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인지는 말 안 할게요.
새누리당도 아니고 박영선 대표도 아닌 그 분 사무실에 전화한 건
그래도 엄마 마음을 좀 알 것 같은 손톱같은 희망이 아직 남아서였나봐요.
처음엔 박영선 원내대표 사무실에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대답이 뻔할 테고 변명만 늘어놓는 소리 듣다 가슴이 터질까봐
그냥 다른 국회의원한테 했어요.
당연히 의원님 보좌하는 사무실 직원이 받았어요.
보좌관인지 아닌지는 몰라요. 이름도 직급도 안 물어봤어요.
막상 전화를 받으니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냥 세월호특별법 합의 소식 듣고 황망해서 전화했다고 했어요.
그러시냐고, 죄송하다 하더라구요.
그동안은 꿈쩍도 않는 바위에 달걀 던지기라도 아직 달걀이 남아있는 기분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진 기분이라 너무 참담하다고 그랬어요.
그 의원님도 어제 합의안에 대해 반대하고 계시고 오늘 그와 관련한 회의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랬어요.
이제 방법이 없냐고.
원내대표가 나서서 합의를 했는데 그게 수정될 가능성이 있냐고.
당신네 의원이 반대한다는 걸 알아보려고 전화한 게 아니고
어제의 합의가 실행되지 않고 국민들이 원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질 수 있냐고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제발 말해달라며
저도 모르게 울었어요.
전화받는 분이 유가족들도 다시 단식하신다는 말을 하던 순간이었나봐요.
그 사람들 그렇게 하게 만들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하다가
그전까지는 차분하고 어눌한 말투였는데 저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나왔어요.
끊을 때까지 울었고
받으시는 분은 차분하게 사과를 하시면서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 없는 저간의 사정이 있다고 재차 말씀하셨어요.
제가 마지막에 그랬어요.
나는 그래도 이렇게 전화라도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그저 참담한 심정으로 울고 있다는 걸 꼭 알아주시라고요.
끊고 나니 그 의원이 안다 한들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다시 또 무력감이 밀려옵니다.
그래도 전화 붙들고 울고 나니 터질 것 같던 마음은 조금 가라앉고 있습니다.
또다시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무릎을 일으켜 세워야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