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뮤지컬 "지금 이 순간" 만이 기억나는 제목이다
선이다, 악이다 라고 규정지울 수 없다는 것쯤은 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처음 맘의 흉기를 느꼈을 때
의외로 덤덤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살의를 느낄 만큼의 적개심은 아니었어도 누군가의 불행을 바랐던 적은 있다
어렸을 때는 오빠와 나눠 가져야하는 모든 것이 싫어 그랬고
학창 시절에는 친구와의 경쟁에서 오는 질투에 그랬다
사회인이 돼서는 어느 지점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에 주변 모든 관계가 장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를 치워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네가 떨어지고 내가 붙어야 하는 상황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버티려 안간힘을 쓴다
믿을 건 노력밖에 없었지만 인생이란 공들인 만큼 빛을 내주지 않는다
그 어긋나는 타이밍에 지쳐 맘엔 삭풍이 불고 그렇게 메말라간다
나보다 먼저 앞서간 친구를 향해 미소는 짓지만
악수하는 손에 온기는 없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부모 자식 지간은 안다
좀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것을...
정신은 건조해지고 악다구니가 집념이 돼 스스로를 태운다
노력에는 어느 정도의 자기학대가 따른다
아마 나를 태우느냐 남을 태우느냐의 변곡점이다
천성이 겁이 많고 내성적이며 개인주의라 그런지 나를 볶으면 볶았지 남에 해되는 짓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안에 숨겨진 악의 본능은 알고도 남을 만큼 잔인한 자아와 마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인간이란 워낙에 알 수 없는 존재라 단언하기 힘들다
마음이 지옥이 돼야 악이 산다
굳이 천국으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지만 죽을 때까지 몰라도 좋을 자아를 깨우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극악무도한 무리들을 보고 있자니 내 선한 마음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용서와 자비가 충만한 영성도 없다
저들의 마음이 무간지옥에 떨어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