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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료 영리화' 팔 걷어부친 정부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은 병원이 외부 자본을 자유롭게 투자받아 국내외 환자를 상대로 각종 수익 사업을 벌여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제주도 외국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승인이 이르면 다음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외국 영리병원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제의료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국외 환자 유치를 내세워 국내 환자 보호를 위한 의료법의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환자 안전을 위해 규제해온 줄기세포 및 유전자 치료 도 매우 비싼 돈을 받고 환자들한테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 외국 영리병원 설립,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
제주도 영리병원은 지난해 2월 중국의 한 기업이 주로 피부미용이나 성형수술을 하고 동시에 값비싼 건강검진 상품을 팔겠다며 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응급의료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는데, 12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라 다음달 응급체계를 다시 점검해 승인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 설립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지금은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 수가 10% 이상이고 병원장과 진료의사 결정기구의 50% 이상이 외국인이어야 설립이 가능하지만, 이런 조건을 제주도처럼 '외국 의사의 종사가 가능하다'는 정도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은 "외국 의사 고용비율 등을 따져보면 말만 외국 병원이지 실제로는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8곳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이 세워지는 꼴이다. 현재도 의료비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들한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내 병원은 영리 자회사 세워 수익 창출
국내 의료법인 병원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세운 자회사의 사업 허용 범위가 더 넓어진다. 지난 6월 의료법 시행규칙이 발표될 때 빠진 건강기능식품 관련 사업이 다시 등장했다. 자회사를 세워 건강기능식품과 음료를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은경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은 "건강기능식품 및 음료의 판매가 결국 영리 자회사의 핵심 사업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한테 이들 식품 및 음료를 권하면 어떤 환자가 거부하겠느냐. 의료비가 폭등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병원의 의원 임대업이나 의대 산하 기술지주회사 허용은 대형병원의 수입을 늘려주는 한편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오리란 지적이 많다.
■ 돈벌이라면 환자 안전장치도 해제
정부는 신약 및 신의료기술의 개발을 촉진한다며 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사용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보통 3단계인 임상시험의 한 단계를 면제할 수 있는 범위를, 현재의 '자기 몸에서 빼낸 줄기세포를 다시 주입하는 기술'에서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활용한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아 외국 원정 치료를 받다가 숨진 사례가 밝혀진 것만 2건이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임상시험까지 면제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발상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 국외 환자 유치 위해 국내 의료법도 무시
정부는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광고를 허용하고 국내 보험사가 국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의료 특별법'을 제정해, 2017년까지 국외 환자 5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의료법이 환자의 유인·알선이나 광고 등을 금지해 환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현실을 이유로 댔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국내 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면 환자 진료비 등을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관이 직접 계약하게 되는데, 결국 건강보험을 대체할 위험이 크다. 민간보험사엔 대박 사업 기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