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소리가 싫어 구입했던 CD
처음 CD라는 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감동은 컸다
무한 반복해도 늘어질 염려 없고 일단은 자그마한 메탈의 촉감이 좋았다
그렇게 LP는 고물 취급을 당하며 내 책상에서 사라져 갔다
처리가 곤란해 갖다버린 것이 지금은 아뿔싸다
세월이 보물을 만들어준다는 진리를 그땐 몰랐다
세련되고 유행하는 것을 손에 넣어야 존재감을 뽐내던 시기였으니 뭐하랴...
아날로그의 추억에 빠져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발품 팔아 턴테이블 놓고 LP를 듣는다
어차피 이 여름은 끝을 향해 가고
엉망진창인 이 세상도 또 그렇게 돌아갈 것이며
내 울분과 정의는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저 바늘 하나가 뭐라고 시공간을 뛰어 순진하고 착했던 시절로 데려다 준다
먼지보다 못한 착각이라도 가고 싶다
그나마 이 찐득하고 불쾌한 여름이 있어 가능한 침잠이다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 제일 늦게 간다
음악이라도 있는 게 어딘가...
처음 알았다
LP는 음악에서 음악으로 넘어갈 때 약간의 공간이 있다
쉼표를 무시하고 살았다
그게 열심히 사는 줄 알았다
다음 음악을 기다리는 설렘...
멍 때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