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속내
장황하게 글을 써내려가다가
첫글은 결국 다 지우고 말았습니다.
저는 공부만한 범생이스타일이고 여우라기보단 곰인 아내이며
한집안의 장녀이자
지금은 두아이를 키우는 주말부부 워킹맘입니다.
남편은 어디선가 화가나면 날카롭고
그럴때면 전 꼬투리를 잡힐까 겁이 나요.
지금 있는 직장도...
저는 전문직이라 예전에는 그 일만 열심히 하면 되었는데
결혼, 출산후 새로 구한 직장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요구받고 있어요.
(소신껏 하고 싶으나 돈이 되는 것만 하라는...--직종은 의료쪽입니다)
거기다 직장 상사도 지나치게 자기 감정을 저에게 드러내요.
그분 집안이 불우하고, 회사일도 힘들어진상태에서 제가 취직해서
대화상대가 되다보니 제가 감정적으로 좀 가까이 지냈는데
제가 힘들때도 그렇게 때로는 감정을 받아줘야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예를들면 기분이 안좋을때 저의 실수를 보면 별거아닌걸로 화를 내는데
나중에 화가풀리면 나도 그렇게라도 기분을 풀어야하지 않냐고 저에게 말을해요.)
저는 제가 힘든 이야기를 어디다 할수가 없어요.
부모님은 마음이 아플것 같고
남편은 그따위 직장이라면 때려치라고 할것 같고..(그 저변엔 저에 대한 안스러움보단 짜증이 있겠기에)
친구들에겐 자좀심상해서 못하고..
같은 직종아닌 사람들에겐 할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주말마다 만나는 시어머니도 그야말로 자기 하고픈 말은 다하고 제가 한 소리는 꽁 하고 묻어두며
혹시 내아들 흉보는건가 싶어 쌍심지 켜시는 분..
근데 오늘 글들을 읽다보니
저또한 남편과 상사의 감정의 쓰레기통인건가.
내가 못나서 그들이 그러는 건가 싶은데.
이걸 안당하려면 이혼과 퇴직밖엔 길이 없다는 기분이 들어요..
어차피 결혼생활, 직장생활 다들 이렇게 힘든거라고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남들도 다 똑같다고
누군가가 좀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의 하소연이 또 누군가에겐 감정노동이 될까봐 참고 참다가
여기다 털어놓아봅니다.
언젠가 제가 이혼위기에 있었을때 남들 힘들게 하지말고 여기다 털어놓으라셔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인지라
나중에 펑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