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 카페에 가입하기 전인 지난 6월 초에 써서 몇 개의 사이트와 카페에 올렸던 글 입니다. 좀 늦기는 했지만 삼성 A/S노동자들의 딱한 처지는 아직도 변한 게 없어 다시 한 번 올립니다.
삼성을 고발한다. - 당신이 느끼는 친절함과 만족감 뒤에 이런 피눈물이 숨어 있었습니다.
먼저 필자는 1970년대 중반 한전직원으로서 전기기자재 생산업체에서 한전에 납품하는 전기기기와 전기기자재의 성능을 시험 검사하는 일(Inspector)을 6~7년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주 업무는 한전에 납품하는 변압기의 시험검사였고, 가끔은 누전차단기나 전기계량기도 성능검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전기기자재 생산업체의 기업윤리와 실상을 일반인들 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서 접하고 경험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 당시 필자가 검사를 담당했던 업체들이 효성중공업(당시는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을 비롯한 변압기 생산업체와 신개발품인 누전차단기를 생산하는 럭키금성(현 LG) 대한전선(현재는 망한 것? 으로 알고 있음) 등 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삼성은 한전에 납품하는 전기기자재가 전혀 없어(?현재는 잘 모르겠음) 대기업 중 삼성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때 금성(LG)의 품질관리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의 고위간부부터 말단직원까지 품질관리에 엄격했고 생산공장 내부 환경이 가장 좋았고 필자가 사소한 지적만 해도 회사중역이 노트에 필기를 하고 그 다음에 나가보면 필자의 지적이 옳으면 바로 개선이 되어 있었고, 필자의 지적이 옳지 않았으면 회사중역이 필자에게 그 연유를 상세하게 설명을 하여 필자를 납득시켰습니다.
반면에 대한전선에 나가서 시험검사를 하면 회사의 품질관리담당직원들 이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물품조자 “불합격을 시켜달라!”고 하며 대놓고 어차피 망할 회사라고들 했습니다.
그 당시 필자가 상대했던 회사 직원들의 말을 들으니 대기업에 부품(전기저항 콘덴서 등)을 납품하는 회사들이 부품을 만들면 A급은 삼성 금성 인켈에 납품을 하고, B급은 대한전선을 비롯한 2류 급의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C급은 중소기업이나 시중에 판매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 1970년대가 왜정시대부터 있었던 선풍기 등 원시가전제품을 빼 놓고 냉장고, TV, 전축, 등 초기국산가전제품이 폭발적으로 개발/생산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 당시 금성제품은 외관은 좀 투박하나 고장이 거의 없고 견고했습니다.
반면에 삼성제품은 외관은 날렵하고 미려한 반면 고장이 좀 많았고, 대한전선의 제품은 그보다도 훨씬 고장이 많았습니다.
필자가 왜 그렇게 회사마다 가전제품의 품질에 현격한 차이가 나느냐고 시험검사하는 업체직원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당시가 가전제품의 초기개발 시대로서 금성은 외국에서 중간조립제품을 수입하여 외산의 부품을 많이 사용하여 제품을 완성시켜 성능이 좋은 반면 외관은 좀 투박하고, 삼성제품은 가능한 한 기기자체를 국산개발을 하여 외관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국산부품을 많이 쓰다 보니 성능이 금성보다 떨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공산품은 국산 = 불량품 = 오늘날 중국산과 같이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A/S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았고, 오늘날과 같은 A/S체계가 갖추어지지도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뒤 금성은 GS로 바뀌면서 삼성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전기기기 생산업체로 성장을 한 반면, 대한전선은 그 당시 직원들의 말대로 여러 차례 회사의 주인이 바뀌다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뒤 필자가 시험검사업무를 떠났고 아내가 결혼할 때 혼수로 가지고 온 전기 프라이팬을 한 2~3년간 포장도 뜯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1980년대 초에 친구들을 불러놓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우려고 하니 프라이팬 몸체와 전원(콘센트)간을 연결하는 연결선의 프라이팬에 꼽아 넣는 전극의 직경이 프라이팬에 뚫려있는 구멍의 직경보다 넓어 연결선을 끼워 넣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즉 나사를 끼울 때 암/수 나사의 직경구멍이 비슷해야 나사가 잘 들어가는 데 암나사의 구멍직경보다 수-ㅅ나사의 직경이 넓으니 끼워 넣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할 수 없이 급하게 숯불을 살라 친구들을 대접하고 나서 며칠 뒤 삼성에 A/S를 신청했습니다.
그때 A/S를 나온 삼성의 직원 말이 이건 삼성이 물건을 잘못 만든 것이 아니라 부품(연결선)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물건을 잘못 만든 것이니 삼성의 책임이 아니고 A/S를 해 줄 수도 없고 A/S를 할 방법도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필자도 전기를 어느 정도 알고, 프라이팬의 뭐가 잘못 된 것인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기가 막혔습니다.
순간 분노가 치솟아 그 직원이 보는 앞에서 프라이팬을 마당에 내 팽개쳐 박살을 내고 그 A/S직원을 향하여 “가!”하고 소리를 질러 쫓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A/S의 실태가 이랬고, A/S라는 개념자체가 정립이 안 되어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20여년을 뛰어넘어 2000년대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얼마나 친절하고 싹싹하게 A/S를 잘해 줍니까?
A/S를 신청해 본 분들은 A/S직원의 친절함과, 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숙련된 기술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렇게 친절하게 A/S를 해 주고 나서도 전선도막하나 포장지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청소까지 하여 가지고 가면서 반드시 부탁하는 말이 “회사에서 친절하게 A/S를 해 주었느냐?고 문의전화가 오면 꼭 친절하게 해 주었다고 답변을 해 주십사!” 부탁 하고 간다.
그런 부탁을 안 한들 어찌 친절하게 해 주었다고 답변을 안 할 수가 있나?
그렇게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고, 만족할 만한 A/S를 해 주고, 국내최고라는 삼성의 A/S를 전담하는 직원신분이니 살 만큼 살려니 했지, 누가 그들의 그 친절한 미소 뒤에 끼니꺼리를 걱정하고 견디다 못한 동료들이 줄줄이 세상을 버리는 기막힌 사연이 숨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강남삼성본사 앞은 가 보지를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현재 삼성 A/S노동자 800여명이 노상농성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내 시청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대한문 앞을 비롯한 시내 요소를 돌며 30여명정도의 삼성 A/S노조원들이 박봉에 살 방법이 없어 앞서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영정사진을 끌어 앉고 피울음을 토하는 장면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가 그들을 붙잡고 얘기를 해 봤습니다.
한 달 봉급이 100만원 미만이 수두룩하고, 4~50만원도 드물지 않고, 심한경우는 20만원 미만도 있답니다.
그래서 필자가 기술도 있고 하니 다른 직업(전파사 등)을 겸업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했다.
출근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기본급이라는 것은 아예 없이 A/S처리건수에 따라 수당만 받으니 A/S 신청건수가 없으면 봉급이 “0= Zero"가 될 수도 있고, 거기에 자신의 차량과 기름 값도 자신이 부담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필자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 A/S 하는 기사들 흙을 파먹고 살란 말입니까?
아니면 밤중에 남의 집 담을 뛰어 넘으란 말입니까?
수년 전에 한전의 후배직원한테서 들은 말입니다.
이건희인지, 이재용인지의 가정집 한 달 전기요금이 3천만 원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게 몇 년 전이니 지금은 몇 천만 원이 될지 상상도 안 됩니다.
3천만 원이면 웬만한 중소기업을 돌리고도 남을 전기요금입니다.
물론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구조와 단가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도대체 한 가정에서 전기로 무엇을 어떻게 하기에 3천만 원의 요금이 나온단 말입니까?
그러면서 가족이 딸린 A/S기사들한테 어떻게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한 달을 살라고 한단 말입니까?
국민여러분!
삼성의 행각은 삼성전자의 잇단 백혈병 발병과 이에 대한 삼성의 모르쇠와 더불어 이미 우리사회의 암 덩어리가 된지 오래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대부분이 삼성을 필두로 재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게 삼성 A/S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도 기가 막히고 답답해서 삼성과 아무런 연관이나 악감정이 있을 수가 없는 필자가 삼성A/S 노동자들을 대신 해서 국민여러분의 가슴에 호소합니다.
세월호는 팽목항 앞바다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사회 곳곳에 아직 침몰을 시작하지 않은 이런 세월호가 널려 있습니다.
삼성 A/S노동자들의 “사람 살려!”라는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밉시다.
바로 우리 자신의 일입니다.
우리 다 함께 나서십니다!