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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대선 후보 사퇴 → 논란 속 노원병 국회의원 당선 → 새정치 깃발 아래 민주당과 합당 →
대표 사퇴, 아무런 임팩트 없이 정치권에서 보낸 2년
"새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실천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
2012년 안철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치인 안철수'와 함께해온 한 인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측근이 내린 평가치고는 꽤 야박하다. 물론 그간 '안철수' 앞에 놓인 정치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간단했다면 애초부터 국민이 그를 호출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실패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안철수 본인도 알고 있다. 7월31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30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부터 약 2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대선 후보로, 무소속 의원으로, 야당 대표로 굵직한 경험을 한 '안철수'는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
"안철수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의 차원이 있다. 하나는 안철수 같은 사람에게 유권자들이 기대를 갖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안철수 개인과 주위 사람들이다. 후자는 끝난 것 같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안철수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안철수 쪽 인사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한 측근은 "(안철수 의원은) 옆에서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하는 사람도 모르게 중요한 결정을 해왔다. 대선 후보를 사퇴할 때나 합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을 때는 이 방침이 무공천 방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하려는 건지, 아니면 무공천을 밀어붙이려는 건지 당 안의 지지 그룹도 그 의도를 몰랐다. 소통이 안 되니 그것이 예측 불가능성으로 이어져 지지 세력 사이에서도 규합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안철수 쪽의 인사는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뿌리 깊은 벤처기업 CEO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그건 반정치적이다. 정치를 혐오한다. 그 반사이익만으로는 새정치를 구현할 수 없다. 그런데 안 의원은 여전히 교수, 변호사, 의사 출신들에게만 의존했다. 그 한계의 틀을 빨리 빠져나왔어야 하는데 자기 경험에만 의존해온 것이다. 130명에 달하는 현역 의원과 부단하게 머리를 맞대고 스킨십을 하고 토론을 하고 한 방향으로 끌고 갔어야 하는데 이런 기억이 별로 없다. 이것도 뼈아픈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지지 세력마저 실패를 인정한 상황에서 '정치인 안철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걸까. 이 물음에 대해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렇게 정리했다. "안철수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의 차원이 있다. 하나는 안철수 같은 사람에게 유권자들이 기대를 갖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안철수 개인과 주위 사람들이다. 후자는 끝난 것 같다. 안철수 의원이나 주변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정치력은 한국 정치 발전에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난 것 같다. 전자의 경우 '지금의 정치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는 이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안철수 의원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야당 정치인이 누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기대를 아직 저버릴 때는 아니라는 의견도 여전히 있다.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은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안철수 의원은 완전히 소멸된 카드는 아니다. 내상을 입은 상황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도 대략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현실 정치인으로 변화하고, 거품도 빠지고, 맷집도 기르며 새롭게 진영 내부에서 지지 기반을 확보해왔다. 안 의원에게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