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학부모 대표 SNS 독려… 학생부 형평성·비교육적 논란
서울의 한 자사고가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자녀에게 “학교 명예를 높였다”며 상점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상점을 걸고 집회 참석을 종용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상점이 쌓이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될 수 있어 학생 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자의적인 상점 부여가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는 지난달 25일 서울시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주최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자녀에게 지난 4일 상점 10점을 일괄 부여한 사실이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집회에는 서울지역 25개 자사고의 학부모 2500여명이 참가했고, 이 학교에서도 70~80명의 학부모가 참석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 자녀들에게 반별로 몇명씩 일괄적으로 상점 10점을 부여했다”며 “상점 부여 사유란엔 ‘학교의 명예를 높인 학생(언론 보도 등)’이라고 적혔다”고 전했다.
이 학교 상벌 기준상 상점 10점은 매우 높은 점수다. ‘학급 당번 성실히 수행’ ‘수업태도 성실’ ‘분실물 습득 후 신고’ 등 사유는 한 건당 2점의 상점을 받을 수 있고, 한 건에 10점을 받을 수 있는 사유는 ‘교내외 경시대회 입상(금상)’ 정도다. 누적 상점이 20점 이상이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학교장상을 받아 대학 입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학부모 대표들은 ‘상점’을 거론하며 밴드(SNS·사진)·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한 반에 5명 이상씩’ 집회 참석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 학교 1학년 학부모 대표 ㄱ씨는 지난 6일 종각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반대 학부모 (2차)집회’ 전 학교 학부모들이 모인 ‘밴드’에 “집회에 참여하는 학부모 자녀들에게 상점이 부여된다. 학교 측에서도 어렵게 결정해서 학부모들에게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으니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각 반 학부모 대표들이 학부모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퍼져나갔다.
이 학교 교감은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부모들 사이에) 그런 건의사항이 있었고 그런 내용의 문자가 돌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적용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학교 관계자는 상점을 부여했다고 인정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에서 상점 등을 통해 집회에 학부모를 동원한다는 학부모 민원이 교육청에도 들어왔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