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40중반 부부예요.
80 다 되신 양가 부모님 모시고 휴가 다녀왔습니다.^^
몇년간 놀러가본적이 없었는데 아이들 성화에 이번에 휴가계획을 잡았어요.
회사일에 월화수목금금금 쫓기는 남편이 딱 3일간 휴가를 받았습니다.
휴가지 선정에서부터, 숯불피워본 경험이 없어 숯불피우는 법이며,
3일동안 먹을 메뉴선정까지 82에서 많은 도움을 얻어서 잘 다녀왔습니다.
사시사철 일곱자식들의 효도경쟁으로 팔도를 섭렵하고 해외까지 나가보신 시어머님과
평생 놀러가본 일이 별로 없는 친정엄마.
두분이 잘 어우러질수 있을까 싶었는데 두분다 흔쾌히 사돈관계도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하셔서
모시고 가게 되었고요.
서울에서 출발해서 전라도 친정과 한시간거리의 시가에 들러 두 어머니를 모시고
82쿡 여러분들이 추천해주신 서해로 갔답니다.
서해에서 내리 3일을 식사준비에 약간은 힘들었지만,
애들이 바닷가에서 물놀이며 모래놀이에 하루종일 놀았던터라
한쪽 어머니만 모시고 갔으면 무료하고 적적하셨을텐데 두분이서 말벗도 하시고 장점도 많았습니다.
(다만 제가 친정엄마가 혹시 시어머니 앞에서 실수를 하시지는 않나하는 노파심에 약간 불안해했어요)
음식은 제가 불고기며 장조림등등 몇가지 준비해갔음에도
시어머니도 김치를 담아오시고, 친정엄마도 시장에서 장사하고 오시면 밤11시인데도
새벽녘까지 김치며 다른 먹거리들을 준비해 오셔서 음식이 넘쳤어요. ㅠㅠ
괜히 같이 가시자고 했다가 양가 어머니들만 더 밑반찬 마련에 힘드시게 하게된 셈이죠.
두 어르신들은 연세가 드셔서인지 바다에도 그닥 감흥이 없다하시고 80이 다되신터라 걸음도 불편하셔서
바닷가에 나가셨다가도 다시 방으로 들어오시고, 한편으로는 3일동안 옥살이를 하고 계시는 심정이라고
웃으면서 서로 그러시더군요.
두고온 농사일이며 시장에서 팔다가 덮어놓고온 썩어가는 물건들이 눈에 밟히는듯 하셨지만
그래도 부모님댁에 잠깐 왔다가 떠나는 여느해에 비해 단 한가지, 자식들과 긴 시간을 함께 하는것
한가지만은 좋아하시는듯 느껴졌습니다.
기회가 돼면 앞으로는 쭈욱 부모님을 모시고 가려고요.
가보니 그다지 어려운건 없었고요.
숯불피우기 처음 도전해보는것도 우여곡절끝에 어머님들 식사 끝내실 무렵에 점화 성공했고요.
외식하시는것 싫어하시는 어머님들이라 3일동안 식사준비가 약간 신경쓰였으나 그 역시 괜찮았답니다.
반면에 서울에서 전라도갔다가 충청도로, 또 마지막날에도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모셔다드리고 또 서울로..
긴 운전을 하느라 힘들텐데도 내색없이 애써준 운전병출신의 남편도 너무 듬직했답니다.
남편말대로 우리가족만 여행가자는 아이들에게도 할머님들을 모시고 가는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했음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도 두 할머니와 더욱 가까워진 정을 느끼게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가끔 애들데리고 외식할때 두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여행같은 계획이 있으면 두분을 모시고 가려합니다.
그래도 팔순이 다 되신 어르신들이라 몇해나 모시고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시립니다.
휴가 준비단계부터 82에 여러가지 문의했고 또 조언도 받아서
잘 다녀왔기에 조언주신분들께 더불어 감사드립니다.
두분께서 준비해오신 옷가방속에 20만원씩 봉투 살짝 넣어드렸더니
저는 이제부터 또 절약모드에 돌입하려고 합니다.
PS: 리조트앞 바닷가 썰물때 조개를 캘 수 있다고해서 왕큰삽 2자루에, 호미3개, 양동이
그리고 백합캐서 칼국수 끓여먹으려고 장대한 꿈을 품고 칼국수면도 가져갔는데
모기한테 헌혈만 하고 첫날밤 2시간, 둘째날 낮 2시간 동안 6명 인원이 삽질해서 캔 조개가 7개 였습니다.
그것도 아까워서 찌개에 넣었더니만 해감한다고 했음에도 지그락거려서 애들이 다 뱉었어요.
7개뿐인 귀한 조개라고 할머니 두분이 저희 꼬맹이들에게 특별히 다 주셨는데 애들이 속았다고...^^
칼국수는 끓여먹지도 못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