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언덕 길을 올라 제법 푸르르고 공기도 맑은 곳에 다다르니 정말 근사한 계곡이 있어 감동했는데, 감동은 딱 거기 까지 였습니다.
취사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기 저기 밥하고 고기 구워먹는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는 계곡 물속에 올라온 넓적한 바위에 휴대용 부르스타
올려놓고 김치찌개를 끓이며 먹으며 자기 아이들이 옆에서 놀고 있는데도 담배까지 물속에서 피우시는 엄마분들까지...계시는 걸 보고
참... 저 담배재가 우리가 자리 잡으려던 아래 쪽으로 오겠구나 싶으니 기가 꽉 질렸습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점심도 먹고 발이라도 담궈보자며 평평한 땅이 있는 곳을 내려갔는데, 이미 한 바탕 먹고 가신 분들이 쓰레기를 하나도
안치우고 버리고 몸만 가셨더군요. 먹던 고기 비계며 뼈며 김치에 남은 밥까지 제대로 묶어 놓지도 않은 봉투에 대충 올려놓고 그 옆에는 드시던
초록 병들을 다 깨놓고 여기저기 흩어놓은 자리가 여러 군데... 아이들에 연로하신 부모님이 다치실까봐 저희 언니, 형부랑 같이 한 30분을
주웠는데요. 도대체 왜 쓰레기는 안버리고 가시며... 왜 병은 죄다 깨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며... 취사금지인 계곡에서 꼭 고기와 찌개를
끓여 드셔야 하는지... 그게 너무너무 궁금한 하루였습니다.
저희 어릴 때는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아침 등교와 하교길에 초록 주머니에 쓰레기 주으며 다녀야하는 세대였고, 제가 길에 다니다 코라도
풀거나 껌이라도 씹을 때 생기게 되는 껌종이는 자기 주머니에 간수했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는 걸 배우며 자랐는데, 요즘 학원에
아이들 데려다 주러 가면 초등학생이건 중,고등학생이건 쓰레기는 무조건 바닥에 버리고, 줒어 가라면 살짝 들었다가 제가 다른 쪽으로 걸어가면
바로 버려버리는 애들은 착하고, 못들은 척하거나 심지어는 이래야 청소부 아저씨들이 밥먹고 산다며 말대꾸하는 아이까지 참 별세상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