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8월 7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052
작성일 : 2014-08-07 07:10:01

_:*:_:*:_:*:_:*:_:*:_:*:_:*:_:*:_:*:_:*:_:*:_:*:_:*:_:*:_:*:_:*:_:*:_:*:_:*:_:*:_:*:_:*:_:*:_

시청 앞 작은 연못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단잉어가 산다
몰락한 귀족처럼 느릿느릿 헤엄치면
양귀비꽃 수면에 비쳐온다
우리는 그걸 주홍빛 슬픔이라 부른다
허기진 햇빛이 정수리 위에 어른거린다
메마른 광장의 오후 2시가 아가미 속을 들락날락하는
지루한 염천(炎天)의 대낮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보듯 지느러밀 움직여
물의 파동을 느껴본다
배에 와닿는 물의 감촉이 따스하다
눈앞이 침침해지고부터는 소리에 집착하게 된다 좁고 가늘어진 바람소리
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
무수한 소문들이 물기를 머금고 부풀었다 사라진 벤치에
빈 종이컵이 실신할 듯 입벌리고 있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던 손이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
生의 마지막 들숨을 쉬듯 물위로 솟구칠 때 무심코
돌아서던 누군가의 하얘진 귓불을 보았을 수도 그때 잠깐 흔들린 듯
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엿본 것은 아무 것도
들킨 것 또한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동안에도
애초에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었다는 듯
개미들이 떨어진 여치 다리를 십자가처럼 옮기고 있었고
체인을 오래 매만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은색 승용차가
서류뭉치를 신생아처럼 안고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모두 외로움을 흙먼지처럼 껴입고 있지만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벤치 밑에 조금 구부러진 쇠뜨기풀이 다시 일어서는 동안
내 어슬렁거림은 어떤 사소함에 비유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에 열중하는 순간 누구나
제 몸에 딱 맞는 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서로에게 그림 속 배경일 뿐이라는 듯
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 김미령, ≪흔한 풍경≫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8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8월 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8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0169.html

 

 

망해가는 게 어디 한둘이랴...

 

 

 
―――――――――――――――――――――――――――――――――――――――――――――――――――――――――――――――――――――――――――――――――――――

”용서란 죗값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 다른 게시판 댓글에서 발췌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14.8.7 8:52 AM (108.14.xxx.185)

    카툰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8245 여기서.. 위로받을수 있을까 싶어서요. 14 10년차 2014/10/20 2,667
428244 유기농 양배추환 어디서 구입하지요? 1 클로버23 2014/10/20 1,706
428243 커튼 봉집형으로 하신 분 계시나요? 1 가을이 2014/10/20 1,192
428242 패션고수님들~하운드 체크 유행 다 지나갔나요? 3 옷잘입고싶어.. 2014/10/20 1,226
428241 위로가 필요해요. 3 크리스티나 2014/10/20 873
428240 스마트폰에 mp3 음악 선물 어떻게 하는 건가요? 2G 2014/10/20 2,384
428239 고2남자 아이 등어리에 여드름이 너무 심해서... 8 콩이랑빵이랑.. 2014/10/20 2,745
428238 미국여행 다녀오면서 꼭 사와야 할것.. 6 미국 여행 2014/10/20 3,937
428237 갑자기? 생긴 2 억 의 돈..어떻게 할까요? 11 재테크 2014/10/20 12,894
428236 찬미 맞네요 9 모모 2014/10/20 2,399
428235 세월호188일) 겨울되기전 우리 실종자님들이 꼭 돌아오시기를.... 16 bluebe.. 2014/10/20 562
428234 얼굴뼈깎고 세우는 세상에 길이는 왜 안될까요? 9 키수술 2014/10/20 2,259
428233 중국산 우엉 차로 마셔도 될까요? 2 박서영 2014/10/20 5,978
428232 거절하기가 힘든..친구의 부탁..저는 어떡할까요??? 110 친구야.ㅠㅠ.. 2014/10/20 21,426
428231 그 신목을 베어서 김유신 사당에 놓는다구요?? 9 2014/10/20 1,853
428230 손석희 뉴스 불편한 정부… JTBC 광고 차별, 비판보도 옥죄기.. 1 샬랄라 2014/10/20 1,051
428229 무쇠솥 커피 로스팅좀 가르쳐주세요. 1 시벨의일요일.. 2014/10/20 1,130
428228 중1 책읽기..ㅜ .. 2014/10/20 660
428227 여성수축제나 에센스 효과가 있나요 5 궁금해서요 2014/10/20 2,031
428226 늦깎이 이직 사원 회식 요령좀 알려주세요. 2 저요 2014/10/20 938
428225 삐라 살포는 환경사범으로 처단해야 1 깨끗이 2014/10/20 590
428224 서울 한정식집 질문이요~~ 4 벚꽃 2014/10/20 1,970
428223 미생 웹툰 7 다나와 2014/10/20 2,332
428222 아이가 전학 가는걸 극구 반대하면 안되겠죠.. 3 전학 2014/10/20 1,147
428221 오피스텔 임대해서 월세받으시는 분~ 8 오피스텔임대.. 2014/10/20 3,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