
미친 듯이 일하다가 휴가 받아 집에 가 보면 큰집에서 동생들은 생활비 월세 이런거 하나도 안 들고 자기 차 몰고 자기 월급은 자기가 펑펑 쓰고 뭐하나 부러울 것 없이 잘먹고잘살고 있구요, 생각해 보니 저는 생활비에 월세에 십여년을 고학생처럼 살아온 거더라구요. 왜 나만 이렇게 열심히 먹고살 궁리하느라 돌아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정착해야 하는 거죠?
다른 형제들은 딱히 열심히 살지 않아도 집세 밀릴 걱정, 생활비 걱정 안하고 고만고만한 회사에서 편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는데?
과거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솔직히 저는 그동안 이런 불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도리어 가족들의 풍요로움이 너무 행복하고 기뻤을 뿐인데
정작 돌아가려 하니 나만 이방인 취급하고 끼워주지 않는 가족들이 너무 밉고 정신적으로 돌아버릴 것만 같습니다.
동생들도 이상하게시리 목소리가 커졌구요, 다른 친척들 있는 앞에서 저를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일까지 있었어요.
기가 막혀 집안 뒤집은 적이 있구요. 엄마는 그때마다 무조건 동생들 편을 들어서 싸웠죠. 예전엔 절대 없었던 일이죠.
마치 외부인이 어따 대고 니 의견 제시하느냐는 투의 태도입니다. 자기들끼리도 크게 투닥투닥거리고 말다툼할 때 있으면서 다음날 바로 헤헤거리면서, 저한테는 윽박지르고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제가 어차피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인간한텐 저리 하나 싶었습니다. 나이들면 손익을 따지는 인간들이 많으니까요.
왜 필사적으로 열심히 산 인간한테는 이런 결말이 주어지고 아무 시도도 안 하고 늘어져 있던 사람들한테는 이런 풍요로움과 거저먹는 권리가 주어지는 거죠?
게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수년전 온가족 첫여행을 나에게 알리지 않고 다녀온 것도 두고두고 서러움과 분노로 오열하는 원인입니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고 친구들도 납득이 안간다고 합니다. 모든 걸 주도하는 엄마가 이상하다고.
지인들한테는 딸이 해외에서 잘 정착해서 어쩌구 하면서 자랑스레 얘기하면서 정작 딸의 정신적 고통, 고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니가 엄마냐는 소리까지 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고 애틋하게 생각했던 엄마에게.
유학생활 중 쓰러져 입원한 적도 있었는데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당시는 알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증상으로 인해 1,2년을 고통속에서 공부와 일을 병행했는데 나중에 얘기해도 정작 아무도 관심없어요. 아버지는 측은지심이 강해서 많이 측은해하시고 들어오라고도 하시지만 엄마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제가 오열하고 발악하고 하소연하고 그런 시기를 몇 번 거치니까 슬슬 말이 바뀌더니, 그러게 내가 그렇게 들어오라고 말할 땐 안 듣더니 ,, 하면서 말을 바꿉니다. 지금도 자기는 들어와서 혼자 살라고 안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런 말을 했고 내가. 미쳤어? 들어가서까지 혼자 살라니..그럴려면 뭐하러 들어가?여긴 일이나 있지. 라고 속상해했는데도, 아냐. 여기서 같이 못살어. 하며 딱잘라 말해놓고는 이제와서 발뺌합니다.
치사하고 서럽고 정신적으로 장애가 생길 정도로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매일 부르르 떨리고 있네요.
미국유학갔던 동생은 지멋대로 독립했다가 들어왔다가 들락날락하는 거 내비두고요 방은 언제나 비워두고 있었나 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돌이켜 보니 이미 예전에 이런 불공평한 처우를 내가 하소연했어야 하는 건데, 당연히 내가 감내해야할 것들이라고 생각했었던 게 바보천치 같다는 생각이구요,
이제 그들과 같이 살 생각은 꿈에도 없구요. 어떻게 재산을 축적했는진 몰라도 아파트 한 채씩 줄 테니까 반은 죽어라 벌어서 내야 한다며 하는 것도 듣기 싫구요. 적금 관계 잘 몰라서 그동안 엄마한테 관리 맡긴 것도 후회하고 있어요. 한때 아무도 안 만나고 별로 먹지도 않고 하면서 방구석에 처박혀서 있어서 월급 모은 거 많았거든요. 나는 이렇게 미친듯이 일해서 고만고만한 월급으로 월세, 생활비 모든 걸 내 힘으로 감당하고 그 돈으로 노후까지 걱정하며 적금을 힘들여 해야 하는데, 나머지 것들은 편하게 큰집에서 아무 생활비 안 들이고 대충 일하며 자기 월급 몽땅 적금하면 , 지금도 이렇게 큰소리치며 무시하는데 나중에는 돈없다고 얼마나 무시하겠는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 달라는 얘기도 아니고 유산을 분배하라는 얘기도 아니에요.
그런 걸 원하지 않아서 더욱더 고통스럽습니다. 명백한 차별대우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요.
지금은 참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살다보면 분노와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뭔짓을 저질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인연을 끊고 살까 생각하면 그것도 분노와 서러움이 폭발해서 정신 이상이 올 거 같아요. 고아도 아니고 가족이 득시글거리는데 나만? 왜? 그리고 과거엔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돈문제 이런 것들에 대한 억울함.
정작 돈아까워서 치과나 병원 같은 데 안 간 것도 몇년이 됐습니다. 크게 아프지 않은 것이 다행이고. 꾸준히 관리해야 할 지병이 있지만 돈이 많이 들어 병원에도 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서러움과 불공평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받으면 해결될까? 아니요.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죽고 싶을 것만 같아요.
솔직한 심정은 각자 독립해서 각자 열심히 살자는 거예요. 누구는 고달프게 밤낮 일해서 생활을 꾸리고 누구는 부잣집 사모님처럼 편하게 살아햐 하나요? 그게 만약 서로 독립하거나 결혼한 후에 형제끼리의 빈부의 격차라던가 그렇다면 이해를 해요. 자기 노력으로 얻어진 차이니까요. 하지만 아니잖아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서로 부모에게 아무런 혜택도 도움도 받지 않고 큰집에서 부모곁에 한량처럼 산 것들이, 먹고살 궁리하느라 멀리서 힘들게 살아온 형제에게 갑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죠. 그들은 영원히 부모곁에 붙어 있을 거고, 난 절대 그들과 같이 안 살 겁니다. 부모한테도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못되고 죽일 자식이라도 십년을 혼자서 힘들고 외롭다면 일단은 같이 품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휴가 때 가면 반기는 척 하는 것도 이젠 역겹습니다. 멀리 있으면 귀한 자식이고 가까이 가면 오지 말라는 게 부모입니까?
차라리 돈을 벌어서 봉양을 강요하는 게 낫겠네요. 고향에 돈 부치고 집에 가면 귀히 여겨주는 주변 친구들이 더 부럽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생각해 봐도 현 상태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같이 살 생각은 이제 꿈에도 없구요, 한국가서 혈연이 득시글거리는데 혼자 벽보고 살 생각도 없습니다. 당장은 직장도 없을 텐데 혼자 살라고요 .잔인한 엄마입니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도 꿈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 서러움 분노 이런 것들 때문에 언젠가는 정신적인 장애가 올 것 같다는 두려움에 매일매일 살고 있네요. 그런 것들만 해결되면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불공형한 불만 이런 거 별로 큰 거 아니거든요. 과거처럼 얼마든지 내 일처럼 기뻐할 수 있을 텐데 (근데 이젠 자신이 없습니다. 그들도 실제로 내가 아무 도움이 안되니까 점점 이방인 취급하는 거겠죠. 나도 똑같이 대응하고 싶네요)
어떻게 하면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런 불공평한 상황,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정신과의사에게 상담하는 내 자신을 수없이 떠올려 보고 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치유가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인연을 완전히 끊거나 , 끊더라도 남은 여생을 그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칼을 갈며 허송할 거 같습니다. 그러면 뭐하러 살지 하는 생각이요. 결혼해라. 그런 쉬운 말은 하지 마세요. 현재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